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렬했던 태양의 열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하고,가을바람과 함께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어느 날 이었다.

어느 누구와 다름없는 평범한 학생 크리스는 여느 날과 같이 교실 안에서 책을 펼치고 앉아있었다.

시험의 날짜가 발표 된지도 벌써 1주일이 넘은 지라, 이번 시험에서 낙제한다면 퇴학당하는것도 불보듯 뻔할 터.

크리스는 이미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공부에 몰두한지 오래였다.

허나,그의 오랜 친구 수지는 크리스와는 완전히 정 반대였다.

인생에서 중요한것은 공부가 아니라며,시험 공부는 멀리한지 오래였다.

그런 광경을 본 크리스는 여러번 조언의 말을 꺼냈지만, 무시당한것은 당연지사였다.

허나,자신도 공부하기 바쁜 상황에 친구한테 강요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크리스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애써 외면 할 수 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도,크리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남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고 놀때 홀로 교실에 앉아 쓸쓸하게 책을 펼치고 있던것은 오직 크리스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불쌍하게 여긴 수지가 카스타드 빵 한개를 그에게 주었으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주머니에 넣어 둘 뿐이었다.

밥을 먹을때도 책만 붙들고 있는 크리스를 보자 그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크리스... 너 정말 괜찮은거 맞니? "

"...제발 몸조심 하렴.."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듯 모르는듯 크리스는 폐인처럼 축 늘어진 채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Sin (a+b) = Sin a cos b + cos a sin b...'

'cos (a+b) = cos a cos b -Sin a Sin b...'

"야 크리스, 넌 뭘 그렇게 외우냐?"

길을 걸어가며 중얼거리는 크리스를 향해 수지가 달려와 말했다.

"뭐? 수학?"

"허,됐거든."

수지가 코웃음치며 말했다.

"네 몸이나 좀 사려라 크리스."

"그러다 시험 치기도 전에 쓰러지겠네,"

그런 수지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크리스는 수지를 무시한 채 도서관으로 향했다.

"..."

"불쌍한 새끼.."

점점 멀어져가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수지가 중얼거렸다.

도서관에서 크리스는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가족,친구들과 행복하게 살려고 이러는 것인데.

그런데,정작 주변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마치 정신병자처럼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크리스 스스로도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잡생각을 떨쳐내지 못 한채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어느새 시험 당일이 다가왔다.

학교에 제일 먼저 도착한 크리스는 매일 그랬던 것 처럼,시험 범위 내용들을 복습하고 있었다.

그런 크리스에게 수지가 응원의 말을 해주자,크리스는 내심 매우 기뻤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고,교실은 쥐 죽은듯 조용해졌다.

시험 문제가 예상했던 대로 출제되자,크리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해가 어두워질 때 쯤,시험은 끝이 났다.

...나는 교실을 한바퀴 쓱 둘러보았다.

하지만,어째서인지 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수지가 퇴학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런 친구를 무시하고 외면했다는 사실을.

머릿속이 죄책감으로 휩싸였다.

수지를 외면했으면 안 됐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줬어야 했는데.

나는 그대로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얼굴을 부여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수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책상에 손을 올리고 일어서려 했다.

그 순간,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초코파이.

수지가 준 초코파이.

나는 포장을 뜯어 한 입 베어물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인지를.

https://youtu.be/YLeid-bIRQA

When the light is running low

and the shadows start to grow

And the places that you know

seem like fantasy

There's a light inside your soul

That's still shining in the cold

with the truth

The promise in our hearts

Don't forget,

I'm with you in the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