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롤이 그랬었지? 공주(성녀) 아니면 창녀인 여자 캐릭이 이젠 지겹다고.
여자도 신념이 있고, 야망이 있고, 소유욕도 있고, 사랑을 쟁취하려 하기도 하고, 우정이 있고,  권력욕도 있고, 나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하지.
위키드를 보면서는 그런 여자 캐릭터들이 펄떡펄떡 살아있어서 정말 속시원했어.

공주 아니면 창녀라는 여자캐릭의 이분법은 다분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본 평면적인 인물들이었으니까.
아! 나 그런 작품들도 좋아해! 공주와 창녀도 다양한 인간군상의 한 단면이고,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 펑펑 울면서 보니까.
게다가 위키드는 상대적으로 남자 캐릭터가 밋밋하니까 피장파장이기도 하지.
피에로는 전형적인 백마탄 왕자님은 아니지만 여성적인 시각에서 본 왕자님 캐릭에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위키드는 나쁜짓들을 보는 것도 재밌었는데
배우자를 놔두고 뻔뻔하게 딴 사람이랑 바람나서 아이까지 낳음 (엘파바 엄마)
친구 약혼자가 자기 좋다고 하니까 덥썩 물어 도망 (엘파바)
집착하는 사람을 자기 곁에 묶어두려고 권력을 쥐자마자 그 종족의 권리 모두 박탈 (네사로즈)
언론조작과 각종 권모술수 (모리블 학장)
=>이런짓들 보통 다른 극에선 남자들이 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키드를 보면서는 다른 극의 악녀들에게 하는 "저런 나쁜X"와는 좀 다른 느낌의 "저런 나쁜X"를 외칠 수 있었달까?
특히 엘파바 엄마는 나한텐 충격이었어. 내 기준에선 제일 나쁜 사람인데 한편으론 엄청 신선(???)했어.
이런 뮤지컬에서 감히 '엄마'라는 성역을 깨뜨렸다는 느낌?
'엄마'를 남성의 시각에서 본 성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여성의 시각에서 본 인간으로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뭐 여튼 난 위키드를 보면서 여성관객으로서 무척 재밌었고 뭔가 속시원했다.ㅋㅋ
그동안 공연한 내한팀 수고했어요~ 고국으로 돌아가 한동안 편히 쉬세요!
보고싶을거야 젬마 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