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뻘이지만 지금 이 글 세번째 올리는데 왜 안올라가냐 ㅃ치기 일보직전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다시 올림. 

연희단거리패 창작뮤지컬 샘. 아마 본 형들도 많을 듯??? 상도 타고 워낙 극단이 유명하니까. 쨋든 난 일요일 막공을 보러감. 

좀 길지만 그래도 새벽에 정성들여 썼으니까 내일 출근하면 찬찬히 읽으면 좋을 듯 

알고보니 오늘이 막공이었는데 9.9일차 라인업은: 

작/연출: 이채경 

작곡: 폴 캐슬즈 

여자1 (변비녀): 박인화 

여자2 (설사녀): 강국희 

남자 (아트딜러): 오동석

사 실 이 극은 변기, 더 나아가서는 '마르셸 드숑'의 샘에 의한, 위한, 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거 알지?? 그 유명한 변기작품. 극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드숑의 샘을 언급하는데, 사실 내용조차 '드숑의 오리지널 샘을 찾으러 (훔치러) 여자화장실에 나타난 남자가 화장실을 쓰던 여자들과 맞닥뜨려' 전개되는 이야기. 결국 그가 진품이라고 굳게 믿던 그 변기는 가짜라고 판명이 나지만, 그것 또한 오리지널 '샘'과 다를 것이 없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가짜로도 충분히 전해짐. 

화장실 오페라

<샘>의 메인 메세지. (라고 나름 정의해봤음) 

변기로 은유적인 표현을 함. 

변기는 생명의 샘. 

사람들은 일생 오 톤의 똥을 만들어냄. 똥을 안싸면 똥독이 뇌로 올라가 머리를 똥차게 만드므로 그 똥독 때문에 사람들은 사악하게 변, 곧 세상이 사악하게 굴러간다. 고로 똥싸는건 세상을 정화시킨다. 

똥이 더럽다고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똥을 뱃 속에 품고 살고 배변활동으로 희노애락을 느낌. 변기는 그 희노애락을 모두 하염없이 받아주는 그런 존재. 사람들이 유일하게 솔직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는 곳이 변기 위. 

사람들은 자기가 소화시킨 모든 것을 변기의 샘 속에 내려놓지만, 굵은 똥 그리고 잔변들 마저 변기는 분해시키고 삼켜버리며 찌꺼기가 분해된 그 샘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그렇다.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똥싸는 소리였다...! 컬쳐숔ㅋㅋㅋㅋㅋ

미 스테리한 분위기로 물이 똑똑 떨어지고, 괴기스러운 파란 조명아래 놓여진 무대라고는 딸랑 변기 세개. 그리고 뭐랄까,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전주는 충분히 음산했음. 그런데 거기에 여자의 곡소리라니, 코믹스러운 포스터와는 정반대인 그야말로 화장실 괴담이 생각나더라. 헌데 비명 혹은 발악에 가까운 그 곡소리가 정말인지 예술. 변태같지만서도 그 곡소리의 음들이 어쩜 안맞듯 딱딱 떨어지는 것이 참으로 좋았음. 그리고 이어 등장하는 변기남은 척보기에도 초괴짜! 음,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드숑과 굉장히 흡사한 외모처럼 보였고, 뭐 극이 전개될 수록 드숑을 캐릭터화 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어쨋든 공구를 꺼내어 피아노와 같이 박자를 맞추고, 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빨라지는 반주 그리고 고조되는 곡소리가 이어졌고 변기를 훔쳐나오던 변기남은 실연과 변비에 찌든 변비녀와 맞닥뜨리면서 제대로 극 시작.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게, 끝까지 똥싸는 소리로 극은 끝이 나더라. 

음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 정말 CD가 있다면 사고싶을 정도로 좋았음. 

뭐, 중간중간 지루한? 느낌은 있었지만 업라잍 피아노 한대와 3 보컬로 구현할 수 있는 충분한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좋았다. 극을 보기 전에 미리 읽은 프로그램에 '20세기 오페라와 21세기 클래식'을 섞어논 넘버라고 써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음! 자칫하면 귀에 거슬릴 수 있는 프랑스 스멜의 불협화음과 감 잡을 수 없는 리듬 위에 얹은 멜로디는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았고 오히려 참신했고. 오페라면 모를까 대작 뮤지컬들은 주로 락엔롤, 블루스, 가스펠 등등 사람들 귀에 익고 듣기 편한, 따라부르기 좋은 (흥행하기 좋은) 넘버들로 구성이 되어있잖아. 같은 '똥오줌'이라는 주제를 다룬 '유린타운'이 그나마 분위기는 근접하게 비슷하지만 따지고보면 전혀 완전 다른데, 결국 유린타운도 따라부르기 쉬운 넘버들이고. 나야 사실 대학생활 때 (음악전공했음) 모던 클래식을 너무나도 지향하시는 교수님들 덕에 좋아지게 되었지만, 이 장르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 왜 작곡가는 어려운 곡을 써서 배우들을 괴롭히고 (분명 피똥싸게 힘들었을껄ㅋㅋㅋㅋㅋ흐아...생각만해도) 사람들에게 선보였을까? 뭐, 어찌되었든 확실히 먹히긴 했으니까 상관없나. 넘버들을 듣는 내내 통쾌하다 못해 묘한 전율까지 일어나더랔ㅋㅋ헤헿.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음악극을 찾는다'는 그 뜻을 한 번에 뙇! 이해시켜줬음. 

무대는 단순히 화장실 세칸. 미니멀리즘인가?? 마치 드숑의 샘이란 작품처럼 군더더기 없는 무대였음. 

헌 데 그 칸의 문들이 반투명판으로 제작되어 극장 뒤에서 쏘는 다양한 물에 관한 영상들이 비춰보였고, 변기남의 어릴적 회상씬에선 물의 요정이 무대 뒷편에서 춤 추는 것도 영상과 함께 비추어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고. 또 마음에 든 점이 있다면 극이 끝날 때 쯔음엔 무대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는 점! 사실 맨 처음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무대의 '너무나도' 깔끔한 점이 고개를 갸우뚱 했음. 아니, 그래도 화장실인뎅...?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넘어지는 휴지통과 쏟아지는 더러운 내용물, 물의 요정이 정신없이 뿌려대는 빨갛고 파란 휴지, 자살시도 도구로 쓰여지던 뚫어뻥 그리고 관객들에게 뿌리는 오줌물과 물총이 문자 그대로 널부러져 난장판인 공중화장실이 됨. 그때서야 제대로 이 곳 배경이 화장실이었지 라고 실감이 들더라. 아...! 그리고 마지막에 설사녀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dim된 전체조명 속에 빛이나는 변기!!!!!!! 디테일이 정말 극을 살리는 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게 해줬던 빛나는 변기. 뮤지컬 내내 강조하던 '변기도 예술품이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을 한 듯 하였고, 변기의 샘 속에서 비추는 빛은 그야말로 더러운 곳에서도 가장 더러운 변기를 성스롭게 뵈게 하더라.

 배우들. 

먼 저 변비녀는 목소리가 참 곱더라. 아마 가장 난이도 높은 곡들을 소화하지 않았나 싶은데, 고음에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장르 특성상 음 잡기가 꽤나 까탈스러울 텐데 순조롭게 잡아내더라. 단지, 아무래도 3인만 노래하는 극이다보니 전개될 수록 변비녀의 목소리가 지루해지는 점이 안타까웠음. 예쁜 목소리는 그만큼 쉬이 질리니까 어쩔 수 없나. 몇 곡에서는 다른 소리를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변기남은 음... 노래실력이 살짝 부족한 듯, 아무래도 연희단거리패는 뮤지컬전문극단이 아니어서 그렇겠지. 하지만 연기는 캐릭터가 자칫잘못하면 과장되게 표현될 수 있었을 텐데 적당히 조율한 듯!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특유의 춤사위가 있는데 팔과 다리를 베베 꼬면서 밖으로 돌리는.. 물의 움직임을 표현하신건갘ㅋㅋㅋㅋㅋ극 내내 그 춤을 미는 듯. 따라추고 싶을 만큼 매력있었음. 

설사녀. 아...왜 보는내내 넝굴당에 양희경씨가 생각났짘ㅋㅋㅋ상당히 귀여우신 외모. 그런데 변비녀에 비하면 살짝 연기도, 노래도 아쉬운 면이 있었지. 

물론 위에 평들은 개인적인 의견이고 전체적으로 호흡이 굉장했다. 역시 연희단거리패라는 생각. 

그 외: 

프로그램!!!!!!!!!!!!!!!!!!!!! 

아 내 생에 그렇게 두꺼운 프로그램은 처음 만저본다!!!!!!조으다. 

극단에 대한 소개, 연출의 변 등등 기본 적인 것은 물론이고, 리버레토가 날 것 그대로 써있는 것은 물론, 피날래와 피아노전주 악보까지. 최고최고. 물론 스포당할까 극 전엔 보지 않았지만, 집에와서 정독했다. 

이채경 연출... 

아...............이윤택 연출 자녀님 되시구나. 하아. 이 집안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아버지도 스펙에 포함되는데 거기다 학력도 대단하다. 분명 폴작곡가도 이채경연출이 섭외해서 곡을 썼겠지. 동창이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