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저녁. 배우와 스태프들의 식사로 오리고기가 나왔다. 이 작품의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전쟁터를 누비다 집으로 돌아오는 유리 지바고가 가족에게 오리고기를 선물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조승우 팬클럽의 깜짝 선물이었다. 평소에는 `밥차`에서 마련되는 저녁을 먹던 배우ㆍ스태프 100여 명은 예상하지 못한 `호화 식사`를 했다.

여름을 앞두고 뮤지컬 극장과 연습실에서는 `사식(私食) 경쟁`이 한창이다. 요즘 뮤지컬 팬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도시락으로 표현한다. 팬클럽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배우들에게 한 끼 식사를 선물하는 것이다. 한식 일식 중식 종류도 다양하고, 더위 때문에 체력이 달릴까 온갖 보양식까지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풍월주`의 주인공 성두섭과 김재범의 팬들은 격주로 도시락을 마련하고 있다. 사식이 배달되는 시기는 주로 하루 2회 공연이 열리는 주말, 낮공연 직후 늦은 점심 시간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김재범 팬클럽이 한식 도시락을 준비했고, 공휴일이던 지난달 28일에는 성두섭의 팬들이 전복 도시락을 준비했다. 개막 전 연습기간에는 장어도시락도 들어왔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도시락의 분량도 달라진다. 지난주 막을 내린 뮤지컬 `캐치미 이프 유 캔`은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하면 150인분 정도가 필요하다.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엄기준의 팬들은 100인분이 넘는 삼계탕을 전 스태프에게 돌렸다. 같은 공연에서 주연을 나눠 맡은 박광현에게는 100회 공연 때 일본팬들이 직접 준비한 도시락과 수제 과자가 배달됐다. 한류스타 안재욱은 `잭더리퍼`의 100회 공연 당시 스태프를 포함해 총 200명분의 호텔 뷔페가 공연장에 마련되기도 했다.

팬클럽 간에는 암암리에 경쟁심리도 생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스태프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돈을 모아 도시락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수건, 간식, 디저트까지 꼼꼼하게 챙겨서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이주희 마케팅팀장은 "기획사에 식사를 준비할 날짜를 물어보고 팬클럽 내부에서 조율해 식사를 준비하는 편"이라면서 "아이돌 가수 팬클럽의 도시락이 좀더 화려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