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자체첫공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엘리가 정말 죽였다는건 느껴지더라.
 최고였어 진심.


 몬테 이후 류님 진짜 오랫만에 보는건데.. 이래저래 실망스런 소리도 나오고 기대 접고 갔지만
 역시 류님은 류님이시더라.ㅠㅠㅠㅠ
 오늘은 큰 삑은 없었어 커튼콜빼구. 본인도 공연이 굉장히 만족스러우셨는지 커튼콜때 활짝 웃으시면서 나오고
 온갖 귀여운 표정을 지으시면서 춤도 추시고...ㅋㅋㅋ


 영상에서 접했던 마테, 우베 죽음이랑은 확실히 다른 죽음이긴해.
 이건 류님 발성톤이나 음역하고도 연관이 있는것 같긴한데..
 그런 죽음들이 상당히 서늘하고, 살아있는것 같지 않고, 노래도 속삭이듯 음침하게 부르는 느낌이라면.

 류님은 에너지가 넘치는 죽음이라고 난 느꼈어.
 내가 봐왔던 죽음들은, 고음을 그렇게 쨍하게 올리는거랑은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었지만
 류님이 설정한 캐릭터 안에서는 그런 창법도 이해가 가더라구.

 그리고 확실히, 이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운건데
 연기나 노래 세세하게 따지기 전에 류님이 무대에서의 주는 그 존재감이 참 큰것 같음.
 그게 왜 존재감이 크냐고 물으면 이유를 대지는 못하겠는데, 그냥 느낌이 그래. 무대에서 존재감 하나는 확실한 배우라는 생각을 오늘 또 했네.



 의상이며 세트며 돈들인 티가 엄청 나더라구.
 여자 앙상블들 드레스는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저렴해보이기까지 하는데 비싼건 알겠음.
 근데 세트 전반적으로 너무 화려하고 과장된 유럽취향이라 좀 촌스럽다는 느낌도 살짝 받긴했어.
 일본애들이 좋아할만한 무대라는 생각도 들고. 어쩃든 화려해서 보기는 좋았다는거.

 앙상블들도, 낯익은 얼굴들이 너무 많더라.
 아니 저 배우가 앙상블을? 이런 배우들도 너무 많아서 앙상블 명단들 보니 대학로 주연급 배우들, 대극장 조연급배우들 상당히 있구나.
 앙상블에 아는 얼굴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집중이 좀 안되더라. 계속 이배우가 이번엔 어디 있나 찾게되더라고. 
이엠개가 작정하고 이 극을 올리는건 맞는것 같아. 세세하게 공을 들인게 여기저기서 티가 나.




 은케니는 1막때는 목이 좀 덜풀린것 같다 싶었는데, 인터미션때 뭘 한건지 2막때 너무 목이 트여서 놀랐네.
 1막때 잘하기는 하지만, 무대에서 좀 더 자유롭게 놀아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2막때는 너무 잘놀더라.
 내 맘속 들어왔다 나왔나요..ㅋㅋㅋㅋ
 은태배우를 볼때면 항상 열심히 한다! 라는 느낌을 받았거든. 무대위에서 열심히 하는게 보이는데
 때로는 그 열심히 하는게 너무 보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굳어있단 느낌을 받았단 말야. 근데 오늘 키치나 2막 씬들은 정말 새로운 발견이었어.
 
 그리고 귀에 쑤셔박아주는 딕션! 해설자 역할인데 딕션 나쁘면 상당히 곤란할텐데 정말 귀에 쏙쏙 박히더라.
 게다가 노래 원래 잘하지만, 훨씬 안정적으로 소리내고.. 예전보다 목을 덜 쓰고 편하게 내는게 확실히 느껴져서 또 내가 다 뿌듯.
 루케니 노래가 엄청 고음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큰 이상없이 잘 소화할수 있겟다 싶었어.



 윤영석배우는 전작 햄릿에서 상당히 실망했었는데, 오늘은 좋았어. 우유부단한 요제프 캐릭터 잘 살린듯.
 그리고 역시 보이스가 너무 좋아서.. 류님이랑 둘이 부르는 씬에서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네. 
 그러나 역시 요제프는 나쁜놈임. 극 보면서 한숨나올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거..



 정화조피는, 목소리가 원래 저음인가? 일부러 낮게 내시는건지 어쩐지 몰라도 노래가 살짝은 힘겨워보였다는거.
 연기는 좋았어. 근데 태원조피도 궁금하긴 함.

 승대배우는, 류님이랑 둘이 붙을때 성량이 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노래는 괜찮았음. 루돌프 비중자체가 워낙 적어서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것 같은데 짧은 시간에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펼치심.
 근데 역시 송토드랑 더 잘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라..



 그리고 선영엘리.
 지킬, 조로 선영배우가 하는거 다 너무 좋게 보고, 정말 믿고 보는 여배우중 한명인데 오늘 상당히 실망했어. 물론 내 기대치가 크기도 했지만..
 일단 음역대가 안맞더라. 본인하고 너무.
 
 선영엘리가 잘 낼수 있는 소리보다 높은 음이 많으니까 본인이 노래를 편해하지 않는게 느껴져서 보는 사람도 불안불안.
 게다가 좀 질러야 할부분에서는, 엘리는 더 성악적으로 곱게 소리를 내는게 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영엘리는 한이 느껴짐. 고음에서.

 물론 전반적으로 캐릭터 자체가, 더 유약하고, 더 분노하는 엘리로 잡은것 맞는것 같은데.. 뭔가 본인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까고는 있지만 연기는 정말 훌륭했음. 내가 까는 부분은 온리 노래뿐..
 선영배우 감정연기야 뭐... 연습영상에서도 그렇지만 짧은 시간내에 본인도 확 몰입하고 주위도 확 몰입시키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



 어쨌든 극은 전반적으로 훌륭했음. 엘리영상을 몇번 돌려봐서 이미 줄거리나 넘버를 다 알고간 입장에서는
 이걸 한국에서 어떤식으로 세트, 의상을 만들지, 배우들이 어떤식으로 소화할지가 관극 포인트 였는데
 결론은 만족스러웠다는거.

 근데 엘리자벳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는 일반관객들도 이걸 재밌게 볼수 있을지는 궁금하더라. 화려하고, 노래 계속 나오고 하니까 재밌게 보려나?
 문득 그게 궁금해졌어.


 관객들 다들 한마음이었는지 오늘 커튼콜때 객석 환호성이 지붕 날리는줄. 무슨 콘서트 온것 같았는데.. 귀찢어질듯한 함성에 배우들이 좋아하는거 보니까 나도 덩달아 흐뭇하고.


 
 내일 낮에 옥엘리-송토드로 보러가는데 그건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

 암튼, 덕이라면 한번쯤은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정도 배우 캐스팅 라인업은 다시 있기 힘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