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오늘 지바고가 왜 세계적인 명작으로 불리는 지 알 수 있었어.
순백의 러시아, 혁명의 러시아, 격동의 러시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걸 유리와 라라, 파샤, 코마롭을 통해 관객들에게 화선지에 수채물감 스며들듯 의미를 전달하는 거..
그래서 공연 보고난 이후, 여운의 후폭풍이 큰 작품..

2. 홍.. 이월 중순에 봤을 때보다 더 완숙하고, 섬세하고, 성숙한 지바고.
두어달 정도의 시간동안 캐릭터에 적응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유리 지바고'라는 배역에 큰 애정을 부여하고 있는 게 보이더라. 나한테는 그리 느껴지더라고.ㅎㅎ

3. 미도라라는 오늘 라라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왜 세 남자가 사랑하는지 알겠더라.
내가 유리였어도 라라 사랑했을 거야. 열정의 라라.. 순수한 라라. 고결한 라라.

4. 둘의 사랑은 정말 절절하다.. 나는 오늘이 지바고 두번째 공연이고, 첫번째 공연도 홍미도였어.
이월 중순에 봤던 건데.. 그땐 유리와 라라의 사랑에 공감을 못했거든. 단지 토냐가 너무 불쌍했어..
근데 오늘은-오늘도 역시 토냐는 안쓰러웠지만-유리와 라라, 절절한 사랑에 내가 공감했고,
할 수 있다면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어. 너네 조용한 곳 가서 둘이 잘 살라고 하고 싶었고..
(아 그렇게 치면 토냐와 싸샤가 너무 외롭고 애처로운데.. 휴..)

5. 아름다운 가사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의미가 고운 가사들로 번안했을까? 바닷가 예쁜 조약돌들 모아놓은 느낌이야.

6. 싸샤와 아빠 홍바고
싸샤씨 ㅎㅎ 완전 싸샤던데. 성인여자라는 생각, 만약에 내가 오늘 처음 본거였으면 그런 생각 못했을듯 싶을 정도로.
그 시공간 지배자 씬 전에 홍바고가 그만하고 읽어! 할 때.. 싸샤 울먹이는 거 ..어우 진짜 ㅠㅠ
근데 이월중순, 내가 예전에 봤을땐 홍바고가 그 말 하고나서 싸샤 미안한듯 한번 쳐다보고 말았거든?
오늘은 근데... 마치 우리 아빠가 나 혼내고 나서 괜히 자신이 미안해하실때, 그 느낌이 홍바고한테서 나오더라.. 아빠의 느낌..
내가 왜 이럴까.. 사랑하는 내새끼한테.. 이런 느낌..

7. 앙상블
앙상블 다들 너무 잘하신다 ㅎㅎ 특히 리베리우스.. 완전 리베리우스 자체야.. 그리고 진짜 그 미친 아주머니? 사슴 모형 갖고 있는.
그분... 대단하신듯..



좀 안좋았던 얘기

난 오늘 커플분들 사이에서 혼자 관람을 했어..ㅠㅠ
다 좋아 좋은데.. 앞열 꿀자리에 앉아서 핸드폰 계속 키고있진 맙시다 ㅠ
그리고.. 사랑싸움 하실거면요... 인터미션때 다 끝내주세요 ㅠㅠㅠㅠㅠㅠ
인터미션때 하셨던 싸움을 2막초반까지 소근소근거리면서 계속 하면.. 옆사람 진짜 ㅠㅠㅠㅠ

공연 지금까지 3번봤는데 오늘말고는 다들 옆에 혼자오신 분들이어서..
횽들이 커플관크 얘기할때마다 그렇게 심한가 생각했었는데..
오늘 겪으니 조금은 알겠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