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공일에도 끊임없이 러시아 앓이를 하다가 그냥 떠오르는 생각인데..
코마로프스키가 마지막에 지바고를 찾아왔을때 하던말중에
그런식의 용기는 절대 용서받지 못해! 하던 대목에서 참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
그런식의 용기라는건 어떤걸 말하며, 또 왜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는지..

코마로프스키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잖아
변호사가 권력을 잡고 있을땐 그 권력을 휘두를 위치에 있었고
붉은군대가 정권을 잡았을땐 그 정권에 맞추어 살았던 사람이고.
좋게 말하면 유도리 있고 나쁘게 말하면 박쥐같은?
스스로도 자신을 적으로 만드는게 위험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편에 서는걸 추천할정도로
세상의 변화에 맞춰가는데 아주 익숙한 사람이고..
그런데 코마로프스키라고 그런 자신의 태도가 좋았을까? 

난 코마로프스키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게 그 시대에 자신을 지키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렇게 태도를 변화해서 자신과 다른사람을 지키며 살아가는것도 어떻게 보면 용기니까?


그런 그의 입장에서 유리 지바고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어느 편에 기생하기는 커녕 어느 쪽에 속하지도 않았고
위에서 시키는대로 글을 쓰지도 않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자신의 생각을 밝혔지.
물론 어느쪽에서 보면 그건 또 다른 방향에서의 용기잖아.
어느 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역사에서도 존경받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용기.

하지만 코마로프스키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맞추어봤을때 
그건 사랑하는 사람은 커녕 자기 자신도 지킬 수 없는 방법이었어.
실제로 코마로프스키가 이 대사를 하는 장면도 결국 유리 지바고는 세상 어느쪽의 보호도 받지 않은채 쫒겨다니는 중이었으니까

난 저대목을 들을때 코마로프스키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있는것 같았거든.
코마로프스키는 유리지바고의 행동이 자신이 갖지 못한 '용기'라는건 인정하고 있었어.
하지만 결코 자신은 이해하지도 이해할수도 없는 용기의 방법이었을거야.
그래서 그런식의 '용기'는 절대 용서받지 못한다고 말한것 같아.  


이 부분이 코마로프스키와 유리지바고로 대변하는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 아닐까?
꼭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있고 사상적인 대립이 생기면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잖아.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들로 대체될수 있을것같고.
그렇다고 친일파의 행동이 정당했다는건 아니지만 저런 가치관적인 대립은 실제로도 있었고
작가가 그 부분을 저렇게 대변한게 아닐까 싶었어.
시대에 편승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어쨋든 자신과 주위사람들을 지킨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뚝심을 지키면서 핍박받고 고난에 처했던 사람들.
좀 위험한 발언일까? 싶지만..문득 저 대목을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저렇게 생각하니까 홍바고가 잡은 캐릭터. 세상에 거스르려하지 않고 그렇다고 피하려 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수동적이지만 시인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시로서 자신의 생각을 남긴 캐릭터가
납득이 되더라고.  

소수민족들은 이부분을 어떻게 이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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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뻘소리 하나 더 해보자면

지바고와 파샤의 마지막 대면장면에서 지바고가 '자고가지' 하잖아 ㅋㅋ
이부분이 초반엔 쌩뚱맞아서 좀 웃음이 나오기도 했는데
홍바고가 이부분 대사를 칠때 왠지 느낌이 그냥 쉬어가라..는게 아니라
파샤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뉘앙스?처럼 들리더라고
생각해보니까.. 지바고는 심장병으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느끼고 있었을테고
이때 파샤가 나타나서 대화를 통해서 지바고도 파샤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는걸 알게 되잖아
지바고가 라라한테 반했던 이유가 불같은 열정, 뒷일은 상관도 없이 오로지 그 순간만을 위해 산다는 것 때문이었잖아
파샤 역시 지바고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여자의 복수를 위해 일생을 바친거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더라고.

물론 이건 나의 상플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고나니 되게 헛소리같네...............
러시아앓이하다가 그냥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는데 어디 풀데가 없어서
주절거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