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날리고 빡쳐서 짧게 쓰는 후기

어제 모범생들 보고왔어. 캐스팅은 정문성 김종구 김대종 대현
발렌타인데이날 혼자 공연보는 거 좀 슬펐는데 아트원 앞에 가니까 덕내가..ㅋㅋ

공연은 참 좋았어. 묵직하고, 씁쓸하고 그렇더라.
공연장을 나올때 웃으면서 기분좋게 나오는 공연이 있고,
나올때 자리에서 선뜻 못일어나고 걸음도 느려지고, 바로집에가기보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공연들이 있는데 이건 후자엿음.

나도 비평준화 나름 명문고..를 나왔어. 서울대 30명 연고대 각 50명씩 이상씩 보내는 학교였으니까.
그래서 주인공들의 모습에 내모습, 내 친구모습이 문득문득 겹치더라.
캐릭터 전체가 일치하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겪는 그 순간적인 감정들에 친구들 얼굴이 문득문득 떠오르더라. 그래서 더 맘이 무겁고 슬프고 그랬어.
저들이 어떤 심정일지 얼마나 절박할지도 이해가 되는 한편에 또 지금 이렇게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가 되니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것도 아니까.
그때는 공부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는데, 사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말야.

특히, 초반의 마임이랑, 어른된 후의 서로 비꼬는 그 대사같은 게 비수처럼 맘에 꽂혔어.

배우들 얘기 해보면

정문성배우는 인상이 참 선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처절하고 비열하고 섬뜩했어.
저런 얼굴의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할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 극에서 제일 비중이 많은데, 정말 잘하더라. 특히 옥상씬에서는 짧은순간에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최근의 학생들 뉴스도 그렇고.. 같이 울컥했어.
조만간 빨래도 보러가는데, 거기서는 또 어떤모습일지 기대되네.

김종구배우는 등장하는 열무 닮아서 깜놀. 옆모습 완전 닮았던데?
초반 마임에서 몸을 너무 잘써서 또 깜놀.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이었어
대사는 중간중간 씹긴 했지만, 그럭저럭 좋았어. 중간중간 귀여운 연기ㅋㅋ

대종배우는, 내가 이 배우 전작을 스팸, 아트, 밀당 이렇게 봐서 코믹이미지가 강했어.
다들 그랬는지 등장부터 빵 터지더라. 근데 대종배우역할이 그렇게 가볍지 않은거였어. 좀 어둡고, 감정도 깊었고.. 이 배우가 이런식으로 연기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근데 아쉬운건 다들 너무 웃었다는거. 나도 웃긴했지만 웃고보니 웃긴씬이 아니었던 장면이 꽤 많았어.
이건 마치 덕들로 가득찬 공연장인데 머글이 가득한 느낌?
물론 다들 대종배우 전작 이미지 겹치고 그래서 웃었겠지만, 아쉽더라.

마지막 부분이 진짜 죽여줬어. 다들 진짜 너무 묵직하고 답답해서.. 대종배우 연기하는데 여기저기서 육성으로 한숨..
그러고 바로 씬전환해서 밝은연기 하는걸 보고 역시 배우는 배우다 싶기도 했구.

대현배우는 비중이 제일 적더라. 초반에 감기걸린건지, 목이 상한건지 목소리도 작고 발성도 답답해서 아쉬웠어.
이래저래 컨디션이 별로인것 같아서 중간까지는 별로네.. 이러고 보다 마지막에 반성반성.
그냥 미친사람같았어. 눈빛이 섬뜩해서 소름돋고, 대사를 정말 잔인하게 치는데 앞에 있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어떤 스킬적인 연기가 아니라 배우가 진짜 역할에 빙의한것 같아서 무섭고, 걱정도 되고 그랬어.

피부가 너무 하얗고 좋아서 집중못한건..내잘못이고ㅋㅋ
발목 아직 안괜찮은줄 알았는데 다 나은거라고ㅎㅎ

발렌타인데이날 대학로까지 가서 볼만한 공연이었음.
추천하고 싶다. 다만 볼때는 소소하게 웃음 터지면서 보는데 뒷맛이 상당히 씁쓸하니까.. 그런 느낌 싫어하는 횽들한테는 선뜻 추천못하겠네.

보고나오면서는 우울하고 무거워서 재관람은 못하겠다 싶었지만.
연출도 극본도 배우들 연기도 다 좋아서 두세번은 더 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