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태종 입장에서 충녕의 대안은 없었음.

애초에 후계자를 두 명이나 갈아치우는 것도 부담이고
세자를 폐하는 것과 왕을 폐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다
자기 입으로 왕의 자질이 안 된다고 거른 둘째를 뒤늦게 왕으로 세우는 건 새 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우스꽝스러운 일.

그렇다고 서자인 경녕군까지 넘어가는 건 방석이를 서자로 몰면서까지 적장자 우선 원칙을 쿠데타의 명분으로 삼은 태종 입장에서 정치적 자살 행위.

세종같이 총명한 아들이 아버지의 이런 뻔한 협박을 반박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 (속으로는 무섭더라도) 아무 말도 못한 건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 아니었나 싶음.

뿌나도 이 작품과 똑같이 기록상에 없는 각색으로 부자갈등을 그렸지만
거기선 이도가 이방원에게 눌린 이유를 자신이 만들 조선이 이방원의 조선과 어떻게 다를지 아직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결국 이방원에게 대안이 없다는 걸 간파해서 자기는 아버지와 다르게 말로써 설득하고 모두를 품는 문치를 할 것이라 선언하지(한글 창제의 복선).

퓨전극이긴 하지만 확실히 뿌나의 묘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그래도 이 작품이 이방원을 마지막까지 정치적 영생에 집착하며 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해 불행한 철인으로 해석해서(이것도 기록과 다른 각색이긴 하나), 악업은 모두가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멋지게 미화한 용의눈물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부분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