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들어온 사이 아까 쓴 글이 많이 달렸길래 댓글도 달았지만 새로 글 쌈. 이건 ㅇ 횽의 민족주의 질문에 대한 답. 엘리 독일어판들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씨씨의 헝가리 독립 지원이 대제국의 해체를 촉진했다는 데는 ㅇ 횽도 동의할 거임. 다민족 제국을 구성하던 민족들이 각자 살길 찾아 헤쳐모여를 원하면서 합스부르크 제국은 쪼그라듬. 그리고 이 와중 합스부르크 제국에서 제일 머릿수가 많던 독일계 주민들 사이에서는 독일계는 독일계끼리 뭉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제국 정부까지 부정하면서 독일과의 합병을 바라는 이들이 생김.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Hass 장면이고 그게 실현되는 게 후세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방. 씨씨의 헝가리 대관식과 Hass 장면은 같은 흐름의 두 가지 일부임. 두 장면은 그 맥락에서는 이어져 있음. 제국이 해체되면 좋은 건 헝가리만이 아니고 대독일주의자들도 마찬가지. 씨씨는 헝가리 민족주의에 호의를 보이며 그들의 독립을 지지하면서 제국의 해체에 일조하고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대독일주의자들이 날뛰는데도 조금 기여한 셈.

물론 Hass 장면의 대독일주의자들은 유태인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씨씨와 황태자를 싫어함. 루돌프는 확연히 죽음이 원하는 흐름과 반대되는 정치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루돌프는 '실패함으로써' 죽음의 목적에 이바지하게 되는 캐릭터. 죽음은 자기 나름대로 루돌프의 친구가 되어주면서 루돌프를 실패시킴으로써 역사를 자기 쪽으로 이끄는 건데 죽음이 뭐 딱히 루돌프에게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그냥 둘 다 자기 임무. 루돌프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루돌프의 내면을 반영하는 죽음의 임무, 루돌프를 실패로 이끄는 것도 죽음의 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