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네 억지에서 시작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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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네 억지에서 시작한 이야기야.'앱에서 작성

ㅇㅇ(125.249) 2023.10.01 01:00:24

조회 1394 추천 12 댓글 3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으로 그 녀석과의 대화에서 그런 말을 했었다.

누가 모르겠는가, 그 억지 때문에 나까지 이렇게 감화되어버린 걸.

혹시 그것도 그 녀석이 가진 '의지'의 표현일려나?

"..참 얼간이같은 생각이야."

그런 생각과 말이나 내뱉는 곳엔 누구도 없었다.

작고 노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장소엔 그저 좀 커 보일뿐인 왜소한 노란 꽃 하나만이 꾸물댈 뿐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말이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중얼거린다 한들 듣는 이는 없다. 그래, 그저 자기위안일 뿐이다.

거의 텅 빈 지하세계를 둘러보는건 질렸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조금 긴 시간이 지났다. 몇 개월..아니, 몇년인가, 가물가물한 감각이다.

그런 주제이 이 몸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게 그 잘난 '의지' 어쩌구의 힘이자 대가인가.

그건 그렇고, 그 녀석이 찾아오지 않은 지 시간이 좀 지났다.

쓰잘대기없이 이 깊은 폐허까지 굳이 찾아와선 자기가 겪은 일을 일기장 읽는 나레이션처럼 읽어대곤 내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봤었지.

썩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도 심통이 나서 퉁명스레 대답한 이후로 녀석은 찾아오지 않았다.

'넌 그저 억지로 이어붙인 이야기를 억지로 좋게 끝냈을 뿐이라고.'

세이브와 로드를 써가면서 말이지.

..내가 뭐 심한 말이라도 했나, 맞는 말 한거 아냐? 지금껏 터무니없을 정도로 얼간이짓이나 해온 주제에 이런 걸로 몇 년째 안 온다는 사실 자체가 괘씸하다. 짜증나고, 화딱지가 난다. 하여간에 애들은..아닌가, 나도 애나 다름없는건가.

하여간 심심하진 않았다. 그 녀석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건 누구 한명도 오지 않는 이 폐허에서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구경거리 중 하나였으니까.

그 녀석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던 점이 있다면 그건..

됐다, 더 생각해봤자 뭐 있겠어? 녀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 이걸로 된 거야, 그 녀석도 나를 잊어버리는 편이 더 좋아.

이제 와서 내뱉는 뻔뻔한 거짓말은 가슴이 여며온다. 우습게도 그런 감정을 느낄 가슴팍이 남아있긴 한가보다.

"...진짜 많은 일이 있었어."

나지막이 중얼거린 꽃은 올려다본다.

떨어진 자들의 구멍을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통과점을

너와 마지막으로 만난 이 장소에서

자신이 지나온 모든 일, 지금껏 반복해온 업보들, 그 시절의 빛바랜 추억, 세월, 세이브, 로드, 그리고..

그 멍청할 정도로 순박하면서도 억지를 부리며 모두를 구해내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강한 '의지'를 가진 그 아이를ㅡ

"안 그래, 프리스크?"

잊을 수 없는 너의 모습을.

"요즘따라 많이 졸리네."

꽃들이 진다. 지하세계의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그들이 살아서 나간 이 지하세계에서 홀로 살아간다라, 썩 나쁘진 않은 최후다.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졸린 눈을 감는다.

내 '의지'는 이곳에 묻어두고 살아갈 것이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오랜만이야, 아스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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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화는 없음

아마도

고정닉 2

원본 첨부파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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