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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의 정신이 산산조각나는 걸 보고 싶다

태지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16 02:38:57
조회 562 추천 12 댓글 4

일상생활조차 못 할 정도로 최악의 환경은 아니지만

일상생활 하면서 미묘하게 신경 쓰일 정도로, 견딜 수는 있지만 체력을 소모하는 성가신 느낌을 주고 싶다.

지상으로 올라와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아주 가끔 다른 시간선에서 겪은 것 같은 위화감 주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를테면 훅 하고 바람에 날아다니는 먼지라든가 아니면 아무도 없는 날 홀로 노을을 맞는다든가

이게 머릿속의 망상인지 데자뷰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사고 속에서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질 일이라고 펼쳐질 수 있는 사건과 흡사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신이 마모되는 걸 보고 싶다.

파피루스가 우연히, 정말 단순한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최악의 상황이 가정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내심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육체에 피로가 더해지면서 정신 역시 흐트러지고 붕 뜨는 감각 속에서 사고가 제멋대로 확장되는 걸 보고 싶다.

웃음은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혼자 있을 때도 잘 웃었다면 이제는 혼자 있는 순간에는

거짓말처럼 웃음이 사라지고 공허한 어둠 속에서 눈만 사백안으로 뜬 채 실 끊어진 인형처럼 가만히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육체와 반대로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 생각 때문에 시끄럽고 요동치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현실의 육체와 사고하는 머리가 매칭이 안 되서 그저 닳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람이란 건 살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하니 굶어죽을 거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요리도 해야하는데

칼집에서 식칼을 꺼내면서 쇠 부딪치는 소리라든가 칼날이 형광등 아래에서 빛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면서 숨 한 번 흐트러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아주 잠깐, 몇 초 정도 방황하는 모습 보고 싶다.

그래도 그 정도 가지고 일상을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모습 보고 싶다.

그런데도 걷다가, 책 읽다가, 친구들이랑 밥 먹다가, 가만히 침대에 눕는 등 아주 사소한 일상을 하는데도

예상도 못 하게 부지불식간에 비집고 들어오는 불안과 망상 때문에 점점 안색이 나빠지는 걸 보고 싶다.

처음엔 사소한 피로 정도로 다가왔지만 그것이 누적되고 쉬는 걸로도 안정을 취하는 걸로도 한계에 다다르고

가볍게 넘어가던 친구들도 이젠 정말 가벼운 증상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늦어버려서

겉으로는 그냥 무덤덤한 채 멍한 얼굴이지만 머릿속에서는 끝없이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버렸고

누군가 불러도 건드려도 외부 자극에 더 이상 반응조차 제대로 안 할 만큼 텅 빈 상태가 된 걸 보고 싶다.


그렇게 산산조각난 샌즈 곁에서 인간이 지키고 있는 걸 보고 싶다. 겉으로는 딱히 문제도 없고 

옆에서 친구들이 봐도 상냥하게 가여운 친구를 보살펴주는 존재로 보이지만

왜인지 샌즈는 아주 약간, 미묘한 반응을 보이지만 너무 작은 반응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고 싶다.

단둘이 어둠 속에서, 비가 오는 고요함 속에서, 누군가 말을 하지도 않고 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시계 초침 소리와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묵묵히 붙어있는 두 존재를 보고 싶다.

샌즈의 커다랗게 뜬 눈이 아주 가끔 인간을 향해 움직이지만 어디까지나 반사적인 행동에 불과할 뿐 

인식이라는 고차원적 사고에 다다르지 못한 채 시계에 달린 인형처럼 까딱거리고

인간은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분간도 안 가며 시선의 방향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저 샌즈 곁을 지키는 것을 보고 싶다.

도망치려는 것인지 붙들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샌즈의 약간의 반응, 손가락의 까딱거림이나 눈동자의 흔들림이나

이따금 들썩이는 등 너머 뭔가 보고 있다고 아주 거대한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커다란 홍채가 거대한 어둠 같은 기분마저 들지만 저항할 수도 없고 자신의 몸뚱아리가 한낱 먼지로 전락한 것 같은

그 압도되는 기분에 짓눌리듯 숨도 제대로 못 쉬지만 인간은 그저 묵묵히 곁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

그렇게 압박감에 그나마 남아있던 약간의 두려움이나 인간을 향한 어떤 부스러기 같은 감정조차 닳아버려서

혹은 떠올리지조차 못하게 되버린 샌즈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는 인간이 보고 싶다.


그렇게 정신이 산산조각난 샌즈 보고 싶다.

XX XX XX XX 하고 소리치고 싶은 새벽 중에 뜬금없이 싸지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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