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석 궁금하다.

뻘하게, 어떤 의미에선 고든에게 프레이져는 지옥 아니었을까 싶어.
단 맛도, 쓴 맛도 먹어봐야 아는 거라고
고든 저 혼자뿐이던 세상에서, 용머리 바위에서 꼭꼭 숨겨두자 이전의 고든은 자신이 다른것도, 불행한것도, 외로운것도 몰랐겠지만
프레이져가 손 내밀고, 폴와 엘런과 넷이 되면서 세상 모든 감정을 다 알게 되었을 테니까. 그때부터 집착도 생기고 외로운것도 알고 자신이 남과 다른 것도 알게 됐겠지.

내가 맡은 애들중에 이른바 영재아라고 하는 애가 있다. 또래들한테 섞이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섞이지도 못하고 애들이 하는게 재미가 없다고-이미 다 아는거니 시시해서 뭘 해야겠다는 의지를 못느끼는거지 애가, 그래도 선생님들이, 부모님이 무던히 신경쓰고 관심 갖고 또래들이랑 붙여놓고, 애들한테도 얘랑 어울릴 수 있게 짝 지어주고 하면서 종종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 요즘엔 나오는데,
얘야 무한히 관심 쏟고 사랑해줄 부모님이 있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애지만 고든은 정말 혼자 고립되고 폐쇄되어 있다가 프레이져를 만난거잖아. 정말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게 프레이져인데, 그런 프레이져가 자길 밀어냈을때, 밴드에서 나가란 말을 듣고, 학교에서 불을 지르기 직전에 프레이져가 다시 돌아와 손을 내밀어주는가 싶더니 밀치고 도망가버렸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저 고든은 나쁜자석이 되는 방법밖에는 몰랐던거겠지.

프레이져는 9살의 호기심, 부모님의 그늘이라는 동질감, 그 그늘속에서 자신은 또래들의 중심에 서 있고 나름 사회에서도 인정받는다는 상대적 우월감 같이 여러가지 혼재된 감정이 정리도 되기 전에 고든이 사라져버리니 고든의 안녕을 기점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내리고.

고든과 프레이져는 우정이나 사랑 이상의 관계였고 서로에게 의지가 아니였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고든과 프레이져의 관계가 이래서 그런지 오늘 송정 조합이 참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게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고든을 연기하는 쏭과 좀 더 격렬한 감정으로 부딫혀가는 문프가 무대 위에서 정말 격렬한 줄다리기 전쟁을 보여줄 것 같아 ㅠㅠ. 송이의 조심스럽고 투명한 느낌도 좋지만 오늘은 어쩐지 술래잡기같은 느낌은 아닐까 상상하게된다.

공연을 보면서 극을 제대로 보는게 아니라 너무 내 망상을 투영해 보다 보니 제대로 보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거리를 둬야지 하는 맘으로 일부러
오늘 다른 공연 예매해놨는데 미련을 못버리고 자꾸 공원에 산책나가고 있는 나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공연 보러가는 횽들의 극세사후기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