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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7. 히로시마의 세번 째 이야기 - 오!!코노미야키

히로시마카프(122.34) 2010.11.03 13:14:28
조회 1293 추천 1 댓글 9

원폭돔에서 히로시마역으로 가는 전차는 고요했다.
퇴근시간이어서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들 피곤한지 자는 사람들도 많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팔자 좋게 여행와서 전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나름대로 나만의 여행 철학이 있고, 그동안 경험에 의해 쌓여진 나만의 여행의 지혜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무엇이 진정한 여행의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가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과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생활해볼 수 있다는 점을
여행의 최대 장점으로 뽑는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뉴욕에 갔을 때 자유의 여신상에 가야지만 \'내가 뉴욕에 왔구나\' 라고 느낀다든지,
빠리에서 에펠탑에 올라서야 비로소 \'드디어 내가 빠리에 왔어.\' 라고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딘가 낯선 장소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건 바로 \'사람\'들이다.



다른 피부색의, 다른 눈동자, 그게 아니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풍경
이 풍경이 비로소 내가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그 풍경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여행을 갈 때는 그 나라 말을 몇달간 열심히 공부를 해서 떠나곤 했다.
몇달 공부해가지고는 일상 기초회화 정도 밖에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삶의 울타리 밖에서 
안을 처다보기만 하고 겉도는 일은 없다.
이질적인 문화공간 속에 당당히 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 때 느끼는 희열은 화려한 조명의 에펠탑을 보는 것 따위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빠리 시내의 한 빵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또 계산을 하고,
빵이 담긴 봉투를 받으며 \'Merci(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나올 수 있는 그 몇초의 순간.
내 여행에서는 이런 순간 순간하나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어쨌든 이것은 내 생각일 뿐,
다른 여행객들은 또 그들만의 여행 철학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든 나든, 때로는 여행이라는 것을 이유로 우리 몸을 하루하루 혹사시키곤 한다.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경험하고 싶은 그런 욕심.
그 욕심이 전차에서 졸고 있는 내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다시한번 \'여행은 왜 하나?\'라는 쌩뚱맞은 생각이 들게 한다.

 

"모든 전차는 히로시마역으로 통한다!"

모든..이랄것 까진 없고 대부분의 메인 노선은 히로시마역이 종점이다.
덕분에 나도 안심하고 졸면서 히로시마역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JR 히로시마역>

히로시마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지리적으로는 규슈와 혼슈를 잇는 기점 역할을 해서 그런지 철도 교통량도 꽤 많아 보였고 도시 규모에 비해 역(驛)사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이날 저녁은 한국에서 부터 무엇을 먹을지 정해 놓았기 때문에 별로 고민할 필요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JR 히로시마 역 건너편에 보면 이런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건물 6층에 올라가면 온통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가게들만 모여있다.
시내 중심가에는 오코노미야키무라(오코노미야키촌)이라는 더 유명한 오코노미야키 상점가가 있지만
나는 작년에 이곳에서 식사를 해복 경험이 있어서 그냥 또 이곳을 찾았다.

 

나는 좀 특이한 성격이 있다.
음식점을 가서 어떤 메뉴가 마음에 들었으면
다음에도 다른 메뉴는 처다보지도 않고 질릴 때까지 그 메뉴를 고르는 습관.

그건 여행을 가서도 그렇다.
작년에 이곳에서 먹었으면 이번에는 원조격인 오코노미야키무라를 찾아가서 먹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내 발걸음 역시 그리 모험적이지가 못하다.


일본 라멘도 참 맛있는 것이 많다지만 처음 먹어본 돈코츠 라멘이 너무 맛있어서
일본에 가면 거의 돈코쓰 라멘을 먹는 편이다.

웃긴것이, 이 다음날 후쿠오카에 가서 라멘을 먹을 때,
이번엔 돈코쓰 말고 다른 것을 먹어보자 고민의 고민을 해서 결정 내린 메뉴가 결국,



\'매운 돈코쓰 라멘\'
이었다.
 

 

 

 



건물 6층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오코노미야키 가게들이 모두 모여있다.
원래 저녁시간 때에 가면 빈자리가 이렇게 많지 않은데 이상할 정도로 텅빈 가게들이 많았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 때는 저렇게 그릇과 젓가락 세팅도 해놓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팅까지 되어있고.
예약손님이라도 있는가 했더니 금새 백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교복입은 학생들이 쉴새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학교에서 단체로 이 시간에 오코노미야키라도 먹으러 온 것인지;;







<작년 9월 촬영>

원래는 이렇게 줄을 서서 먹기도 하는데 말이다.




나는 솔직히 가게 특징도 잘 모르고 메뉴에 대해서도 아는바가 적기 때문에 그냥 돌아다니다가
나에게 가장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로 들어가기로 했다 -_-





가게 안에는 저렇게 히로시마 카프 출신의 유명 야구 선수들의 유니폼과 사인이 진열되어 있었다.














<오코노미야키 만들기 - 작년 9월 촬영>


오코노미야키는 크게 히로시마풍과 간사이풍이 있다고 한다.
아직 간사이풍은 먹어보지 않아서 히로시마풍과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다.
오코노미야키를 처음 먹어본 것은 작년 9월 히로시마에 처음 왔을 때였다.
그 당시에는 주문하는것 조차 쉽지 않았다.



우선 일본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주문을 하는게 가능했어도
토핑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국수는 뭘로 할 것인지도 다 말을 해야했고
직원도 영어를 거의 못해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코노미야키는 속에 면이 들어가는데 보통 우동이나 소바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작년에 이곳에서 주문을 했을 때 직원이 나에게,

"우동or 소바?"

라고 물어봤는데,
이게 오코노미야키에 쓸 면 종류를 물어보는건데 나는 마치 <U>사이드메뉴처럼 우동이랑 소바중에 한그릇 주는 줄 알고</U>

"소바 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했다.


오코노미야키가 완성이 되고 맛있게 먹고있는데 계속 소바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직원들도 전부 소바를 요리할 생각을 안하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는 기다리다 못해

"저, 소바는 언제 나오나요?"

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직원이 내 오코노미야키를 가리키며

"소바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_-



난 그제서야 그 직원이 우동or소바를 물어본 것이 오코노미야키에 사용할 면의 종류를 물어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무진장 창피했다.
어렸을 때 제주도에 갔을 때 어떤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집 떠나 이런 창피함은 또 처음이었다.

내가 왜 \'소바 언제나오나요?\'라고 물어봤는지 그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일본어를 못하고,
그 직원은 영어를 못하고

우린 그렇게 동상이몽을 한 채로 서로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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