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고 보고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끄작대고 싶은데 쓸데가 없어서 혼자서 뒹굴다가
그래도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갤에다가 써야지 싶어서 와씀다.. 이쁘게 봐주세용

나는 지바고가 불륜얘기라고만 생각하는 거 너무너무 슬프다능
라라를 둘러싼 세 남자의 역할이나 의미같은 걸 생각하고 보면 이런저런 깨알같은 재미들이 있는 극이라고 생각하거덩

난 코마롭스키, 파샤, 유리 이 세 남자는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고 생각해

코마롭스키는 권력지향적이고 탐욕적이고 욕망에 충실한 남자지
라라를 쾌락과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라라를 타락시킨 남자이기도 하고
짜르체제의 러시아가 꼭 이런 시대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봐(혹은 원작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바라보던 러시아가 그랬을지도)
코마롭스키는 라라를 사랑하긴 하지만 그 사랑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한 사랑이잖아
짜르체제의 부르주아들이 바라보는 러시아는, 자신의 조국이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부와 안위를 지켜주는 존재 뭐 그렇지 않았을까
그것도 사랑은 사랑이지.. 결국 라라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도 코마롭스키인 걸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리 붙고 저리 붙는 것 같아도 결국 러시아에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뭐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아써

파샤는 극에서도 계속 나오지만 너무 순~수하지
순수하게 라라를 사랑하고, 부패하고 권력에 찌든 부르주아들이 라라를 타락시켰다고 굳게 믿어
그래서 라라를 구하려면 그 부르주아들을 싸그리 다 없애버리고 모두가 평등한 지상낙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지
러시아를 혁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급진파 붉은군대가 바로 이런 생각을 가진 자들이었겠지?
그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신념이 조국 러시아를 위한 길이라고 믿었겠지만
극중에서 파샤가 라라를 떠나면서 라라가 위험한 전장에 뛰어들고 온갖 고생을 다 한 것처럼 러시아는 피폐해졌지
파샤는 한 순간도 라라에 대한 사랑을 놓은 적이 없지만 라라는 그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
파샤가 마지막에 유리의 시를 읽고 느낀 감정은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던 유리의 사랑과 순수한 이상이 자신이 바라던 라라의 행복이라는 걸 깨달은 그런 게 아닐까

유리의 사랑은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라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랑 의미 그대로의 사랑이라고 생각해
파샤가 죽기 전 마지막 대화에서 나타나듯이 라라는 실수는 있지만 한번도 타락한 적이 없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여자라고 생각하는 유로취카
잠깐 스친 라라의 열정에 첫눈에 반하고 몇년이 지나도 그녀를 잊지못하는 알고보면 로맨틱한 남좌
조국 러시아에서 핍박받고 도망다니면서도 끝까지 조국을 떠나지 않고 조국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지고지순한 남좌 ㅠㅠ
그 라라에 대한 사랑이 결국 라라에게 새생명을 잉태하게 하고 그녀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잖아
유리 지바고는 라라에게 미래를 선물한 남좌라는 거지

라라가 유리를 사랑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해
권력과 돈에 흔들렸던 자신의 치욕적인 과거를 지우고 싶어서 순수한 파샤를 선택했지만
파샤는 자신의 과거를 치욕으로 생각하고 그 치욕을 준 부르조아들에게 화살을 돌렸지
결국 라라를 타락한 여자라고 생각했던거야 ㅠㅠ 라라는 파샤가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를 원했던 건데.. 아 불쌍한 라라 ㅠ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 사랑해준 유리에게 라라가 끌린 건 당연한 일이겟지
유리는 라라의 안에 감춰진 순수한 열정과 삶에 대한 용기를 알아보고 사랑해준 첫 남자니까



막 생각나는대로 쓰긴 했는데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군
아무튼 나는 그래서 지바고가 좋다는거야.. 홍바고의 소년같은 지바고도 좋았지만 조바고가 어떤 지바고를 보여줄지 너무 기대되고...
결론은 오늘 티켓팅에서 승리하고 싶다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부터 너무 진지돋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