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2/10 엘리 후기-류톧 첫공-너희에게 선사하는..........춤?;;

ㅇㄹ(124.55) 2012.02.11 06:50:58
조회 3369 추천 37 댓글 16


프리뷰와 첫공에서 있는대로 롤코를 타며 그 현기증에 중독되기라도 한 건지 3일째 또 보러갔음.. 류톧과 민젶의 첫공인데 어찌 귀를 청결히 하고 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제의 눈호강을 뛰어넘는 귀호강일 게 분명한 공연을 어찌 마다하랴..ㅎㅎ (미쳤~어~ 돌았~어~ (feat. 용릿 & 은릿)

엘리 공연에서 참 좋은 거 하나가 지하1층 한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Today's Cast...
매일 공연 시작전에 사진을 한 장씩 찍어두는데, 오늘 벽면을 장식한 좌류님 우민옵.. 시작하기도 전부터 황송해서 눙무리 차오름ㅠㅠ

오늘도 시작하자마자 찰지게 이탈리아어 폭탄 투하하시는 최케니ㅎㅎ(아무리 들어도 욕으로 들림ㅎㅎ) 어제보다 대사가 확! 더 잘들리시길래 오.. 볼륨을 키운 건가 아니면 컨디션이 좋으신 건가.. 생각함ㅎㅎ 최케니 대사가 오늘 확실히 더 잘 들림..

그리고선 늘 시작하자마자 긴장의 끈을 바투 쥐게 하는 프롤로그.. 오늘 내 시선을 붙잡고 놓지 않은 것은 제복입은 민옵의 좀비춤!
민옵 춤이나 칼싸움 같은 거 그다지 유려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오늘 왜 그리 멋지신지. 절도있고 비장하고.
그리고 그 떼창(?)의 와중에도 내 귀에 똑바로 와서 꽂히는 민옵의 목소리..
난 특별한 본진없이 애정배우만 한트럭이지만, 노래하는 목소리에 관한 한 민옵은 정말 특별함.. 어디서든 민옵의 노래소리가 들리면
모 축음기회사 로고인 His master's voice에 그려진 강아지처럼 그 목소리에 자동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있음. '오, 주인님의 목소리야!'하는 그 강아지처럼ㅎㅎ
성남 삼 이후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에 몇달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ㅎㅎ
그러나 오래 빠져있을 시간이 없어! 저기 벌써 다리가 내려지기 시작했거든..

류토드!

사실 엘리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그나마 선선히 캐스팅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된 것 류토드 때문이었던 듯.
그만큼 류토드는 한국엘리에 있어서 일종의 '정신적인 지주' 내지 '최후의 마지노선' 같은 캐스트 아니었을까.
모두들 한국판 엘리가 위험에 빠지면, '오 불쌍한 엘리, 내가 너를 구할 거야'하고 류토드가 뙇! 구원투수로 등장해 주실 것을 믿어의심치 않았을듯..

류토드의 등장은 일단 비주얼부터 오싹..
헤어는 송톧과 거의 같은 컨셉의 은회색 세팅머리였는데, 그 머리의 송톧이 한눈에 반할만한 화려한 미남자 포스를 뿜어주셨다면,
류님은 거의 냉기가 느껴질만큼 꿰뚫어볼 수가 없는 무표정으로 내려오셨음...
그러다가 가끔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려주셨는데(약간 플필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류님의 전형적인 냉미남 카리스마 사진들에서, 특유의 약간 처진 입꼬리가 범접할 수 없는 지적인 거리를 만들어냈던 걸 생각하면(오..오글거리지만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거!!!;;;)
류토드가 짓고 있는 뭔가 속을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미소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음..
그 와중에 정말 환상적인 옆얼굴 라인.. 나는 망원경으로 뚜.러.져.라. 그 옆라인을 감상하면서, 머릿속에선 이미 김종욱찾기를 찍고 있고..
(아! 저 턱선의 외로운 각도~ 아! 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ㅎㅎ)
난 여왕님의 옆모습 턱선을 진짜 좋아하는데 류님의 옆모습 턱선도 정말 굉장히 특이한 라인이었음..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
그리고서 노래를 시작하시는데,

와.. 엄청나게 울리는 목소리! 저건 비음인가? 음향효과가 아니라, 정말 이미 발성기관안에서 엄청나게 울려서 나오는 듯한 목소리..
색깔로 따지자면 잿빛나는 어두운 보랏빛같이, 안개낀 것같은 목소리.
민옵의 탄력있는 목소리가 주는 클래식한 쾌감과는 또다른, 목소리를 아주 다양하게 일그러뜨리며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노래하는 류토드의 노래는 뭔가 듣는 사람을 숨막히게 만들었음.
생각해 보면 류토드가 애초에 토드의 노래 컨셉으로 잡은 건, '클래식하게 잘하는 노래'는 전혀 아니었던 것같음.
프롤로그도 그렇고 마지막춤도 그렇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면서 마디 사이사이에 흡-하고 들이쉬는 숨소리, 짧은 탄성 같은 효과들을 꽤 많이 넣으셨음.
'마지막 춤'에서 마디와 마디 사이에 갑자기 턱을 아래로 내려뜨리시고 '하하하'하고 낮은 목소리로 웃으시는 데 정말 기괴(?)하게 까지 느껴졌음;;;
그 노래들을 누가 성능좋은 녹음기로 녹음해서 듣는다면, 류님이 그 노래들에 얼마나 세밀한 연기들을 넣으셨는지 들릴 것같음..
하여튼 보기엔 그랬음. 게다가 류님 가끔 눈 크게 뜨시면 조명 받으셔서 눈이 글자 그대로 '번쩍' 한단 말예여ㅠㅠ 진짜 좀 무서웠음..ㅠㅠ

뭔가 잔뜩 쫄아서;;; 그런 류토드를 보고 있는데.. 이후의 상황은 좀 예상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 류느님도 로딩은 필요해 -

음... 음... 마지막 춤... 춤은 안 추셨기 때문에 딱히 시각적인 무리수랄까, 그런 건 없었는데,
노..노래가.. 뭐랄까..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감히! 류님의 노래를 비판하려는 거야? 하는 자체 고나리가 들어와서 컨프롱..;;;

그래! 난 말할테야! 류님 토드 로딩 덜 되셨네요! (마...말했어!!!;;;)
특히 고음이.. 지르는 부분도 불안하시고(삑사리까진 아니지만 안정되지 않고 마구 흔들리는 목소리..).. 음정도 몇 번이나 플랫되시고..
바..박자도 자꾸 놓치시고!!! (이쯤되니 내가 이 노래의 박자를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근데 뭐랄까 노래를 못하신다거나 연습이 부족하시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전공분야가 아닌 노래를 부르시는 느낌이었음.(서둘러 수습;;;)
마치 유명한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들이라도 재즈 연주를 단번에 잘 할 수는 없는 것처럼..(넥투노의 나탈리가 그 혼란을 잘 말해줬져..)
류님이 평소에 안 부르시는 장르의 노래에 류님의 개성을 새롭게 맞춰가시는 느낌이었음.

그렇게 혼란의 마지막춤을 듣고 나니.. 새삼 이 노래가 엄청 어려운 노래라는 걸 깨닫게 됐음..
송톧 노래에 이런저런 불만을 터뜨렸었는데.. 사실 이 노래가 정말 어려운 노래였던 듯.. 특히 박자가..
(송톧도 사실은 엄청 노력했던 거야? 그런 고야?ㅠㅠ)
엘리 예습하면서 샤톧이 뮤콘 때 엘리 넘버 연습하는 영상을 봤었는데,
마지막 춤을 연습하면서 계속 노래가 어렵다 어렵다 하길래 모차르트도 했는데 뭐 그리 어려운가? 하면서 봤는데..
오늘 류님의 노래까지 듣고 나니 정말 쉬운 노래는 아닌 것같았음.

그런데.. 노래 끝에 류님이 아하하하하하~~~하시는 부분을 엄청 과감하게 지르셨는데,
그 지르시는 게 뭐랄까, 최고실력자의 쎈척.. 품위유지의 부담감.. 이런 게 없이, 오히려 되게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젊은 배우처럼.. 그렇게 지르신다는 느낌?! 류님의 위엄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될 거라는 강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이.. 이건 뭐지?

...뭔가..

..귀여우신고다..ㅎㅎ
 

- 토드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위치란 -

그 이후로도 류님의 토드는 끊임없이 예상을 깨는 방향으로 진행됐음..(적어도 내 눈엔)
앞서 추락한 엘리를 안아다 놔 주시고서 사라져 들어가시면서 심지어는 '미소를 보이고' 가시는 것도 내겐 충격이었는데,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죽음.. 권위.. 이런 걸로 철갑을 두른 류톧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순간순간 너무 부드럽고 상냥(?)하기 까지 한 류톧. (꼬마 루돌프 앞에서 그 아들바보 포스는..ㅎㅎ;;;)

물론 존재감이나 압도적인 대사처리.. 이런 것에서는 역시 류느..하는 안도감을 주었지만,
뭔가 류님이 생각하는 토드라는 게 그렇게 무생물같은 권위적인 죽음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음.
아래 다른 후기를 읽어보니 류님 자신도 오랜만에 선 무대라서 아쉬운 데가 있었다고 하신 모양이니 뭐 하루하루 완전 달라지시겠지만..
어떤 해석을 하셨을지 너무 기대됨..

마지막에 엘리 죽을 때, 어제의 송톧 같은 경우는 정말 연인 기다리는 간절함처럼 거의 안쓰럽게 엘리를 불러서,
그때까지 토드의 톤과는 좀 튀지만, 달려가서 안기는 여왕엘리를 보고 뭔가 가슴이 찡한 게 있었는데,
오늘의 류톧은 정말 죽어가며 비틀거리는 옥엘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뭔가 안정되고 든든한 모습이어서 두 토드 해석의 차이를 느꼈음.
(이쪽도 저쪽도 멋지긴 했음..)  

개인적으로는 뭔가 젊은 느낌을 주시는 오늘의 류톧의 방향성도 좋았음.
최고배우시니 최고에 어울리는 모습만 고집하시는, 이런 게 아니라, 류님으로서도 토드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어서
류님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게다가 이미 모두다 알겠지만 커튼콜에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정말.. 관객들 그냥 입으로 '헉!'이 아니라 정말 온몸으로 놀라드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멋졌음! 류님이 잘 추시기도 했지만 뒤에 죽천들이 아주 멋지게 받쳐줘서.. 커튼콜마다 해 주시길 바람ㅎㅎ
류님 정말 오늘 뭔가.. 뭔가 귀여우셨음. 커튼콜 뿐 아니라.. 공연 중에도 깨알같이.. 귀엽다는 건 일종의 친근감과 여유의 표현인 것같기도 한데.
물론 토드가 갖는 무게감은 류님이 가장 잘 고민하고 계실테니.. 로딩되신 후를 기대합니다..
정말 류님 오늘 커튼콜에서의 모습은, 뭔가.. 뭔가 대장님.. 큰 어빠.. 하여튼 관객들(혹은 팬들)을 대하시는 따숩따숩한 포스가 느껴졌음ㅎㅎ

그런데 100%가 아닌 류님의 토드를 보고, 토드라는 역할이 엘리라는 작품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가 새삼 실감남;;
당장 프리뷰와 첫공도 송톧 상태에 따라 정말 엄청난 차이를 보였고..
뭔가 토드를 뺐을 때 엘리라는 작품이 진행되는 어떤 리듬이 있다면, 토드라는 인물이 그 전체 리듬을 교란하며 기어코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는 듯한..
토드 하나가 들어감으로써 작품의 역학관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같음.
그만큼 토드라는 역할이 중요하고, 토드가 제구실을 못하면 이야기가 뭔가 토드를 빼놓고 혼자 가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토드가 뻘쭘해지고;;
토드가 장악력을 가지면 작품 내에서 사실성과 판타지가 제대로 어우러지고 결국 엘리의 고통과 구원의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는듯..

송톧이 요란한 신고식 후에(송골라스 마루타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갠찮아여 송톧 극적 대비효과로 첫공에서 대박 치셨어옄ㅋㅋㅋㅋ)
두 회만에 나름의 길을 잡았고, 류톧.. 일단 쉽지 않은 첫걸음을 떼셨는데. 샤톧이 어떤 신고식을 치를지..
지금까지를 봐서는 토드 배역이 첫공에서 연착륙하기는 매우 어려운 극인 것같은데;;
가장 어리고 경험도 적은 샤톧이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매우 궁금함.
(아래 글에서 엄청난 탈색을 한 사진ㅋㅋㅋ 봤는데 뭔가 미안함ㅋㅋㅋ 미안해 샤톧.. 관객들이 하도 극성스러워서 가발을 몰아냈어.. 덕분에 막내 주그미 머리가 고생이구나ㅠㅠ)

- 칭찬을 충분히 했으니 깔 때가 됐다 -

이엠케씨.

오늘 대체 무슨 날 잡았나요? 뭐 오리 떨어지는 타이밍이라든가 불 다 켜진 다음에 웬 손이 스윽 나와서 루돌프 침대 머리맡의 배를 세워놓는다는가..
그런 건 애교로 봐 넘긴다고 해도(봐준다고 해도 아주 창피한 일이지만)
엘리 방문은 왜 그렇게 흔들렸으며(정말 태원조피 위로 넘어질까봐 손에 땀을 쥐고 봤음. 장막 뒤에선 무슨 작업을 하는지 장막이 펄럭펄럭 거리고..),
결혼식 장면의 거대한 기둥 6개 중 하나의 윗부분 장식은 어디로 떨어져 나가서 없고,
류님은 넘버 하나를 목소리만 출연하셨으며(마땅히 있어야 할 리프트를 척! 바라보았으나 리프트가 없는 걸 보고 괜히 온데 허공을 둘러보던 옥엘리 표정 생각나.. 나중에 예능 출연하면 이런 날도 있었다고 얘기할 에피소드 오늘 많이 나왔을 듯..)
옥엘리의 첫 넘버는 한두 마디 나오다가 갑자기 기타가 조바꿈을 하질 않나(급작스런 조바꿈에도 바로 키를 맞추는 옥엘리 순발력에 감탄했음;;)
회전무대는 가끔 덜컹덜컹 불규칙하게 멈춰서 류톧도 민젭도 몇 번 비틀, 하고..

트윗 한 번 돌아보세요, 공연 보러 왔던 머글 관객들이 하는 첫마디가 무대랑 의상에 투자 많이 했다, 볼 거리가 많다는 건데,
그건 그만큼 무대위에 장치가 많고 세트운용이 복잡하다는 거잖아요..
제발 부디 극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서 두 번 세 번 체크 좀 해 주길.. 어제까진 안 그랬잖아요..

오늘은 하도 기계, 소품 실수가 많으니 배우들도 뭔가 미묘하게 불안. 오케와의 합이 아슬아슬한 순간도 몇 번 있었고,
앙상블들이 반주없이 거의 아카펠라로 들어가야 하는 넘버에서도 오늘 유난히 불안..(결국 실수는 없었지만)

정말 어제 이후로 긴장이 확 풀어진 건지, 아니면 공연전에 무슨 문제라도 발생해서 뒷수습이 늦어진 건지..

하여튼 오늘 공연 보면서 엘리 팀이 지금 안심할 때가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겼음..

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공연을 보면서 뭔가 정말.. 난 이미 이상한 걸 타버린 것만 같다고 생각했음.
엘리 회전문이라든가 이런 게 아니라.. 뭐냐.. 그.. 회전 그네? 아니면 회전 목마라든가.. 그것도 멈추질 않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수준이 아니라.. 내릴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주 내내 블퀘 출근도장 찍는 신세..ㅠㅠ

매일매일 깔 거리가 생기는 공연인데.. 왜 갈수록 집착하게 되는가..를 생각을 해 봤는데.

이 공연이 관객을 놓고 밀당을 하네?

- 밀당의 탄생 : 그래도 우리에겐 이게 있잖아.. -

그 모든 자잘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공연이 너무 은혜로왔던 이유는 아무래도 꿀성대들과 연기신들의 별들의 전쟁..

오늘 옥엘리를 보면서는... 뭔가 질투마저 느꼈음.
이제 로딩 끝나고 진짜 엘리가 됐군요. 하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음.
어쩌면 애초에, 옥엘리는 이전작인 아건보다 아주 조금만 더 잘 하는 정도일 거라고 나도 모르게 미리 선을 그어 버렸던 걸까.
옥엘리가 이렇게까지 잘 해낸다는 건 솔직히 의외임.

그러나 오늘 옥엘리를 보면서, 정말 더 많은 관객이 와서 봐야 할 연기고 노래라고 생각했음.
이전에 옥배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든 간에, 옥엘리를 보면 그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과 수준높은 퍼포먼스의 전문성을 칭찬하게 될 것이라고 느꼈음.

오리가 떨어지든, 오케가 조바꿈을 하든, 리프트가 증발하든, 옥엘리는 흐트러지지 않고 작품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음. 무엇보다, 노래가.. 노래가 너무 고움.(그냥 이쁘기만 한 게 아니라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어 갔음) 그 어려운 노래들을 하면서도. 이전에도 옥엘리 공연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좋은 목소리인지는 전혀 몰랐음.

게다가 오늘의 파트너는 민젶.
오늘의 민젶은 나에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요제프라는 역할의 매력은 이미 윤젶을 통해서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 민젶은 정말.. 음 하나하나에 드라마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줄정도로 민젶의 넘버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저며왔음..
물론 나는 아라민스의 '내 죽음으로 증명하리르아아아아아아아아~~~~~' 하나를 듣기위해 충무로, 세종으로, 멀리 성남국까지 마실다니며 내 취향도 아닌 삼총사를 몇 번이고 보러 다니던 민옵 목소리 덕후이니 민옵의 노래라면 어떤 곡이라고 황송하게 듣지 않으랴마는,
민제프는 정말.. 최고임.

원래 목소리가 클래식하면서도 거기에 흥도 담겨있고, 유머도 담겨있고, 긴장과 스릴, 슬픔과 사랑까지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민옵의 노래지만, 민제프의 넘버들 들으면 요제프와 엘리의 사랑만 똑 떼어서 따로 작품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싶을 정도임.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도 들릴 수 있고, 엘리의 고뇌에 한갖 배경이 되는 풍경 정도로 보일 수도 있는 요제프라는 인물이, 민옵의 노래를 통해서 생생하게 살아나고.. 정말 노래 한소절 한소절이 지나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음.

옥엘리와 민젶의 목소리 케미는 정말 듣는 귀에 꿀처럼 달콤한 조합이었음. '날 혼자 두지 말아요' 넘버는 그 달달함의 최고봉.. 둘 다 매우 클래식하고.. 아주 윤기있고 매끄러운 목소리인데, 민젶의 목소리가 가진 탄력이 옥엘리의 들뜬 소녀 목소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까지.. 정말 목소리만 가지고도 너무 진한 사랑의 장면을 보는 것같은 기분에 몸이 나른해질 정도였음.

그에 반해 극 후반의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넘버에서는, 이미 지쳐서 목소리마저 건조하고 쓸쓸해진 옥엘리와, 마지막까지 그녀를 설득해 보려는 애절하기 그지없는 민젶의 목소리가 대조를 이루면서, 이제 둘은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는 상황이 사무치게 다가왔음.. 아오 정말 민젶 옥엘리 목소리 케미 최고..ㅠㅠㅠㅠㅠ

게다가 민젶 류톧이 함께한 넘버는 뭐.. 안 들어봤음 말을 하지 말어.. 1막 마지막의 나는 나만의 것 리프라이즈도 그렇고, 2막 마지막에 둘이 서로 '나의 엘리자벳!'이라고 외치는 거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대체 이 둘을 같이 캐스팅 할 생각은 누가 한 걸까? 아니, 칭찬 드릴라고.. 감사감사ㅎㅎ

오늘 첫공을 찍은 또다른 캐스트가 승돌프였는데, 연습실 공개 영상을 보고 승돌프의 노래에 살짝 우려가 있었던지라 어떨까.. 하면서 봤음.
그런데 우려는 무슨.. 다 집어치우고, 오늘 승돌프 때문에 완전 폭풍 눈물.. 뭐야 뭐야 첫공에 이래도 되는 거임?ㅠㅠ

물론 그림자는 길어지고 넘버 같은 데에서는 고음 올라가면 아.. 조금만 더 자유롭고 힘차게 뻗어줬으면.. 하고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승돌프가 제일 빛났던 것은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에서 어머니에게 거절당하는 장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늦기전에 아버지에게 제 얘기를 좀 해주세요'하며 애원하는 승돌프를,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같은 옥엘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치자, 안 그래도 애절하고 감성적인 목소리가 울음이 잔뜩 섞여서는 그 자리에 무너지는 승돌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페라글라스 든 내 손도 부들부들 떨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나서 마이어링 왈츠에서도, 승돌프 몸연기가 좋아서인지, 죽음의 천사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승돌프 고개가 뒤로 확확 꺾어지는데 정말.. 보면서 입을 틀어막고 울었음ㅠㅠ 동돌프도 그렇게 휘둘리고 나서 단추가 막 풀어져서 배가 보일 정도로 셔츠가 엉망이 되기도 했었는데, 승돌프는 정말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듯한 모습.. 엉엉 옷이 엉망이야.. 엉엉 머리가 다 헝클어졌어.. 그런 승돌프에게 그런 결말이라니 엉엉 토드가 나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이노무 공연은 커튼콜에다가 무슨 약을 발랐나..
아니 커튼콜에다가 키치+마지막춤이라니.. 루케니와 토드가 관객을 휘어잡는 캐스트 갑이라는 걸 잘 아는 게지..

오늘도 관객들의 깨알같은 사랑은 최케니,
격한 사랑은 류톧의 차지..
역할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토드라는 배역이 마성의 배역이긴 한 모양..
송톧도 그랬지만 류톧에 대한 환성도, 블퀘 지붕 날아갈까 걱정될 정도..ㅎㅎ
게다가 여신같은 엘리가 나와서는 그렇게 감동받은 표정으로 자꾸 인사하면..ㅠㅠ 괜히 울컥하잖아여ㅠㅠ

정말 엘리 커튼콜은 관객 밀당의 최고..

P.S. 참, 개인적으로 루케니들께 부탁의 말씀이..(..는 여기다 쓰면 누가 보는지는 모르지만-_- 이엠케 눈팅 알바 사원 믿어요ㅎㅎ) '키취'라는 넘버는 정말 중요한 넘버인 듯 함.. 에비타에서 체의 'Oh, What A Circus' 못지않게, '키취'란 곡도 원작자의 작품에 대한 시선을 핵심적으로 정리해주는.. 머 그런 넘버 아닐지..;; 그런데 최케니 발음하실 때, 객석에선 '키~' 밖에 안들립니다..(은케니는 벌써 첫날 기억이라서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물론 그 넘버를 사전에 알고 오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모르고 오는 관객들도 많을텐데, 곡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혹은 그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집에 가서 찾아볼 수라도 있게 '키-취'라는 단어는 분명하게 발음을 해 주셨음 좋겠음.. 무..물론 격하게 발음할 경우 앞좌석 관객들에게 뭔가가 튀는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키-취. 발음은 분명하게 해 주시면 좋겠음..  

헉헉 오늘도 긴 후기 민폐 죄송.. 그..그래도 샤톧과 용케니까지는 전캐 찍어야 할 텐데.. 참 승현돌프랑 효준이도..
갤러들 주말에도 블퀘의 유령으로 만나여~ㅎㅎ(기다려라 샤톧..ㅎㅎ)






추천 비추천

37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48034 ㅃㅃㅃㅃㅃ)엘리 3/8 자체첫공 빈판이랑비교하면서봤다 마테빠여서 ㅋㅋㅋ [14] 마테죽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707 0
248033 ㅃㅃㅃㅃㅃㅃ 뻘글. 조왕자가 본진인 개로리? [27] ㅁㅁㅁ(110.15) 12.03.09 1392 0
248032 ㅃㅃ삼눈 한번만보면 후회할까?? [9] ㅇㅅ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279 0
248031 뭐야저거ㄷㄷ [1] 붱실덩실(220.116) 12.03.09 323 0
248030 ㅃㅃㅃ) 이 한자리는 희망고문인거니 [11] 이게다야?(175.125) 12.03.09 1141 0
248029 모오락 콘스탄체 볼려면 왼쪽vs오른쪽 어디가좋앙 ? [7] 좀비(183.98) 12.03.09 279 0
248028 오스트리아 여행 갔다왔어. [3] 홍로치카(121.128) 12.03.09 377 0
248026 새벽이니까 블메포 앓고 자야징ㅋㅋㅋ [1] ㅇㅋ(175.208) 12.03.09 452 0
248025 ㅃㅃㅃㅃㅃ)뒷북치는 좀비는 슬프다... [10] 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307 0
248024 비루한 어제자 모범생들 후기 (부제: 이 극은 미쳤어!!!) [12] ㄱㄱ(211.212) 12.03.09 570 0
248020 위키드 티켓팅 하신님들 [1] ㅅㅅ(183.91) 12.03.09 348 0
248019 ㅃ) 오늘 밀당보러 갔다가 정말 사랑스런 커플을 봤는데...... [1] 밀_당(121.140) 12.03.09 661 0
248017 조바고를 보고 와서 토냐를 앓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21] 찌질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527 0
248016 개취지만 사이공... [14] ㅇㅇㅇ(175.119) 12.03.09 437 0
248015 ㅃㅃㅃㅃㅃ / 나지금 멘붕ㅜㅜㅜㅜㅜㅜㅜㅜ [7] ㅇㅇ(124.53) 12.03.09 784 0
248014 은언니 너란 언니!! [12] 은께니(218.51) 12.03.09 1068 0
248013 왜들 안 써 0308 조바고 후기이이이!!!! [53] 조바고오!(121.140) 12.03.09 727 0
248012 ㅈㅁㄱㅁㅇ))대학교 공연 말이야ㅠㅠ [16] 호이~호이~(115.139) 12.03.09 569 1
248011 ㅃㅃㅃㅃ)나한테 영업당해 엘리 본 친구의 오늘 후기 [3] 깜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628 0
248010 소소하게 쓰는 솜후기 [9] 오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290 0
248009 개로리들아 엘리자벳 2막 볼때 조심해!! [8] 뮤리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1075 0
248008 ㅃㅃ)))뚱서긔라며......? [14] ㅎㅍ(141.0) 12.03.09 1430 0
248000 섬주민들 유리아틴이 실제 지명이 아닌거 다들 아는겨..?(지바고스터디) [68] (112.154) 12.03.09 6489 40
247999 경희대 쓸 찾아가는거 질문좀~~ㅠㅠ 미안미안 ㅠㅠ [5] ^^(175.198) 12.03.09 283 0
247995 오늘 솜 영업 대성공 ㅠㅠ [2] 톰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9 216 0
247994 주금님을 이제야 영접한 나님 저격ㅠㅠㅠㅠ(스압?인가?) [6] (115.21) 12.03.09 543 0
247993 범시 풍월주 캐슷으로 난리난 이마당에... [3] 으아악(124.197) 12.03.09 811 0
247992 경희대 정기공연 쓸 자그마한 후기....... [38] 울라울랄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1038 0
247991 ㅃㅃ)그럼 이제 레알로 지현마마만 납시시면 되옵니다... [2] (112.154) 12.03.08 361 0
247990 ㅃㅃ) 마성의 솜 [10] 마느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380 0
247989 3.8일 창조 후기 [9] 창조의예술(115.94) 12.03.08 256 0
247987 3/22 엘리 자리 좀 봐줘... [1] 퍼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274 0
247986 둥둥미안)무라고??????????/ 김범시(본명) 레알 풍월주함????? [8] 234234(221.162) 12.03.08 781 0
247982 ㅃㅃ)풍월주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 [16] (112.154) 12.03.08 1603 0
247978 ㅃㅃ 셜록 보러 갔다가 완전 어이 터지는 일ㅋㅋ [23] 123(211.246) 12.03.08 1339 0
247977 오랜만에 쓰는 엘리후기 [3] 옆구리상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453 0
247976 오늘엘리 기억나는거... [4] 탕탕탕(175.252) 12.03.08 430 0
247974 ㅃ*24) 오늘 엘리 컷콜ㅋㅋㅋㅋㅋㅋㅋ [22] 쪼꼬렛(211.246) 12.03.08 1400 0
247973 ㅇㄷㄱㅈㅅ ㅈㅌㅈㅅ / 3월 10일 모오락 낮공 [3] 근근촤(59.22) 12.03.08 222 1
247972 횽들아.. 5월~7월 내 스케쥴을 공유해볼까? [14] ㅁㅁㅁㅁ(180.68) 12.03.08 946 0
247970 ㅃㅃㅃ)생각할수록 어이없고 짜증나네... [9] 엉엉(203.226) 12.03.08 1137 0
247969 오늘 엘리본 나를 무한칭찬한다 [24] ㅇㅇ(211.246) 12.03.08 1035 0
247968 아ㅠㅠㅠ 최고다ㅠㅠ [8] 옆구리상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594 1
247967 엘리의 목걸이 토토 시간이.돌아왓숨다 [4] 하얀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619 0
247966 ㅇㄷㄱㅈㅅ] 엘리자벳 3/22일 삼성 할인받은 3층 쩌리석 2장 [8] ㅇㄷㄱㅈㅅ(61.102) 12.03.08 383 0
247961 오늘 솜!!!! [11] 앨앨(211.246) 12.03.08 547 0
247960 ㅃㅃㅃㅃ))))오늘 솜....... [10] 솜...(203.226) 12.03.08 421 0
247957 ㅃㅃㅃㅃ 재범이란 이름 가진 배우는 범시뿐이지? [9] 늘보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976 0
247956 ㅇㄷㄱㅈㅅ)엘리 3월 28일 마티네 3열 연석 [3] 김범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272 0
2479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공원을산책하다 [6] 깜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08 69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