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엘리 밤공 후기

123 · 2012.04.04 01:48:07

송톹 사라져가는 모든것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상냥하고 나약한 죽음. 그에게서만 보이는 특별한 이중성이 마음에 든다. 언제나 외로워서 데려가고 싶어하지만 생명이 끝나는게 두려워서 항상 흠짓흠짓. 모든 생명이 안타깝고 가엽고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쓰다듬다가 결국 슬퍼하며 상냥하게 데려간다. '신이시여..'에서 어느 어머니의 아들을 데려갈때도 마음아픈지 한참을 쓰다듬쓰다듬 하다가 요젭이 기각한다 라고 하니까 날개로 포근하게 안아준다. 참 상냥하다. 또 그만큼 외로워하고. 이런 죽음이라면 곁에 있어 주고 싶네.

근데 송톧은 선영 엘리와 있으니 짝사랑 느낌이 가득가득. 옥엘리와 있을땐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선영 엘리와 붙여놓으니 완전 애절한 짝사랑. 선영 엘리는 송톧을 진심으로 사랑한적 없는데 송톧만 애달파서 닿는것조차 조심스럽고 멀리서 보고 또 보고 시선에 애정이 듬뿍. 송톧은 언제나 엘리를 너무 사랑한다.

특히 송톧의 애달픔은 '베일이 떨어지고' 에서 정점을 달리는데 언제나 마지막 장면이 참 가슴아프다. 따른 죽음은 '베일'에선 애달픔보다 드디어 마지막이 왔다, 그동안 너를 지키느라 고생했다 라는 감정이 더 큰데 송톧은 유달리 '베일'에서 슬프고 안타깝다. 엘리가 서서히 죽어가면 저 다리 끝에서부터 터덜터덜 걸어와 슬프게 엘리자벳 부르고 엘리가 울면서 다가와 안기면 엘리의 어깨에 얼굴까지 파묻고 한참을 꼭 껴안고 있다. 자신에게 온게 기쁘지만 그것보다 죽음을 줘야 한다는게 슬퍼서 안겨있는 순간까지 한숨쉬며 슬퍼하다가 마지막 정말 찐하게 키스하고는 엘리가 죽자 비탄하며 엘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멍하니 루케니에게 죽음의 시선을 보내고는 암전될때까지 엘리의 가슴에 슬프게 얼굴을 묻고 있다. 송톹은 참 로맨틱해 ㅠㅠ

난 송톧 특유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외롭고 상냥한 죽음이란 설정이 참 좋다. 어린 루돌프를 만나서 가만히 손 마주잡고 있다가 손등에 키스하고 입술에 키스하려다가 정신차리고 이러면 안돼 하고 돌아서서는 그래도 외로워서 뒤돌아보는 죽음씨가 정말 좋다 ㅠㅠ 물론 노래에서는 언제나 현실입갤이 되어버리지만..... 특히 마지막 춤에서는 초반에 집중하다가 후반부에 완전 현실입갤. 처음 봤을때 정말 제대로 현실입갤 해서 뒷장면으로 넘어가서도 계속 현실입갤이었지만 지금은 좀 나아져서 박수치고는 다시 집중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적응 되지 않는다. 송톧은 특유의 디테일은 참 좋은데 노래만 어떻게 잘 하면 안될까 싶다 ㅠㅠ 결코 못하는건 아닌데 아슬아슬....

근데 엘리 오케 좀 느려진듯. 느려지니까 대사를 또박또박 여유있게 쳐서 앙상블의 노래를 다 알아들을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래도 카페신은 여전히 넘사벽... 안들려.) 박진감이 조금 떨어지는 것같아 그건또 좀 거슬리고. 막귀라서 따른건 다 좋은데 결혼식 장면에선 조금만 빨리 해줬으면 좋겠네. 결혼식 장면의 웅장하게 압박하는 듯한 느낌 좋아하는데 박자가 조금 느려지니까 왠지 루즈한 느낌..... 뭐, 그 장면 말고는 불편감을 못느꼈지만 간만에 엘리봐서 그런지 느려진듯한 느낌에 깜놀.

선영 엘리는 1막은 전체적으로 루즈했고 2막은 정말 좋았다. 특히 '아무것도' 부터 '베일은 떨어지고 까지' 정말 최고최고최고 ㅠㅠㅠ 정말 추하게 엉엉 울었다. '아무것도' 시작부터 끝까지 울기는 또 처음이네. 정신병원에서도 덤벼드는 가짜 엘리에 놀라서 멍하니 쳐다보다가 천천히 울먹울먹 거리며 진심으로 부러워하는게 느껴졌다. 자신이 분명 모든것을 다 가진 진짜 엘리 인데도 내가 정말 엘리자벳인가 아닌가 자신감이 없는데 저 여자는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짜 엘리인데도 자신감 가득하니 그에 비교해 자신은 더더욱 아무것도 없어 보이고 자신보다 오히려 저 여자가 더 행복해 보여 절망하는 선영 엘리는 정말 정말 언제나 좋아한다. 오늘은 특히 이런 감정이 더 절절히 잘 느껴져서 노래 시작부터 눈물 뚝뚝 흘리며 봤다.

항상 볼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선영 엘리는 정말 지독한 이기주의자에 자기애와 자기 파괴로 똘똘 뭉친 엘리인듯 싶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만은 포기할수 없는듯. '아무것도'에서 노래했듯 미치면 모든게 해결되지만 그러면 자기 자신을 전부 놓아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자기애때문에 자신을 놓을수도 없는 가여운 선영 엘리. 돛단배 씬에서 요젭에게 사랑이 모든걸 해결해 줄수 없다고 하는데 그때 선영 엘리는 자신이 이때까지 추구해온 자유도 자신을 구원해줄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긴 세원동안 추구해온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포기 할수 없어서 그래서 요젭에게 기적은 없고 함께 있어도 좋아질수 없다고 하는듯. 그래서 '베일은 떨어지고'까지 아슬아슬하게 자기 자신을 유지해오던 선영 엘리가 죽음에게 매달려 울때 정말정말 감정이 격해진다 ㅠㅠ

어쩌다 보니 승돌프를 오늘 처음 봤는데 거울씬에서 정말 추하게 울었다. ㅠㅠ 난 엘리자벳에서 거울씬이 제일 늘어져서 항상 좀 멍때리면서 보는데 오늘은 거울씬에서 처음으로 집중했다. 승돌프는 정말 애정결핍인게 한눈에 보인다,. 애정을 받은적이 없으니 애정을 달라고 하는 것이 어색해서 엄마에게 겨우겨우 무너지며 부탁했는데 거절당하자 마자 충격 + 사실 기대도 안했다 + 절망이 섞여서 아노미 상태로 있다가 서서히 자살을 결심 하는 그 과정이 정말 처연하더라. 그래서 왈츠씬에서 승돌프의 죽음을 가엾어 하는 송톧의 감정과 합쳐져서 눈물이 줄줄줄. 왈츠씬에서 이렇게 울긴 또 처음이네. 송톧이 너무 슬프하니까 거기에 동요되서 더 같이 슬프하는듯. 류톧일때 죽음이 다가오는 압박감이 더 강해서 압도되어 바라보는데 송톧은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다 상냥하고 안타까워 하니까 돌프가 정말 가엾어 보인다.

그런데 뚱서긔는 진짜 뚱서긔 인듯 ㅋㅋㅋ 장난으로 뚱석뚱석 불러도 한번도 뚱석이라 생각해본적 없는데 승돌프를 보고 나니 뚱서긔 이녀석! 너 정말 뚱서긔구나??? ㅋㅋㅋㅋㅋ 승돌프는 왈츠씬에서 모든 과정이 참 가벼워 보이고 죽천들도 가뿐해 보이는데 뚱서긔는....무거워보여... 벅차보여....ㅋㅋㅋㅋㅋㅋㅋ 뚱서긔 스릉흔드.

엘리는 죽음이 다 해석이 다르니까 골라 보는 재미가 쏙쏙. (아직 샤톧을 접하지 못해 샤톧에 대해서는 공백이지만.) 장례식 장면에서도 엘리가 데려가 달라고 할때 류톧은 자신을 확신하며 지키고 있던 엘리가 좋은데 지금 엘리는 너무 나약하고 힘없이 무너져 있어서 꼴보기 싫어서 데려가지 않겠다고 하는 반면 송톧은 자의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행한 죽음 때문에 엘리가 슬퍼하고 그 모습이 가슴 아프고 미안하고 죄책감 느껴져서 이대로 데려가면 자신이 기억하는 엘리의 마지막 모습은 자신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이니 그게 싫어서 데려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 같다.

또 송톧은 엘리를 만나자 마자 한눈에 뽕 반해서 러브러브 가득인데 류톹은 그저 호기심이었고 처음 만났을때 부터 엘리는 죽음에 이끌리고 있어서 이여자는 내가 손끝하나 까딱하면 나한테 넘어오겠구나 싶었는데 점점 자신을 지키고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사랑하게 된듯하다. 마치 날 거절한건 니가 처음이야 라고 사랑에 빠지듯이 ㅋㅋㅋㅋㅋ 그래서 류톧은 마지막 엘리에게 너를 지키느라 수고했어 잘했어 넌 멋지게 널 지켰어 내가 봤어 진짜 잘했어!!! 이런 느낌이라면 송톧은 힘들었지 이제 내품에서 편하게 쉬어 처음부터 이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사실 니가 가는게 너무 슬프다 ㅠㅠㅠㅠㅠ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 아 오글거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엘리 좋다. 엘리 보면서 정말 돈없다소리 저절로 나오는데 그래도 좋네. 막공때 내자리 하나는 남겨다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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