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고딩때 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국사를 공부할때이기도 하고 일제시대 그 당시가 궁금해서
'일제시대때 실제로 어떠셨나요?' 이렇게 여쭤본적이 있어
그런데 의외의 답변에 생각이 좀 많아지게 되었음..


할머니 첫 말씀이
"일제시대?  아, 대동아 때?  대단했지"
그래서 좀 이상해서 뭐가 대단했냐고 힘들진 않았냐고 여쭤보니까
"그때 황군(일본군이라 안하시고 정확하게 황군이라고 하셨다)이 도로를 행진하면 조선사람들 다 나와서 환호하고 꽃주고 그랬어. 황군에 조선사람도 많았어. 다 웃으면서 행군했지."

솔직히 여기서 좀 충격 받고 계속 여쭤봤는데
들었던 것 중에 기억나는 이야기가

1. 일본사람, 조선사람 차별이런건 없었고, 원래 밥먹기도 힘들었는데 돈이 돌고 거래가 잘되니까 조선사람들도 쌀밥을 배부르게 먹고 부자된 사람들도 많았다. 조선사람 중에도 나쁜사람 좋은사람있듯이 일본인도 나쁜사람, 좋은사람 많았다. 그땐 일본사람, 조선사람 구분을 잘 안했다.

2. 그때를 '일제시대'라고 안하시고 중간중간 '대동아시대'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셨다. 그 당시엔 그렇게 불렀나봐. 이것도 좀 충격이였다.

3.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조선에서 도망치듯이 나가는 급박한 상황이였는데, 그때 할머니가 사시던 동네에 지금의 동사무소 같은 곳이 있었고 일본인들이 관리하고 조선인 직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패망해서 빨리 일본으로 귀국해야하는 급한 상황인데도 그 사무실 직원인 일본사람이 인명 명부나 지도, 법령 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그 사무실에서 일하던 조선인 직원에게 전부 알려주고 정리시켰다고한다. 나중에 너희들에게 중요하게 쓰일테니까 관리잘하라고 하면서.

4. 일본인들이 귀국선을 타러 기차를 타러갔는데 그 기차역에 마을의 조선인들이 다 나와서 배웅해줬다고 한다. 딱히 뭔 이야기를 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그냥 다들 나와서 인사했다고.. 기차를 타면서 그걸보고 일본인들이 많이 울었다고 하셨다.

5. 시간이 좀 흘러서 할머니가 사업 때문에 일본을 갔었는데 당시 히로시마를 지나가는 기차를 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기차 밖으로 경치를 보고있었는데 히로시마에 가까이가니 나무들이 전부 한쪽 방향으로 넘어져 있는걸보고 말로만듣던 그 핵폭탄 위력을 느꼈었다고. 기차를 타고 한동안 계속가도 그 일대 나무들이 평평했대

난 일본을 좋아하지도 않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는 그냥 중립적인 입장인데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써본다.

할머니도 그땐 어리셨을때고 뭣도 모르셨을때니까 그냥 저렇게 기억하실수도 있고, 아니면 그 당시 현실이 지금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있었겠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글쓰다보니 기억이 많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