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과 마찬가지로 오사카로 팬스타를 타고 갔습니다. 이번 여행 루트는 상당히 동서로 길어지는지라 오사카를 기점으로 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 말이죠.

아래 사진은 아와지 섬과 아카시 해협 대교. 전에도 한번 봤던 것이라 이제는 좀 식상하긴 합니다. 관문교를 찍고 싶었지만 역시 DSLR이 없는지라 그냥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오사카는 이미 지난 여행에서 2일간 주요 명소를 대부분 돌았기 때문에 이동 거점으로만 활용하기로 하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고베 키타노이칸 지역으로 갔습니다. 우선은 모에기노야카타라 불리는, 과거 미국 총영사 헌터 샤프의 옛 저택입니다.





오오 이거슨 된장질 여행기의 사진 구도(...)



외벽은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다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카자미도리노 야카타. 즉 풍향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이곳에 남은 집들 중 유일하게 벽돌로 외벽을 지은 집이고 지금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요.




뭐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부 구조는 보기엔 그럴싸한데, 이 지역을 돌면서 계속 보다 보면 건축물 덕후 내지는 앤티크 덕후가 아니면 좀 시큰둥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유럽 여행을 다녀와 보신 분이라면 더 그럴 듯.......






사실 이 카자미도리노 야카타는 독일인 무역상 일가의 소유여는데, 이들은 개항 이후 고베로 이주해와서 무역상을 했고, 일본에서 딸도 태어납니다. 이 딸은 어려서부터 일본인 보모의 손에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고베에서 살았지요.



에루제라고 써 놨는데 그건 일본식 발음이고, 제가 독일어를 모르는데 대략 본래 이름이 엘리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략 이런 로리로리한 소녀 ㅇㅇ

하지만 1차세계대전이 터지고 나서 독일과 일본은 적국이 되었습니다.(일본은 영-일 동맹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1차세계대전 당시에는 연합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물론 유럽 주요 전선까지 제대로 참전한 건 아닙니다만, 주로 태평양 일대에 산재해 있던 독일 식민지들을 공격해 빼앗았지요.) 그래서 이들 일가족은 모든 재산과 저택을 몰수당하고 추방당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백발이 되어 자신의 집을 찾아오게 됩니다.



뭔가 좀 안쓰러운 느낌이 들더군요. 전쟁에 의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노인이 되어서야 자신의 추억의 장소로 되돌아올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침 먹는 곳.



저 딸내미가 놀던 방이라고 하는데, 저 인형은 그냥 판매용 인형이고 당시의 것은 아닙니다.



바깥에서 다시 건물의 외관을 감상.



이것이 저택 이름의 유래가 된 닭 모양의 풍향계

카자미도리노 야카타와 모에기도리노 야카타 근처엔 휴계 장소가 되는 광장이 있습니다. 관광 안내소도 있어서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이 근처에 텐만구 신사가 하나 있는데 이 위에서 보면 이진칸 지역이 잘 보입니다.



대략 이런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