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이빠이먹고) 싸는 글이라 앞뒤없고. 감수성 오바로 매우 오글거릴 예정임. ㅈㅅ

2주전에 조바고를 보고 나서 호되게 앓았어. 이렇게 앓은 공연은 헤뒥 이후 처음이네.

사실 난 뮤덕도 뭣도 아니고,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취향타는 공연만 한 세네번 보고 마는 세미머글이야.

내가 본 날은 조바고였고, 난 조왕자의 공연을 처음 봤고, 무척 기대했지만, 조왕자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은 날인것 같았어.

사실 조왕자...하면 다들 기대하잖아. 특히 나같은 세미머글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선덕이는 존재지.

근데 유난히 그날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사를 너무 많이 실수 하더라고....티나게....버벅버벅...노래도 힘겨워보이고.

그래서. 안 좋았냐고?? 아니.....너무 좋았어.....너무 좋아서 가슴이 아릴정도로 좋더라...

특히 2막에서는, 유리인지 조승우인지. 여기가 잠실인지 유리아틴인지.

내가 공연때 잡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게 온 몸에 힘 뙇주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집중한 공연은 첨이야.....

내가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가, 나는 현실에서 그닥 치열하게 살지도 않고. 슬렁슬렁, 그냥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그렇게 사는 편이거든.....

근데 공연을 볼때면....배우들과 스텝들은 그 공연 시간에서만큼은 현실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인것 같거든.

자기의 인생을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처럼, 그 시간만은 오롯이 모든 걸 다 잊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온 힘을 쏟는........

나도 그 배우들의  그런 시간에 그들과 함께 있다는 희열이 너무 커서 공연을 좋아해.....내가 살아있구나...하고 느껴지니깐....

아무튼....그런 희열을 최근에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게 지바고였어....

그.....노래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도서관에서 라라와 토냐가 만나서 부르는 노래...

되게 눈물없고 잘 안 우는 편인데 (특히 남들이랑 같이 있을때) 정말 눈물이 줄줄 나더라.

가사가 너무 아름답고.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은 더 아름답고. 거짓말처럼 내 앞에 그녀들이 눈믈을 글썽이며 그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내겐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카타르시스였어.

그리고 1막에서 군인들이 엎드려서 전진전진 짜르를 위해~ 그 노래 부를때.

그 하나하나의 표정들이 얼마나....마음이...아픈지........정말 순간적으로.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부터 시작해서..

그 당시 우리나라 또한 세계의 정세에 휘말려 한창 일본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을 무렵이었고.....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얼마나...블라블라....

암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마구 휘몰아치면서 머릿속이 아득해지더라고......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역사 속의 개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니까 더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과....

사실 나는 여기 지바도 주민들처럼 일주일에 몇 번이고 보러 갈 열정은 없어...물론 돈도 없고...

몇번이나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내일이랑. 다다음주에. 두 번 더 예매 해놨어.

내일 지바고 보러가는 그 시가들이 너무 더디 오기에, 술 좀 마시고. 이런 오그리토그리 한 글을 싸지른다.

아마 내일이면 창피해서 지워버리겠지....ㅋㅋ 지바고는 옳아........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