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체첫공 후 극을 이해 못하겠다고 매우 까는 후기 썼었는데...사죄드림.
오늘은 개처럼 울며 봤어요.ㅠㅠㅠㅠㅠㅠ

일단 오늘은 두번째 봤기때문에 가사도 잘 들리고 추상적이었던 연출도 이해하기가 쉬워져서
어제는 놓쳤던 감정선들을 따라갈 수 있었어.
볼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놓은것이 도움이 됐어.
악기 연주가 중요한 극이니까, 다른 극처럼 친절하게 대사와 액션으로 상황을 설명해줄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음악으로 상황을 느끼자! 라고. 그러니까 훨씬 이해하기 쉽더라.
어제는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우정이나, 에이협의 복수심, 스타벅과 에이협의 대립, 퀴퀘그와 네레이드의 교감, 기타등등
이 극에 등장하는 감정선들이 죄다 따로 논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가사가 다 들리고 저 음악이랑 몸짓들이 뭘 표현하는건지 알고 보니까
그게 전부 거대한 바다 위에 떠있는 배 한척이라는
작고 닫혀있는 세계속에서
하나의 드라마로 묶이더라고. 
그런걸 군상극이라고 하나? 암튼.

그리고 퀴케그 언제 죽은지 확실히 알았고 (......) 네레이드가 갑판에 올라와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도 알았고 (......) 마지막에 무대 앞으로 나온 스텁이 모비딕이었다는 것도 알았어. (.......) 
실은 나는 편견 없이 극을 보고싶어서 자체첫공 전에 예습은 커녕 리플렛조차 안보고 들어가거든.
그래도 이해가 되어야만 좋은 극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오늘 이거 보고 나와서 배우 소개에 스텁/모비딕 이라고 적힌거 보고 황당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뜨고 봐놓고도 이걸 몰랐던거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뭐니 ㅠㅠㅠㅠ

그리고 어제도 썼지만 자리 정말 중요해.
어제는 1열 중앙블럭 왼쪽이었고, 오늘은 1열 중앙블럭 오른쪽이었어.
왼쪽에 앉으면 퀴퀘그랑 이스마엘이 피아노 근처에 있을때는 퀴퀘그는 뒷모습이라 안보이고 이스마엘은 피아노에 가려서 안보이거든.-_-;;
그래서 대체 쟤들이 뭘 하는건지 알 수가 없어!! 오른쪽 자리가 아니면 차라리 뒤로 갈것을 추천드림!!

물론 어제 이해 못했던건 사실이야. 어제 가사가 안들렸던 것도 사실이고. 연출이 난해하다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고.
두번째 봐서 좋았다고 첫번째 봤을때 안좋았던 사실이 사라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너무 좋아서, 혹시 어제 나의 후기때문에 안좋은 선입견을 가진 관객이 한명이라도 있을까봐 사죄드리고 싶어.ㅠㅠ
사죄의 의미로 회전문을 돌겠음. 나는 이제 또 표 잡으러 가요.ㅠㅠㅠㅠㅠㅠ
더블베이스 간지터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지호 피아노치는거 미친거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연기도 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