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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7 엘리자벳 김/류/은/동/민/태/서 후기

Li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3.18 13:23:47
조회 1066 추천 8 댓글 35

이번 엘리는 참...갈까말까 하고 잡아놨던 회차까지 결국은 다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이틀 걸러 갈 정도로 내가 이 작품에 홀릭, 인가 생각하면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뭐 결론은 역시나 따로따로 공연해도 다 챙겨볼 류/은/동이 일케 다 같이 나오니 나란 덕은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단 거지만. 게다가 어차피 이달 지나면 다음 달엔 김류은동도 없으니까요-

 

어제 공연은 딱 클리어.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날은 있지만, 내가 봐 온 김류은동 중에서 누군가를 데려가야 한다면 역시 오늘이겠다, 싶을 정도로 나무랄 데가 별로 없는 공연이었음. 사실 공연 시작한지 인제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다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안정도는 일찌감치 나와줘야 했던 것 같은데, 배우들보다도 오케랑 음향이 이제껏 계속 테러였으니 뭐-_-;;

 

전반적으로 볼륨이 좀 작다, 싶은 감은 있었는데 음향이 들은 중 제일 깔끔하고 잡음이 적긴 했고 오케도 침몰하는 배 부분에서 좀 삑 난 거 말고는 이전에 비하면 확 좋아졌고. 그니까 정신차리면 일케도 되는데 왜-_-;;;  

 

은케니-류죽음일때 프롤로그에서 그 둘이 부딪히는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이 부분이 처음부터 배우들이 확 올려야 하는 부분이라 오늘의 목상태가 짐작가는 부분이기도 하고. 특히 마지막 엘리-자벳 하고 주고받는 부분이 그런데 어제는 은케니 목상태가 별로라 거기서 살짝 평소보다 약하다, 싶으니 바로 그 다음에 본인이 확 치고 들어오면서 엄청 질러주시는 류죽음때매 속으로 좀 웃었....아우 참 귀여우신 분. 모르긴 해도 절케 주고받는 거, 보는 나만 재밌는게 아니라 본인들도 무척 재밌을 거 같다는데 한 표.

 

은케니도 은케니지만 위쪽에서 은케니를 내려다보는 류죽음님 표정이 너무 강렬해서, 원래 루케니와 죽음이 이렇게 서로 의식하는 구도인건지가 무척 궁금해지는데, 하긴 요새 은케니 디테일을 보면 루케니도 엘리자벳을 사랑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판이라.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극 중에서, 자신이 죽인 그 불가해한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 같은 뉘앙스를 곳곳에서 보여주는 은케니라서 이건 삼각이 아니라 사각관계였던가, 하는 뻘생각도 하게 만든다는-

 

요즘 소녀시절의 선영엘리는 진-심 너무 사랑스러워서 뭔가 죽음과 요제프와 루케니가(응?) 다 이 아가씨를 보고 우쭈쭈 하는게 너무 이해가 가고 있.....류죽음님은 프롤로그에서도 정말로 달달하게, 난 그녈 정말 사랑했다고 고백하더니 안아올렸던 씨씨를 안전하게 내려놓고 나서 그 뺨을 손으로 쓰는데, 뭐랄까, 무기질적이었던 죽음이(...혹은 인간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신적인 존재가) 이 소녀로 인해서 인간의 감정을 알게 되었다, 는 느낌이 확 들더라. 가지마요, 왕자님-하는 씨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라져갈때 얼핏 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붙잡는 것을 흐뭇해하는 옅은 미소가 그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고.

 

오스트리아 황궁 씬에서는, 아 역시 난 태원조피 목소리가 참 취향- 정말이지 아름답고 위엄넘치는 대공비전하라서, 궁전의 모두가 꼼짝못하는 것도 당연해보이고. 오늘 보니 그륀네 백작에게 황제가 하문하기 전에 이미 조피가 그륀네 백작에게 눈짓으로 다 지시를 하는 거더라. 그래서 군대를 못 보내게 되어 물먹은 라카이 대원씨는 툴툴거리고.

 

아아 그리고, 전부터 어머니의 청원 부분에서 죽음이 날개를 흔들고 있는 동안 (죽천이 분장한) 군인들이 같이 얇은 베일이 달린 한 쪽 팔을 흔들어서 날개같은 효과를 내는 건 정말 깨알같은 연출이다, 했는데 오늘 여기서 은케니가 똑같이 팔을 흔들어보이다가 마지막엔 목자르는 시늉을 하는 디텔을 확인하고 깜노르- 어우 정말 은케니 디테일이랑 표정이 곳곳에서 어찌나 깨알같은지, 목상태가 최상이 아니라도 그 디텔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은케니라능- 게다가 뭐, 목상태 역시 계속 본 사람이나 아는 거지 첨 본 사람들은 못 느낄 만큼 지를 덴 다 질러주고 있고.  

 

바트이슐 씬에서는 역시나 손으로 나비를 잡고 태연스럽게 오리 목을 잡아채고 케잌에 정신이 팔리는 씨씨가 너무 매력이 넘쳐서 왜 요제프가 한눈에 끌리는지 이해. 궁전에서만 자란 황제가 그림같이 조용한 귀족 처자들만 접해봤지 어디서 저렇게 생명력 넘치는 아가씨를 접해봤을까 싶더라. 근데 여기서 거슬리는 번역 한 가지는 루케니의 황제도 "소신"이 있으니까, 하는 부분. 헬레네 대신 엘리자벳을 택하는 건 사실 소신..이라기 보단 차리리 의견이나 취향이나 고집같은 단어로 대체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단 말이지.

 

엄마들을 퇴장시키고 엘리와 요제프의 손을 잡게 해 주기 전에 엘리자벳의 손을 뺨에 가져다대는 은케니의 디테일은 객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건지도 모르지만, 루케니도 엘리자벳한테 맘이 끌리는게 아닌가 하는 망상에 좀 더 힘을 불어넣어주고- 그렇게 보고 나면, 배를 저어주는 루케니가 서로에게 정신없는 두 연인을  바라보는 눈길에서도 어딘가 씁쓸하고 소외된 느낌이 나더라. 그리고 첫만남에 이어 이 장면에서도 민제프도 참- 달달하니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남자. 어제 민제프 같은 경우엔 여기서부터 언제나(물론 중간에 인형극씬에서 엘리의 호소를 뿌리치는 부분에선 잠시 정말 권태로운 남편 같았지만), 영원토록 엘리자벳을 사랑하는 라인이 전반적으로 아주 잘 이어졌던 것 같고.

 

결혼식에서도 여전히, 조피와 막스의 안 어울려-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넘치는 이 커플인데, 그래서 마지막 춤, 은 좀 난입의 감도 있었...ㅎㅎ 이게 참, 류죽음 쪽은 가지마요 왕자님-을 기억하고 나야 나, 하고 팔까지 벌려보이면서 너무 자신감있게 등장하셨다가-_- 엘리의 반응을 보고 오난전 배신감 느끼는 표정;;; 그래서 마지막 춤은 묘하게 굉-장히 강했는데 이게 뭔가 죽음이 그래본들 넌 내꺼야 두고봐- 하고 성질을 머리끝까지 부리는 걸로 보이기도 했...-_-;; 그래도 묘하게, 28일에 그 찌질한 구남친 모드에 헉 한 이후부턴 찌질해보이진 않고 멜러돋거나 격렬하거나 하는 쪽으로 가니 다행;;       

 

황후는 빛나야 해, 에서 태원조피를 보면 이 분은 정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황후의 위엄을 지키는게 전혀 어렵지 않은 드문 타입의 사람이라, 그렇지 않은 씨씨와의 사이엔 넘사벽-이 있어서 서로 절대 이해가 안 되었을 거 같긴 하고. 여기서 요제프 불러다 놓고 씨씨와 양쪽에서 기싸움하는 부분에서 태원조피 표정이 또 참 깨알같아서, 아들이랑 눈 마주칠 때의 얼굴표정과 아들이 씨씨를 볼 때의 표정이 달라지더라고. 암튼 난 역시 여기서 왜 민제프가 엄마를 못 이기는지 십분 이해. 저런 엄마 이기는 건 민제프보다 더 강한 아들이라도 쉽지 않음-

 

어제 선영엘리 나는 나만의 것, 은 들은 것 중에 베스트라고 말하고 싶은데, 약함과 강함, 절망과 희망, 절규과 다짐이 한 노래 안에 정말 잘 조화되어서 들어가 있더라. 지난주부터 아예 몇 군데 올리던 부분을 낮춰 부르긴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감정연기는 더 깊어지고 목소리도 더 풍부해져서 난 오히려 더 나은 듯.  

 

헝가리씬에서 어린 조피가 죽고 나서 등장한 류죽음은 또 참으로 유혹적이었고- 어제 선영엘리 같은 경우엔 다시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지난번의 그 멍하고 부유하는 느낌은 역시 의도한 바라기보다는 배우 컨디션으로 의도치 않게 나온 거였나, 싶게 분위기가 또 달라지긴 했는데, 대신 죽음과의 마주침이 거듭될 때마다 조금씩 더 죽음에 매혹되고 끌려가는 느낌을 살려서 좋았고.

 

프롤로그와 마지막 침몰하는 배, 그리고 카페씬을 보다 보면 엘리자벳을 관통하는 저 정서는 결국 한국에서는 이해되기 힘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카페씬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무너져가는 세계, 에 대한 당대 오스트리아인들의 정서는 모든 번영과 영화를 그 극점까지 누려본 뒤에 그것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어느 정도 싫증도 났기에 보이는 나른함과 데카당스-란 말이지. 사실 죽음에 끌리는 엘리자벳의 정서 역시 마찬가지로, 다 가지고 있는 자가(시어머니와의 갈등이나 궁중 생활에의 부적응 같은 건 어찌보면 황후라는 자리에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거고, 엘리자벳이 무책임한 이기주의자였다고 하는 루케니 말이 맞는거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단 한 가지, 자유와(...라지만 사실 그 정도면 맘껏 자유롭게 산 거 아닌가 싶기도-_-) 그것을 의미하는 죽음에 끌리는 거라서, 그야말로 늙은 거인인 유럽의 정서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러니까 그야말로 문화차이, 라는 건데- 나라 전체가 배고픈 상태에서 벗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가지겠다고 바둥거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저렇게 니힐한 감성이 100% 이해되는 건 어렵겠다 싶더라. 배우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일진데 엘리자벳의 원 정서를 자기가 이해되는 만큼, 자기 코드대로 재해석해서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싶었고. 

 

동돌프는 오늘도 목마 잘 타고 나왔고(사실 난 걸어나오는 걸 한 번도 못 봐서- 루드비히가 키가 더 클 필요는 없어보여서 참 다행이지만 역시 목디스크 조심;;싶..), 여기서도 신나서 여기저기 손짓으로 지휘해대는 은케니의 연출자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동시에, 마지막에 죽음과 또 한번 챙-하고 시선으로 부딪히는게 참 좋고.

 

준서돌프는 정말 어찌나 여리고 가련한지, 말로는 엄하게 굴면서도 코트를 여며주는 태원조피 손길에서도 어쩔 수 없는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거 같더라. 

 

밀크, 는 난 보통 앙상블과 은케니를 같이 보는 편인데 어제는 은케니 보느라 앙상블은 살짝 뒤로 밀쳐졌....어우, 은릿 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오필리어, 수도원으로 가-에서 오필리어를 볼 때랑 뒤로 돌아섰을 때 은릿 표정이 확확 변하는 거 하나로 감정을 표현해줘서 우와, 싶었는데 밀크는 그 간극이 더 커진 듯. 배달이 없습니다-할 때의 동정심 가득한 얼굴과, 군중들이 분노하기 시작하자 내 그럴 줄 알았지-하는,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아 먹혔다!!하는 득의양양한 얼굴의 갭이 정말이지 소름끼칠 정도더라. 박은태, 정말 언제 이렇게 컸나요- 게다가 어제 분명 목상태 안 좋았던 거 티가 났는데, 어떻건 밀크만은 내가 올킬하고 간다-는 듯이 죽죽 뽑아올리는 고음이라니.

 

1막 끝 나는 나만의 것, 리프라이즈에서는 그야말로 위풍당당, 황후라기보다 여왕인 선영엘리를 볼 수 있었는데...여기서 왜 류죽음 마이크가 글케 죽었는지 의문. 누구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답 좀 해주면 좋겠는데, 시작 전에 배우별로 마이크 볼륨 세팅 하고 나면 극 내내 그걸 그대로 두는 건지, 아님 넘버마다 조정실에서 볼륨을 조정하는 건지가 궁금해지더라. 후자는 너무 번거롭고 위험스럽지 않은가 싶은데, 같은 극 안에서 배우들 마이크가 그 정도로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도저히 전자같지는 않아서 말이지. 아무튼 처음 이중창에서 다른 날보다 너무 류죽음 목소리가 묻혀 들려서(...게다가 본진님이라 치는 쉴드가 아니라, 이 양반은 삑이 날 지언정 성량이 부족한 분은 아니....-_-) 뭐지? 했는데 결국 다음 소절에서는 본인이 확 질러서 치고 나오면서 맞춰지긴 했음. 근데 류죽음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마이크 볼륨이 좀 죽었단 느낌이라, 나만이 아니라 인터미션에 여기저기서 그런 소리 하는 게 많이 들렸고.   

 

키치는 그야말로 루케니 아이도루 돋는 넘버가 된 느낌이고(그리고 그 외쿡인 연주자가 어젠 본 중 제일 매끈하게 연주를 해 준 것도 한 몫-), 어제 굉장히 좋았던 건 이몸이 춤추실 때. 엘젠에서 선영엘리가 너무 파워충전, 이라 이런 식이면 또 엘리가 확 잡아먹어버리는 넘버가 되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오호, 이게 파워게임이 아니라 성적인 끌림을 바탕에 깐 밀당 넘버가 되었더라. 물론 원래도 파워게임/밀당의 요소가 같이 있는 넘버지만, 이제껏은 파워게임 쪽이 지분이 크고 성적인 코드도 그쪽에 들어갔다면(..이러면 류김의 경우엔 댄저러스 게임, 이 되는 거였..;;) 어제는 죽음 쪽이 한결 여유있게, 그래, 지금 좋지? 내가 없어도 될 거 같지? 그래도 넌 언젠간 내 것이 된다니까- 그래본들 나한테 끌리는 거 다 알고 있어, 하고 유혹하는 느낌이고, 선영엘리도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나 그 유혹에 끌리는 면모를 보여줘서 아주 매끈해졌다고나 할까.

 

어제 죽음-엘리 사이에 성적인 느낌이 강했던 건 말라디 씬에서도 이어져서 엘리를 더듬는 의사 코스프레 죽음님의 손길이 평소보다 좀 강했....목걸이 던지는 씬은 이게 너무 받기쉽게 던져주게 되면서 아예 느낌이 변해서, 첨 봤을 땐 화가 난 엘리가 목걸이를 내팽개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인젠 남편의 목걸이 따윈 필요없으니 너나 가지든지-하고 던져주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나-_-;;;

 

벨라리아, 에서 정화조피는 정말 늙고 처연하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진 여자 같다면 태원조피는 몰락마저도 여전히 화려하다는 느낌이고..정신병원 씬에선 지난번부터 대웅배우 헤어스타일에 속으로 빵 터지고 있;;;; 그러나 아무것도, 에서의 선영엘리 감성은 여전히 참 좋고.

 

성인 루돌프의 2:8 가르마는 갈수록 단정해지고 있는 거 같고, 뭔가 참, 아버지를 깐족깐족 도발하는 것이 왜 그 넘버 제목이 "루돌프, 난 정말 화났다"가 되고 이 황태자가 황제의 골치거리인지 참 알 거 같...-_-;; 그게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었던, 혹은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치기어린 반항이었던 간에 루돌프가 택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의 수용은 크게 보면 오스트리아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건 루돌프에 대한 쉴드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림자는 길어지고, 는 본 중에서도 류동 모두 씬나게 질러대면서도 호흡이 착착 맞아들어가서 아주 속시원했....그러니 EMK는 부디 보너스 트랙에 류동 그림자를 넣습니다 롸잇나우!!! 음모, 에선...음, 난 동석이가 그냥 걸어야 한다면 카페씬 말고 차라리 이 부분이 나을 듯. 루드비히는 그나마 안정적인데 이 씬에서 동석이 태우는 현표씨랑 다른 앙상블 한 분은 너무 힘들어보이고 동석이도 허리가 구부정해지면서 완전 힘들어보이....;;;; 그렇게 무등태워도 전혀 혁명 지도자같지 않아요-_-;;;

 

그리고, 사실 거듭된 재관람에다 엘리가 상당히 기빨리는 공연이다 보니 나도 거울송에서는 좀 기대고 보고 있다가, 아버지에게 내 얘길 해달라고 절규하는 동돌프 표정 하나에 벌떡 몸을 일으켰....어찌나 처절하던지, 워낙 저 장면은 잘 하는 편이니까-하고 나이브하게 보고 있다가 그 표정엔 새삼 가슴을 확 찔린 느낌이더라. 정말이지, 어제 동돌프 짝짝짝- 마이어링에서 너무 격렬해서 아래쪽 단추가 풀린 것도 물론 좋았지만(...) 어제 나한테 동돌프 베스트는 거울송에서의 그 표정. 난 사실 엘리는 나한테는 눈물포인트가 없는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어제는 동돌프의 그 표정, 그 절망과 이어진 장례식 씬 선영엘리의 절규에서 내가 눈물이 그렁해지더라는.

 

그리고 역시 처음에는 흥미로운 대상, 일종의 사냥감-이었던 엘리를 죽음이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건 이 장례식 씬. 그렇게는 네가 필요없어, 라 부르짖는 죽음은 그렇게 도피처로서가 아니라 너의 자유의지로 나를 선택해, 하는, 사랑하지 않으면 내게 오지 마, 하고 말하고 있는 느낌이거든.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에서는 여전히 사랑하는 민제프와 이제는 텅 비어버린 선영엘리의 대조가 두드러지고, 침몰하는 배-에서는 엘리자벳의 세 남자(...)라 부르고 싶어지는 요제프, 루케니, 죽음의 기 싸움이 대단. 루케니와 죽음이 이제 손을 잡았으니 요제프에겐 승산이 없다 싶기도.

 

베일이 떨어지고, 는 류죽음의 디테일이 더 매끄러워져서, 선영엘리와 키스하는 타이밍도 좋고, 품 안에서 늘어진 엘리자벳의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면서 이제, 그녀는 영원히 나만의 것, 하고 미소짓는 표정이 극 전체를 정리해준달까. 그리고 그 엘리와 토드를 배경으로 올가미에 자기 목을 집어넣는 은케니의 표정 역시 굿.  

 

공연이 클리어했던 만큼 커튼콜 역시 언제나 그랬지만 다들 굉장히 업되어 보였고- 뭐 루케니랑 죽음 차례야 원래 아이도루 공연장이지만 선영엘리한테도 평소보다 더 많은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선영엘리 역시 그럴만한 공연을 해낸 만큼 아주 만족스러워 보여서 좋았고.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루케니와 죽음이 엘리자벳-하고 한 소절씩 주고받으면서 하이파이브 하는 건, 두 배우 다 굉장히 좋아하는 나한텐 특별 보너스 트랙 같달까. 은케니는 어제 마지막 커튼콜에선 엘리에선 잘 안 보여주던 머리 위 하트까지 보여주고, 그 와중에 마지막 인사하기 전에 선영엘리랑 류죽음이 손잡는 타이밍이 잘 안 맞아서 다들  빵 터지고. 커튼콜에서 워낙 류님을 아가돌프들이 독점하다보니 소외당한 동석이는 맨날 은태형한테 뭔가 집적이다가 혼나고 있는데 그거마저도 참 훈훈-      

 

엘리자벳 같은 경우 공연이 흥하다보니 이러니 저러니 말도 많이 나고 있지만, 사실 그것 역시 관심의 증거라고 생각한다면 공연을 만들어가는 쪽도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 공연을 만드는 쪽에서 정말 두려워해야 할 건 그 공연을 보는 사람이 많은 만큼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악플이나 지적이 아니라, 비어있는 객석과 무반응이 아닐까 싶거든. 물론 어느 분야이건 만들어가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은 입장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진심이 진심으로 통하지 않을 때의 실망과 상처가 어떨지도 충분히 짐작이 가고. 하지만 만드는 이들이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만큼, 보는 사람들 역시 귀한 시간과 돈과 정열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면 좋겠다, 싶네. 무대 쪽에 있는 사람들 처우가 워낙 열악하다 보니 엄청난 티켓값을 들여서 자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을 상대적인 사회경제적 강자,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만드는 이들이 만드는 것이 좋아서 박한 처우를 감수하고 있듯이 보는 쪽도 보는 것이 좋아서 자신의 다른 부분들을 희생하고 거기에 투자하고 있는 거니 말이지.   

 

그래서, 아무튼 즐겁자고 하는 일이니 다들 상처받지 말고, 조금은 둥글게 둥글게. 소통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겠지만, 그와 별개로 나와 상대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 부디 다들, 즐겁게 덕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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