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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5 엘리 후기-샤톧의 진화 "난 그녈 정말 사랑했어.."

ㅅㅌ(124.55) 2012.02.16 14:46:56
조회 10003 추천 130 댓글 50


또 오늘 후기 올라오기 전에 슬금슬금 올리는 어제 후기ㅎㅎㅎ
(오늘은 오글거리기 보다는 청승맞은 긴 후기.. 우울한 횽들은 스킵스킵 플리즈..ㅠㅠ)

어제는 샤톧의 둘쨋날..지난번에 하루에 두 공연을 몰아서 했으니 사실상의 둘공이나 마찬가지인데,
지난번에 마음의 준비없이 갔다가 샤톧한테 하도 크게 한 방 먹어서
어제는 나름 덕후스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음. 흥!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할까 보냐.. 나도 알고 보면 이 구역의 차도덕..이라 되뇌이며. 

게다가 어제는 그간 줄곧 1층에서만 봤었는데 처음으로 2층에서 엘리를 보게 되는 날이라서 더 기분이 새로웠음.
(브라보가 다 떨어져서.. 2층 잡은 것도 기적;;; 예매대기 사랑합니다..)


- 조금 다른 시작 - 대체 샤톧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

프롤로그.. 어제의 루케니는 은케니. 언제나처럼 가슴까지 뚫어주시는 시원한 딕션..
뭔가 묘하게 헤어가 약간 바뀐 느낌인데(한쪽 귀를 더 드러내고 한쪽으로 머리를 몰아주신?)
이젠 수염없는 은케니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룩이 어울림..
눈의 흰자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심문관에게 대드는 은케니는 섬뜩하게 느껴질 만큼 뭔가 농축되어있는 케릭터.. 죽은 사람 같지 않고 뭔가 찌르면 피가 뚝뚝 떨어질 것같은 느낌;;
딕션이 정확하다거나 고음을 시원하게 질러주는 것 이외에, 뭔가 은케니 자체가 이 극에서 가장 촛점이 명확하게 맞춰져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
3케니 중에 유독 그 농축된 느낌이 강함.
마치 새 안경을 맞췄을 때처럼, 약간 어질,할 정도로 잘 보이는 느낌이랄까..
다른 케니들이 '키~취'하는 발음을 좀 뭉개서 난 좀 불만인데, 은케니는 그 발음을 너무 찰지게 해 주셔서 항상 짜릿짜릿ㅎㅎ
하여튼 은케니가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듦.. 게다가 왤케 쎅시..아..아님미다;;;(나는 차도덕...차도덕.. 차도덕..)

이어지는 좀비(?)춤..
..음..;;;;;;;;;;;;;;
먼저 깔고 들어갈 것은;;;
어제 오케 집중력이 정말 별로 좋지 않았던 것같음..(막귀니까 넘 신뢰하진 마세용;;)
특히 박자가 어긋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딱히 어디를 짚어서 섭섭해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프롤로그에서 첨부분 앙상블들의 떼창 호흡이 좋지 않았는데, 오케도 소리가 씹히고 있었던 것같아서 누구 잘못인진 잘 모르겠음..

하여튼 중간에 한사람씩 불러주는 부분에서 워낙 관록있는 보이스들이 중심을 잡아주시고 해서 어찌어찌 제자리를 찾고..

샤토드 등장!

괜히 지난 번에 헉, 한게 있어선지.. 긴장이 저절로 되드라고.
근데..

???

헤어나 분장, 의상, 모든 게 그대론데..

???

내 첫 느낌은, 주그미.. 오늘 어디 아픈고니???

그 전 날 용케니를 보면서 컨디션이 괜찮은 건지 괜히 걱정을 했었어서 그런지(결국은 기우였지만)
뭔가 첫날보다 훨씬 소프트한 느낌으로 나오는 샤톧을 보니 혹시 일요일에 너무 쏟아부은 나머지 체력저하가 온 게 아닌지 걱정이;;
고..고양이라면 '얌전한 고양이?'가 된 느낌으로 발소리도 안 내고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뭔가 첫날과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느낌이었음. 임팩트가 적은 대신 여운이 깊고, 힘이랄까 긴장을 덜어내고 좀 애수..같은 걸 얹었다고 해야 하나?

어제 샤톧의 첫등장은 그런 느낌이었음. 가슴속에 뭔가 오래된 통증 같은 걸 품고 있는 것같은.
엘리 초상화를 바라보는 동그란 머리통(?)이 되게 외로워 보이는..  
지난 번 처럼 강력한 색기 발산(?)에 대비했던 내 마음가짐이 오히려 무색하게 느껴지는.

그러다가 루케니가 말을 시작하자 뭔가 꿈에서 깬듯이, 찬물이라도 맞은 듯이 또 금방 금속성의 목소리를 높여 쩌렁쩌렁 노래하는 걸 보니
컨디션이 안 좋아서는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음.  
확실히 의도적으로 등장을 톤다운 시켰다는 느낌.

그럼.. 그럼 뭐야. 하룻만에 역할분석이 수정보완 됐다는 거?!

괜한 느낌인가, 싶어서 초반 샤톧의 연기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확실히 어제는 첫날의 그 잔인하게 까지 느껴지던 공격적인 느낌이 많이 죽었더라고..
사악함을 많이 덜어내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 실연과 질투의 과정, 파멸함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었던 사랑, 이런 것에 대한 차분한 비애가 덧칠됨.
 
줄에서 떨어진 엘리를 안아올 때도, 첫날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바라보는 것같던 시선보단, 좀 멍한 것같은 반응이었다고 해야 하나?
가지 말라고 노래를 부르는 엘리를 바라보는 표정이, 확신이 없고 뭔가 자기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차분한 관찰..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천천히 느낌을 모으는 표정이었음.

그 다음에 씨씨의 결혼식장에서 등장할 때,
다른 횽들도 이미 말했겠지만, 종치는 와이어 액션(?)이 없어졌드라고.. 대신 무대 왼쪽 리프트를 타고 나왔음.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한 게, 엘리가 지금까지 무대 장치 실수가 몇 번 있었던지라;;; 행여라도 실수가 있는 날엔 정말 그 수습을 다 어쩔..
조로에서도 위험한 액션이 많았지만 조로의 줄타기는 주로 완만한 수평이동이었는데,
샤톧의 종치는 액션은 급박한 수직이동이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엔 정말 작은 일이 아님.. 지난 번 밤공에서는 꽤 그림이 근사했지만 그래도 없앤 게 다행. 노담에서 사람이 매달려 종치는 장면은 노담 연출의 백미지만 그 사람들이야 오래 해 온 노하우가 있는 거고.. 이엠케 안전 솔직히 못믿어;;;
(그런데 종 줄이 서있는 샤톧 옆에 드리워져 있었는데 종소리만 들리고 샤톧 왜 종은 안 치나여? 실순가..) 

또 그런 리프트 등장이 좋았던 이유는 그 순간의 표정연기를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웃음소리는 나는데 표정이 비웃는 표정이 아니었음.. 뭔가 분하고 억울하고.
마치 비웃어야할 대상은 실은 엘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기가 막혀서 웃는 웃음.
괜히 그런 표정을 보면서 웃음소리를 들으니까, 웃음소리조차 좀 먹먹한 감정이 들어간 듯이 들렸음.
지금까지 나는 결혼식 장면의 웃음소리가 녹음인 줄 알았는데, 어제 샤톧은 립싱크가 제대로 맞는 게 녹음이 아닌가 보다 싶기도 했음.
하여튼, 그 종치는 장면에서 내가 느낀 샤톧의 감정은 '실연'


- 마지막 춤은 실은 새로운 토드의 시작? -

그런 실연의 느낌은 '마지막 춤'에서 좀 더 확실히 드러났는데,
사람들이 모두 동작이 멈추고 그 동화같은(?) 악기(약간 핸드벨같은) 소리만 가느다랗게 연주되면서 다리 위에서 샤톧이 엘리를 향해서 손을 뻗을 때..
정말로 손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뻗는 것같은 표정이었음. 황제와 결혼하더라도 네 마음에 있는 건 나잖아, 하는 듯한..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애원?
그러다가 엘리가 외면하니까, 뭔가 분함과 슬픔이 뒤섞인 듯한 표정으로 다리를 내려와서 마지막 춤 넘버를 본격적으로 시작..

사실 어제 마지막 춤 넘버에서도 오케가 미묘하게 박자를 씹음. 그래서 지난 번 처럼 딱 떨어지는 완벽한 퍼포라는 느낌은 솔직히 덜했는데,
감정 전달은 어제가 훨씬 좋았음.
이 넘버를 뭔가 화려한 걸 보여주기 위한 넘버로 넣은 게 아니라, 진짜 토드의 감정이 배신감과 좌절. 질투같은 것들로 요동치기 시작하는 부분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묘하게 무겁고 비장한 표현. 
초월적 존재로서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 보다는,
널 어떻게든 다시 찾아와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어, 하지만 무슨 수를 쓰든 널 다시 찾아올 거야.. 하는 듯한 느낌.

지난 공연에서 뭔가 샤톧이 일관되게 '사악한 장난'을 즐기는 초월적 존재라는 느낌이 유지되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마지막 춤' 넘버를 전환점으로 토드 캐릭터가 완전히 변하는 것같은 느낌이었음. 이 넘버가 왜 이 작품에서 중요한 순간인지를 새삼 깨달았다는..

어제도 여전히 샤톧의 움직임은 가볍고 섹시했고..
역동적이면서 감각적인 것, 중간중간 섬뜩할 정도로 서늘한 표정과 제스처들, 금속성을 많이 활용하는 다양한 목소리 연출 등은 
지난번 공연과 비슷했는데, 달라진 게 있다면,

침대에서 부르는 '엘..리..자벳..'은 여전히 소름이 끼칠 만큼 색기가 넘쳤지만 어제 분위기에선 그게 그저 유혹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음. 뭔가 안타까움이 깃든 부름이라는 생각.. (이엠케 인간적으로 음원 좀 내줘.. 샤톧의 이 음성은 깊은 밤이나 새벽에 라디오에서 주구장창 틀어줘야 합니다. 정말 그 목소리에 빠져서 영원히 잠들고 싶네여ㅠㅠ)

또 의사분장을 하고 나왔을 때도 눈앞의 엘리의 존재를 금방이라도 움켜쥐고 싶어하는 듯한 욕망, 엘리의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 걸 즐기는 듯한 시니컬한 아우라는 같은 선상에서 조금씩 진화하고 있었지만,
초반에 보여준 그 프롤로그의 애수와 결혼식에서의 상처받은 토드의 여운이 계속 남아서
'헉컥ㅇ억ㅇ#^&$*ㅁ 부들부들 저렇게 섹시할 수가'하는(...) 반응보다는 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토드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라고.

루돌프를 잃고 나서 자기를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엘리에게 '이렇게는 니가 필요없어, 가-!'하고 외치는 장면도,
뭔가 비정하다기 보다는 자기 뜻대로 잘 안 된다는 듯한 화가 좀 느껴졌음.
빨리 데려와야 되긴 하겠지만, 엘리가 뭔가 패배자의 도피처로서 보다는, 사랑으로, 더 나은 어떤 것에 대한 희망으로 자기를 선택해 주길 바랬던 걸까..

꼬마 루돌프를 대할 때도 퇴장할 때 보여주던 그 악마같은 웃음기가 많이 걷혔고,
어른 루돌프를 나락에 빠뜨릴 때도 뭔가 재밌어 한다기 보다는 인생이란 게 본질적으로 다 그렇게 파멸하게 되어있는 거야! 그게 내 임무야! 하는 것같은 허무감과,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같은 게 느껴졌음..

마이어링 왈츠에서 죽천들이 샤톧의 다리를 잡고 올려서 총을 위에서 겨누는 장면은 그 허무한 비애감의 절정이었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장면은 시각적으로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놀람..
송톧과 류톧도 한 미모하시는 분들이라 그 장면에서 고개 숙인 상태의 얼굴(특히 코와 입의 라인)이 완전 예술인데,
위에서 떨어지는 핀조명을 받은 샤톧의 백금발 머리가 그 장면같이 판타지스러워 보이는 장면은 또 없는 것같음..
거기에 무표정에 가까운, 마르다 못해 뾰족해 보이는 샤톧의 얼굴,
뭔가 다부지다기 보다 선이 유려한 샤톧의 바디라인과 총의 화려한 장식, 유난히 눈을 부시게 하는 백금발이 어우러져서 
이 작품에서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탐미적으로 표현된 장면인 듯..
원래 페데리코 펠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같은 이탈리아 영화 감독들의 탐미적인 영상들을 헥헥대며 좋아하는 나한텐
정말 정지화면으로 보존하고 싶은 순간이었음..

극도의 슬픔과 극도의 허무가 교차하는 그 장면을 완성하는 또 다른 수훈 갑은 역시 승돌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좀 울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돌프는 왜 그렇게 아름답나요?... 그냥도 미남이지만, 그 연기가 승돌프를 너무 아름답게 보이게 만듦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죽천들한테 휘둘리는 승돌프의 모습은 그냥 글자 그대로 운명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인간의 연약함의 표상인 것같아서 넘 안타깝고ㅠㅠㅠ
승돌프 연기는 또 왜 그리 리얼한가요.. 가끔 바닥에 내쳐진 승돌프가 머리를 바닥에 찧는 것같은 순간들도 있는데 보면서도 깜짝깜짝 놀람ㅠㅠ
승돌프 좀 몸도 사리면서 연기하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오 나 승돌프 앓이 너무 심해짐.. 프롤로그부터 승돌프만 쳐다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루돌프를 어떡할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엘리지만, 이 작품의 감정적인 최고점은 이 마이어링 왈츠인 듯..
어찌보면 엘리의 고민들이라는 게 먹고 사는 데 관련된 현실적 문제도 아니고 나라와 집안을 구하는 거창한 것도 아니고
관념적(자유를 원해)이면서도 개인적인(집안 내력인 광기가 엄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것들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고작 자유 따위 얻겠다고'라는 대사에서 엘리도 스스로의 관념적인 방황을 탓하기도 하고-
루돌프의 죽음은 의문의 여지없는 비극(적어도 이 극 안에선).. 그리고 그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 엘리의 이기적인 외면.
결국 이 작품의 비극성을 완성하는 건 루돌프의 비극적인 최후인 듯..
그 순간을 그렇게 완벽하게 그려주는 샤승 페어 고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무..물론 어제도 샤승키스는 비주얼, 감정, 액션 할 것없이 쵝오쵝오.. 흡입이냐 아니냐를 떠나 ㅎㅎ;;; 그 장면은 정말.. 너무나 완벽해..ㅠㅠㅠㅠ)

장례식에서 여왕엘리의 연기는 넋이 나간 연기..
옥엘리가 좀더 한국적인 어머니(오열..)처럼 운다면,
여왕엘리가 루돌프의 장례식에서 우는 것, 또  그 후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넘버에서 보면 여왕엘리는 이미 이 때 미쳐있는 것같음..
장례식부터 이미 여왕엘리는 정상은 아닌 듯.. 암살 장면에서 잠깐 화창한 날씨를 즐길 때의 표정도 그렇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은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여왕엘리의 노래와 연기는 그 때 쯤부터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처럼 육신에서 떠 보임..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넘버에서 민옵의 애절한 노래는 마치 유령을 보고 하는 노래인듯.. 허무하고 허무했음..


- 여왕엘리에게로 난 문을 열고 들어서기 -

옥엘리와 여왕엘리는 정말 두 사람 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옥엘리가 주는 감동은 뭔가 음악적인 성격이 강하고, 여왕엘리가 주는 감동은 극적인 성격이 강한 것같음.

정확한 음정과 정확한 박자, 윤기있는 목소리와 저음, 고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신감.. 옥엘리가 목소리로 이미 관객을 압도한다면,
여왕엘리는 노래에 있어서 완벽한 클리어를 중요시하신다기 보다는 감정선이 먼저 있고, 그 감정선을 노래가 따라간다는 느낌이랄까.

옥엘리의 표현은 친절하다는 느낌.. 뮤지컬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아, 좋은 음악과 좋은 극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구나,
저 부분은 정말 슬프고 저 부분은 참 즐겁구나.. 하는 걸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 줌. 사람들을 많이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를 좋아하는, 혹시 음식이 부족한 사람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인심좋은 사람같은 여유와 배려가 느껴진다고 할까. 몰입이 쉽고, 관극 후 만족감이 큼.

여왕엘리의 표현은 처음 보는 사람이 따라 가기엔 좀 개인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만큼 개성이 강하지만, 한 번 거기 주파수가 맞으면 중독됨.. 여왕엘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밀한 개인의 닫힌 방문을 하나 열고, 혹은 드리워진 베일을 하나 걷어내고 들어가야 한다는 느낌이지만, 거기 한 번 들어가면 다른 방에는 들어가고 싶지도 않은 기분.. 마찬가지로 거기서 빠져 나오는 데도 한참 걸림ㅠㅠ

어제 샤톧과 여왕님의 케미는 그래서 너무 좋았음..
둘 다 뭔가 감정을 내면화시키는 과정들이 느껴져서. 서로 아픔들이 커지고 커져서 결국 만나 서로를 구원한다는 느낌.
마지막 샤톧과 여왕엘리의 키스신은 엄청나게 리얼하고 격정적이어서 오글로 보다가 나도 '헉'했는데;;;

샤톧의 이전작 천국의 눈물에서도 상윤준 동석준 샤준, 공주린 해리린을 다 본 나는 샤준이 선배들과 비교해도 얼마나 키스연기를 잘하는지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천눈에서 보여준, 시작되는 연인들의 달콤한 키스와는 달리, 오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보는 사람이 눈물이 핑 도는 어떤 '대단원'으로서의 키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너무 오래 기다려 왔기에 아무리 격렬해도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
그러나 운명적으로 그 키스는 죽음의 키스였기에 또 금새 닥쳐오는 허무감..
여왕엘리가 힘없이 품에서 축 늘어지는 걸 바라보는 샤톧의 표정은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고.. 그냥 허무.

물론 역사적 텍스트로서 이 작품을 읽을 때 죽음과 엘리와의 관계를 연애감정으로만 파악한다는 것은 오독의 우려도 있겠지만,
기왕에 주어진 이 감상적인 구도에서 토드 역할의 배우가 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 중의 하나로서 오늘 버전은 매우 흥미로운 버전이었던 것같음..


- 다양한 방법으로 엘리 읽기, 엘리 느끼기 -

엘리는 정말 각자 다른 것을 느끼는 사람에게 다른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문화상품이면서 풍부한 예술적 체험이라는 느낌임.
그 중에 내가 어제 아주 만족스럽게 느끼고 온 것은
엘리의 인물들의 감정선이 잘 합을 이루었을 때 관객인 내게까지 전염되는 그 '정서적인 효과'였는데,

어제는 정화조피도 마지막 넘버에서 뭔가 평소보다 힘빼고 처연한 느낌이 강했고..
(마지막 첼로선율과 함께 불꺼진 난로앞에 혼자 남는 조피 장면 항상 눈물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민제프야 언제나처럼 감정선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노래로 올킬..

뭔가 어제의 김샤은민정승 조합은 가슴이 욱신욱신할 정도로 감정이 흠뻑 배어있는 조합이었음.
보고 나서도 뭔가 여운이 길어서 집에 와서 아무 것도 보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았음. (덕택에 후기도 늦게 올림ㅎㅎ)
비록 오케는 여기저기서 삐걱삐걱 댔지만.. 기억도 안남..

수훈갑은 하룻만에 엄청나게 다른 캐릭터를 들고 나온 샤톧에게 돌림.
솔직히 진짜.. 좀 의외였음.
첫날 반응이 여기저기서 좋은 것같고 김문정쌤이나 르베이씨나 칭찬하는 기사들이 막 뜨고 하길래
아, 샤톧은 이제 연착륙 했구나. 컨셉을 잘 잡았으니 이 길로 쭉 가겠네. 쎅시하다니 사람들이 호기심에서라도 더 보러올 거아냐. 하고 생각했는데..
이미 손에 쥔 떡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걸 시도하다니.
배우로서 작품과 배역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발전해 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또 앞으로 몇십차례 똑같은 공연을 하게 될 텐데 그 공연들이 매번 같은 공연이 아닐 거라는 기대감에 관객으로서 행복함.

지난 번엔 1층에서 봤고 어제는 2층에서 봤기 때문인지 음향이 더 무난했고,
사실 어제 샤톧 마이크 볼륨을 살짝 올려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제는 묻히는 소리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그림자는 길어지고' 넘버에서 긴장감이 넘쳤음.. 샤승 케미가 키스신이 다가 아니랑게..)
그런데 '내가 춤추고 싶을 때' 넘버에서 끝에 내~가~하고 지르는 부분은 좀 버거운지 매번 살짝 삑사리가 나던데..
뮤콘 버전으로 음을 낮춰가도 될 것같던데. 뭐 음감님이 잘 지도해 주시겠지만..

어제 공연 끝으로 며칠 강제 금엘 해야 해서, 블퀘를 빠져 나오는 길에 만감이 교차..ㅠㅠㅠㅠㅠ
나도 이제 며칠동안 엘리 머글 코스프레하며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기대도 잠깐,
지난 주 토욜날 보고 노래가 넘 좋아지고 대사도 훨씬 안정돼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던 송톧을 보려면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하다니.. 하는 생각에
벌써 우울함.. 류톧은 그래도 그제 영접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글이 먼가여.. 먹는 건가여 우걱우걱ㅠㅠ 엘리 안 보러 가는 날도 나의 마음은 블퀘의 유령이 되어 떠돌 예정..

오늘낼 엘리 가는 횽들 부럽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ㅎㅈㅇㅇ:샤톧은 엘리를 정말로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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