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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E UNDERGROUND OF DELTA-6:RUIN 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10.70) 2024.09.15 16:35:30
조회 122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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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든 걸 겪고도 잠이 온다면 거짓말일 거다.
저녁을 못 먹어서는 아니다.
...솔직히 허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공허에서의 전투도 아니다.
그놈들은 그놈들이고, 난 나다, 크리스.
단...한가지, 신경쓰이는 존재가 있다.
플레이어를 공허로 보낸 자.
델타가 언급했던 자.
감마의 '그분'으로 추정되는 자.

알파.

만약 그 자가 플레이어의 세계의 존재라면 상관없다.
그곳의 족속들은 우리 세계를 과소평가 하니까, 승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만약 이 세계의 것이라면?
그러면 완전히 끝장이다.
환각일 뿐이지만, 오직 이 세상의 것 만으로 글리치를 일으키고, 플레이어를 공허로 떨어뜨렸다.
플레이어의 세계에 그 정도로 간섭할 수 있다면...



우리는...어떻게 되는거지?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거슬리는 감정이다.
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달칵대는 거슬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린다.
난 숨막히는 이불을 치우고, 문가로 갔다.
잠겨진 문을 누군가 따는 소리 같다.
난 문틈으로 문을 따고 있는 자의 얼굴을 봤다.







왼쪽 눈에서 감전된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뜨거운 피가 뺨을 타고 내려온다.
예상치 못한 침묵에 당황한 칼날이 틈 사이로 자신을 마구 쑤셔넣는다.
하지만, 난 뒤로 물러난 지 오래다.



난 눈가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엄청난 고통이 물에 떨어진 먹물처럼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 고통을 느끼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미쳤다는 증거이다.
난 침대 근처에 놔둔 검을 들고, 스웨터로 닦으며 생각했다.


왜 아까 죽인 인간이 저기서 내 방 문을 따고 있는 거지?


물론 저놈은 플레이어이다.
회복이야 언제든 할 수 있다.
다만, 그 부상은 분명 의지의 힘이나 누군가의 도움 같은 게 아니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명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플레이어 말에는 그곳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
의지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누군가 도움을 줬단 소리인데...



문이 열어젖혀지는 소리가 나고, 내 등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난 검을 바로 잡고, 그 놈의 가슴을 찔렀다.
놈은 피를 토하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등 뒤의 기척에, 난 뒤를 돌아 놈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챙 소리가 방 안에서 울린다.
놈의 무기는 장난감 칼일 뿐이지만, 실어진 힘이 보통이 아니다..!
난 놈에게서 떨어졌다.
확실히, 아까 내가 죽인 놈과는 차원이 다르다.
괴물 몇몇을 죽였다고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난 조사하기를 사용했다.
그리고...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차라-LV19984
당신.






칼날의 차가운 울음이 서로를 긴장시킬 때,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미친 이거 뭔 일이야!?!'
지금은 답을 해줄 때가 아니기에, 난 X베기를 사용했다.
검이 허공을 가른다.
참격은 차라에게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 공격은 그저 멋진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새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는 기뻐하며 등에 칼을 꽂는다.
칼은 태엽 흉내를 내며 자신의 회전을 받아들인다.
태엽이 꽂힌 오르골은 신음소리를 내며 피를 토한다.
"..."
아이는 오르골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는 시시해하며, 태엽을 빠르게 돌린다.
피가 내 입에 가득 차오른다.




오르골은 타인의 부름을 대신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크리스!!!"
"크리스, 제발 눈 좀 떠봐!!!"
"넌 이런 데에서 뒈질 이유가 없다고!!!"
"일어날 수 있지, 응??"






"...으윽..."
난 일어나자마자, 수지와 노엘의 포옹에 숨 막힐 뻔 했다.
"야, 크리스!!!깜짝 놀랐잖아!!"
"젠장, 크리스, 니가 뒤지는 줄 알고...그러니까...그러니까..."
"크리스...다행이다...정말 다행이야..!!"
"네가 진짜로...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고..."
".............................."
"어,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이러다가 또 어떻게 될 것 같거든."
수지와 노엘은 놀라며 내 포옹을 풀었다.
"워어."
"아...미안, 크리스."
"...근데 여긴 어떻게 왔어?"
수지는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네가 우릴 부른 거 아냐?"
"...뭐?"
노엘은 우리 둘의 대화가 답답했는지, 직접 나섰다.
"그게, 그...소름끼치- 아니, 네 평소 목소리로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소리쳤어."
"그래서 와 보니까...난리가 났더라고."
"벽에 피가 페인트 수준으로 마구 묻혀져 있고, 넌 난도질 당해있고..."
"그리고 미친 살인마 꼬맹이가 우릴 소름끼치게 쳐다봤지."
"우리도 걔랑 싸웠는데, 도저히 상대가 안됐어..."
"그래서, 뭐, 보다시피..."
수지는 내 혈전이 펼쳐진 방문을 가리켰다.
두꺼운 얼음이 방문을 막고 있다.
"격리 조치 시켜놨지."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버렸다.
"어...그래. 고마워."
"아무튼, 정말 걱정했어..!"
"수지도 엄청 울면서 널 계속 흔들었다니까!"
"...깨어나도 다시 기절할 정도로."
"야, 내가 언제!"
"물론, 좀 세게 흔든 건 사실인데, 운 적은 없다고!!"
"회복마법 쓴 건 또 왜 얘기 안해?!!"
"그, 그래, 크리스!"
"수지도 내가 널 회복시키는 거 도와줬어!"
"(도움이 별로 안 됐긴 했지만...)"
.........
"...그럼, 왜 저 얼음 장벽이 복도도 막고 있는지 설명해줄래?"
"아! 그, 그건-"




가시덩쿨이 얼음 장벽을 부수고 우릴 향해 돌진한다.
"제길, 벌써!!??!"
"이-이것 때문에, 널 회복시킬 공간이 없었어, 그래서..."
"그딴 건 안 중요해. 내 검 어딨어?"
"야, 무리하지마, 저것들은 내가..."
난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휘둘렀다.
왼쪽 눈의 시력은 복구되지 않아, 검이 허공을 가른다.
하지만, 검의 참격은 덩쿨을 잘라내기에 충분하다.
"하...진짜, 크리스!"
수지는 자신의 커다란 연필을 꺼내 몽둥이처럼 덩쿨을 날려버리기 시작한다.
노엘은 날카로운 쌍고드름을 만들어 자신의 마력을 주입했다.
노엘의 고드름이 지나가는 자리에 얼음 파편만이 그곳을 표시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덩쿨들을 잘라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잘라낸 덩쿨들이 계속해서 앞길을 방해하고,
새로운 것들이 그곳을 채운다.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덩굴들은 점점 늘어난다.





"젠장...빌어먹을 덩굴 같으니!"
"수지, 이대로라면 승산이 없어!"
"제발, 누구라도 와 주세요..!!"



"얘들아, 물러서렴!!"
보라색 불꽃이 눈앞에서 타오른다.
덩굴의 의미없는 발버둥이 끝나고, 놀란 얼굴의 토리엘이 달려온다.
"다친 데는 없니?"
"...네, 뭐, 괜찮아요."
"크리스 눈이 애꾸가 된거 빼고요."
"야,  그건...!"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토리엘은 내게 다가와 회색 눈동자의, 초점 없는 눈을 살펴봤다.
노엘 덕분에 형태는 회복했지만,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아...!!"
"안돼, 안된다..."
"딱한 것, 아직 어린 아이가 난도질 할 데가 어딨다고..."
나도 내 눈을 이 꼴로 만든 꼬맹이를 난도질 했긴 했지만.
"...이런 상처는 내 회복 마법으로도 안된단다..."
"반드시 초자연적인 무언가의 힘으로만 치유할 수 있어."
"어...초자연적인 무언가요?"
"그래, 그건..."
"아차, 이럴 시간이 없단다, 얘들아!"
"날 따라오렴. 고리가 지하실의 문으로의 진입로를 확보해 놨을 테니."
토리엘은 내 팔을 붙잡고는 날 지하실로 데려갔다.
'끌고가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노엘과 수지는 그 뒤를 따랐다.






내 손에 매달려서 질질 끌려가던 검이 드디어 반응했다.


'여, 크리스!몸은 괜찮아?'

...네놈이 수지랑 노엘을 부른거지?

'응, 이상하게 이때는 내가 간섭 가능하더라.'

'...진짜 이상한 세계야, 됬다가, 안됬다가...'

이제 절대 하지마, 알겠어?

'아니 이게 내가 맘대로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이 그냥-'

그냥. 하지마.

'...'

...그리고 우리 세계를 게임 취급하지도 마.




저 자식도 결국은 똑같다.

그저 재미를 추구할 뿐인 플레이어.

저 놈이 계속 우리 세계에 간섭한다면, 또 사이버 월드에서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이미 한번 한 녀석이라면 더더욱.











"토리, 다친 데는 없소?"
"네, 모두 무사해요!"
"하아..."
땀범벅이 된 아스고어가 머리를 긁적였다.
"새벽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자, 어서 서두르-"
바위로 둘러싸였던, 공허한 문이 덩굴로 가로막혔다.
"뭐-뭐야?!!"
"당황하지 말거라, 저 정도는 내가..."
덩굴은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어...?"
"저게...뭘 하려는 거죠?"

뭉친 덩굴이 아이의 형체를 갖추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기괴하고, 차가운, 하지만 익숙하고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안녕?"

"누-누구야?!"
"숨어있지말고 나와, 짜샤!!"

"난 숨어있던 적 없어."
"그리고 난 너희한테 인사한 거 아냐."

덩굴이 점점 익숙한 형체로 변해간다.
목소리도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난,"

얼굴의 자리에 흰 꽃이 피어난다.

"그냥,"

검은 반점이 얼굴을 만들어 낸다.

"날 죽인 놈들과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아...아..."
"아...아스리엘..?"
"아냐, 저 놈...절대 아스리가 아냐."
"절대로."
이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가...왜 떨리는 거지?
저 덩굴로 만든 꼭두각시는 절대, 절대로 아스리엘이 아닌데...
"...너 뭐야."
"잘도 아스리 흉내를 내고 있네, 어?"
"뭐든 간에, 당장 떨어져."


덩굴로 붙잡힌 아스고어와 토리엘의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린다.
아스리엘 모습의 꼭두각시는 행복하게 웃는다.
"뭐, 원망은 안해요."
"제 생명을 끊어주신 게, 새로운 시작이었으니."
"단지, 궁금한 거 뿐이에요."


"왜 날 죽였어?"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뭐야, 어떻게...!!"
"물러서, 크리스!"
보라빛 참격이 바위로 날아든다.
낙석이 차라를 덮치고, 차라는 칼로 낙석들을 베어넘긴다.
"지금이야, 노엘!"
수십개의 고드름이 차라에게 쏟아진다.
"어딜."
덩굴이 바닥에서 솟아나 고드름을 막아냈다.
흰 알갱이의 폭풍이 먼지를 일으킨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다..!


해맑은 웃음이, 위험이 내게 다가온다.









"...응?"
거대한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고통의 고동이 그림자를 흔든다.
"아스고어!!!"
"으윽...토...토리..."
"잘...들으시오..."
"...아주 오래전, 지하의 모든 괴물에게 선언했지."
"'지하로 떨어진 인간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겠다...'"
"하지만...이젠..."

"그 약속을 깨야될 때가 온 것 같군."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
"그리고 이 저주받은 장소를 떠나게."
"이 존재는..."
아스고어는 품에서 삼지창을 꺼냈다.
열기가 공간을 울린다.
"내가 맡도록 하지."
"하지만, 당신..!"
"어서!"
"...!"
".....미안해요, 고리. 제발..."
"...살아서 만나요."
"...그래. 노력해 보지."
"얘들아, 따라오렴!"
토리엘은 서둘러 내 팔을 잡아당겼다.












설원의 눈이 밟히는 소리가 우리의 숨소리와 이중주를 이룬다.
"...얘들아, 잠깐 여기서 기다려 주겠니?"
"아무래도 그 이가 너무 걱정되서, 지금이라도 도와줘야..."
바위가 뉴홈의 길을 막았다.
흙먼지가 감정없는 눈에 눈물을 흘렸다.
"어...?"
"안돼, 안돼, 안돼, 이건..."
"고리, 괜찮아요? 뭐라도 말 좀 해봐요!"
"고리, 제발...제발 뭐라도..."
"아니에요, 아니죠? 별일 없는거죠??"
"제발.....뭐라도 말해주세요...제발..."


"고리!!!!!"




---
오늘의 코멘트:이번엔 어쩌다가 평소 양의 두 배로 써 버렸다...
그래도 끝까지 봐준 것에 고맙다.
그리고 미리 얘기하자면 덩굴로 만들어진 아스리엘이 한 말에 거짓말은 전혀 없다.
다음화는 인내하는 자의 독백이 담긴 번외편이 될 예정이다.
추석연휴 잘 보내길 바란다.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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