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치 후기가 없어서 하나 투척.

입장하면 이미 스모그 깔리고 백파이프 연주가 브금으로 나오고 있어. 무대가 좀 특이한 형탠데 바닥에 좁고 긴 무대가 있고(단이 없으니 경계도 없다) 양 옆에 단차 있는 객석이 위치함. 펜싱 경기장스러워..객석 위에 대형 스크린 2개씩 있어서 내가 마주보고 있는 객석 방향의 스크린에서 자막을 읽으면 됨. a블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오른쪽에 왜건이 위치하고 반대편에 천막으로된 입구가 있어. 동선은 돌아가면서 편중 없이 비슷비슷한데 왜건 쪽이 조금 더 많은 느낌. 하지만 제일 중요한 장면이 반대편 입구에서 일어나서 결국 어느 쪽에 앉든 상관없을듯. 기본적으로 무대가 한 눈에 안들어 오는데다가 등장인물들이 양끝에 위치한 상황이 많아서 표정을 다 보려면 대사칠 때마다 엄청 도리도리를 하게 되거든? 목이 아프더라ㅠㅠ 그 중간중간 대사도 봐야되니까 좀 힘들었어. 근데 맨 뒤로 간다고해도 절대 한눈에 들어올 사이즈는 아니라는 거.

공연 참 좋았어! 블랙워치는 영국소속의 스코틀랜드 보병연대의 이름이고, 연극 <블랙워치>는 이 연대가 이라크에 파병되면서 겪는 일을 인터뷰를 통해 재연하는 내용이야. 이라크 파병은 실제 우리나라에도 있었고..(스코틀랜드의 정치적은 상황은 좀 더 특수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라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보게되더라. 흔히 봐왔던 전쟁영화처럼 개개인의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결국 눈물콧물 짜내는 식의 연출이 아닌 점이 마음에 들었어. 무거운 주제지만 너네 이래도 안울래? 같은 건 없고,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중심은 묵직한 느낌. 유머코드 많고(영어를 이해하면 더 많이 웃을 수 있음) 대본에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 난무함ㅋㅋㅋㅋㅋㅋ 스코티시 억양도 발랄해서 좋았고. 자막은 국내정서상 매우 많이 순화했더라고. 하긴 그런 욕들을 다 옮기긴 좀 그랬을거야ㅋㅋㅋ 근데 틀린 부분이 좀 보여서 아쉽.

좋았던 점은 조명과 소품의 활용. 그리고 중간에 틈틈히 들어가는 안무?와 마임. 조명은 아주 특별할 건 없지만 극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것 같아. 소품인 당구대 활용이나 의상의 변화로 보여주는 시간의 흐름 같은 것도 재밌었어. 그리고 군가를 중간중간에 부르는데 실제로 블랙워치 선임 하사관에게 훈련을 받았다더니 리얼하더라. 그리고 배우들 디테일도! 단체씬에서 한 명씩 하는 디테일 연기가 깨알같음. 그래도 오늘 제일 좋았던 장면은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모습까지를 마임으로 표현한 장면이었어...마음이 찡하더라구. 이건 말로 설명이 어렵네. 하튼 더 가면 내일 볼 횽들 재미 없을 듯하니 요기까지.

아 그리고 별로였던 부분 얘기하자면 시점이 자주 바뀌면서 소품이동이랑 배우들 등장, 퇴장이 잦은데 그 과정에서 배우들이 뛰어다니면서 직접 소품 옮기고 그러거든..이게 난 좀 산만하게 느껴지더라. 흐름도 끊기고.

어쨌든 전반적으로 난 만족했어. 내일이면 끝이라 미리 예매해둔 횽들만 보겠지만 공연이 맘에 들어서 대충 끄적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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