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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절경.

언갤러(95.102) 2024.03.05 19:14:06
조회 168 추천 4 댓글 3


알아듣기 존나 어려운 표현들 많음


온실의 꽃에서 영감받아서 씀


남프리샌 유사컾 주의






눈발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추워야 마땅할 날씨에도 몸은 뜨겁게 열이 오른다. 미칠 것 같다. 금방이라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이 머리가 달아오르고, 심장은 몸 밖으로 튀어나갈 듯 급격하게 뛰어댔다.

손에 쥐인 시트가 파르르- 떨렸다. 아니, 제 손이 떨렸다. 소파 가죽에 땀이 배여들어 진하게 물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저 헐떡거리며 숨을 부여잡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였다.

피 대신 열기가 온 몸을 도는 것 같다. 고개를 들자 컴컴한 어둠 틈새로, 창문 너머로 내리는 하얀 눈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어가다 싶이 벽을 짚고 문으로 향했다.

정신을 차리자 이미 문고리를 잡고 있었고, 눈을 감았다 뜨자 저도 모르는 새에 눈을 밟는 중이였다. 뒤에 난 발자국에 다시 눈이 서슴서슴 차올라 흔적을 지운다.

아.
어지러워.

희멀겋게 세상이 번진다. 눈 앞이 뿌연 이유가 눈 때문인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니라 그런건지 알 겨를이 없다. 그런 이유가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겠는가.

금방이라도 타올라 재가 되겠다는 듯 달궈지는 몸과, 등에 쌓여가는 하얀 눈들.

어쩌다, 여기서 죽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


너는.
몇 번의 시간이 돌아가도.
어김없이 쓰러지는구나.

그리고.
나는 그 허물어지는 예쁜 몸을.
어김없이 달게 삼키겠구나.

가볍다. 이미 영혼이 떠난 몸은 가볍기 짝이 없었다. 그걸 품에 안아들자 새삼스레 당신이 이리 작았다는 사실이 피부로 다가온다. 저도 모르게 그 하얀 이마에 짧게 입맞췄다.

쪽.

집으로 돌아와 당신을 침대에 눕혔다. 한번도 쓰지 않은 침대는 처음부터 주인이 정해져 있었다는 듯 반갑게 그 몸을 품었다. 긴장된 어깨가, 숨이 서서히 풀어지는게 느껴졌다.

아까 입을 맞췄을때, 뜨거웠었지.

미적지근한 당신의 온도는 오늘만 뜨겁다. 늘, 매일 같이 찾아오는 석양처럼 한번씩 다가오는 기회였다. 이 기회를 몇번이고 다시 잡을 수 있는 몸이라. 어느 순간엔 너를 범하고, 위로하고, 협박하고, 또 껴안고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갈망했다.

안을 수 없는 몸을 시선으로만 안았다. 마음속으로 안고 깨물며 욕정했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 당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걷어낸다.

고래야.

나는 수영을 못해.
그래서 네게 다가갈 수가 없어.

바닷물을 다 마셨어야지.
정말 미친듯이 사랑을 헤맸더라면.

머릿속에 울리는 말들을 애써 구겨버렸다. 오늘은 당신을 욕망하지 않겠다. 철 모르고 핀 미치광이 꽃을 닮은 이 감정을 오늘은 당신에게 게워내지 않겠다.

제 마음에 당신을 담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의 겨울을 훔친 봄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아니, 여름까지도 망상할 수 있다.

네가 무작정 비난하는 신이란 존재는 사실 나사가 여럿 빠진 영혼이라고. 사이가 느슨해질때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조이려 발버둥치는 허풍쟁이 신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명받고 싶었다. 무한한 시간 틈새에서 신뢰는 한 알의 모래알이였고, 한 가닥의 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그 신뢰를 한 아름 엮어 가져다준다면, 나는. 나는 말이야.

벌레의 죽음은 원죄인가. 구원의 반댓말은 종말일 뿐일까. 연민과 증오는 공생할 수 있는 것들이였나. 두서없는 글은 왜 사랑하기 어렵지. 그림자는 왜 밟아도 자국이 남지 않는걸까. 그리고, 왜. 나는 왜 더 이상 자라지 않는가.

피기도 전에 지레 시들어버린 꽃을 내려다본다. 쓰담았다. 새하얀 이마에 경배를 하듯 입을 맞춘다. 아주 오랫동안. 영원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입술이 떨어지고, 세상은 다시 눈을 뜬다. 떨리는 당신의 몸을 천천히 젖은 수건으로 닦아냈다. 여긴 어딘지, 자신이 살아있긴 한건지에 대한 여부를 물을 입을 눈여겨보았다. 차마 열리지 못하게 입을 맞출까. 그럼 넌 날 경멸할까.

샌즈, 열 많이 나더라.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거든.

사실 이렇게 될 거, 이미 알고 있었어.

셋 중 어느 말도 꺼내지 못한다. 이미 혀뿌리에 묻혀있던 말들이 썩어 문드러진다. 퀘퀘한 절망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안돼. 아니야. 지금, 지금은.

- 이건 사랑일까.

한참의 침묵이 이어진다. 고칠 수 없는 악습이다, 이건. 입에 발린 말을 가득 엮어봤자, 네 앞에선 가장 원초적인 덩어리를 건넬 뿐인데.

예쁜 뼛가락이 떨린다. 그리고 그 손이 이마를 닦아주던 수건을, 그 수건을 움켜 쥔 자신의 손을 붙잡았다.

아.
어느새 손이 파들거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조용히 들끓는 고요가 꼭, 짐승의 울음을 닮았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허무를 원했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시간도, 공간도, 너도.

- 아니.

만약 우리 둘 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티면. 우주가 일그러질때까지 버티면. 그건 무승부가 아니라 내 패배가 될 것이다. 나는 오래 널 기억했겠지만, 너는 즉시 날 잊을 것이기 때문이다.

봐, 다를 것 없잖아.

눈물이 흐른다. 금빛 눈동자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글썽이다 바닥으로 치닫았다. 투둑, 툭. 안 그래도 시커먼 바닥이 짙게 물들었다.

그리고, 넌 내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외면한다.

숨을 쉰다고 모든 게 살아있는 건 아냐. 넌 현상이고, 재앙이고, 걷잡을 수 없는 멸망이야. 그게 날 끝없이 체념하게 만들어, 알아?

네가 했던 말인지, 아니면 내 망상인지. 아무렴 어때. 보잘 것 없이 조그마한 마음이 운다. 볼품없이 망가진 영혼이 고한다. 사랑을, 너를.

단어를 잃은 너를 인형처럼 꽉- 끌어 안았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 서로 가슴이 맞닿은 탓에. 내 심장이 부서진걸까? 아니면 네 갈비뼈가 조각난걸까? 그 대답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다.

사랑해.

닿지 못할 말들이 입에서, 허공에서, 빈 골통 속에서 하염없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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