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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13:=)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25.131) 2024.11.03 22:49:10
조회 243 추천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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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https://m.dcinside.com/board/undertale/1234858

눈송이가 땅에 고요히 내려앉는다.
아까까지 불고 있던 눈보라는 어느새 잠잠해졌다.
어쩌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해골의 신음을 더 잘 들으라는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

"...혀...."
"형...?"
하얀 민소매에는 붉게 물든 세개의 구멍이 뚤려있다.
해골은 몸이 부서져 가는 고통을 느끼며 숨을 몰아쉰다.

저놈은 인간이 우리에게 호의적일리가 없다는 걸 알고있었다.
당연하게도, 키다리 앞에 뼈를 세우거나 인간이 공격하기 전 날려버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멍청한 해골은, 자신의 직책을 동생에게 떠넘기려 영웅행세를 하며 죽어가고 있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법이 아닌, 일부러라도 변수를 만들어내려하고 있다.

그가 본 가장 큰 변수인 '우리'의 존재를 의식하여.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프레임 낮은 애니메이션처럼 보인다.
죽어가는 해골에게 달려가는 토리엘.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수지.
형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파피루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웃는 둘.

그리고, 웃고 있는 샌즈.



허탈함도, 슬픔의 웃음도 아니다.
그 웃음에서 보이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할 수 있다.





됐다.


드디어.







샌즈는 웃는다.
웃고, 또 웃는다.
눈물이 타고 내려온다.
웃음과 함께 얼굴의 균열이 커져간다.
그는 신경쓰지않고, 균열이 얼굴을 뒤덮을 때까지 웃는다.

해골의 머리가 산산조각난다.
파편은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흩어져 먼지로 변한다.
먼지는 눈과 뒤섞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간다.
파란 점퍼가 녹은 눈에 젖기 시작한다.
흰 구체가 칼바람을 따라 눈 위를 구른다.









슬슬 싸움을 다시 시작할 차례가 된 것 같다.
서서히 거칠게 변해가는 감정의 장단을 맞추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손 안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구 떨리는 플라멋 녀석도 바라고 있을 거다.
난 눈을 박차고 나아가, 분노로 떨리는 검을 휘둘렀다.



예상했던 대로, 놈이 튕겨져 날아갔다.
바위처럼 끄떡도 없던 놈이 저 정도나 날아갔다는 건, 플라멋이 이제서야 본 실력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색색의 오류가 덩굴을 뒤덮는다.
주인이 바뀐 채찍이 옛 주인을 덮친다.
흰 알갱이로 가시덩굴을 막아내느라 정신없는 델타를 뒤로하고, 난 날아간 플레이어를 쫓았다.



금속의 마찰이 일으킨 불꽃이 광기로 빛나는 눈을 비춘다.
살인마의 입이 재미로 일그러진다.


글리치로 지직대는 화살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린다.
플레이어는 삼지창을 돌리며 하늘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것에 정신이 팔려, 그는 발 밑의 기이한 빛으로 둘러싸인 덩굴을 보지 못했다.




오류가 놈의 움직임을 봉쇄했지만, 소금이 없어서 아쉽다.
아쉬운대로, 난 검으로 배를 갈라 비틀었다.
표정이 점점 뒤틀려간다.
입에서 피가 토해져나온다.
그 입은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나한테 눈 하나가 뭉개진 주제에?"

"날 죽이면, 난 다시 돌아올거야."
"난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고, 돌아와서..."
"널 갈기갈기 찢어서. 짓밟아서, 그래서..."

"알아."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게?"
난 덩굴을 찌르고, 다시 빼냈다.
위화적인 빛이 녹아내린 치즈처럼 늘어난다.
검이 뒤틀리고, 손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난 검을 들고 플레이어의 주위를 돌았다.
한 바퀴 돌고 난 후, 끔찍한 비명이 설원에 울려퍼진다.
이제 게임오버가 될 일은 없을 거다.
몸이 찢어져가는 고통을 느끼며,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죽음을 간청할 것이다. 호소할 것이다. 외칠 것이다. 바랄 것이다.
.....

이제 그 풀떼기만 처리하면 된다.
자색 화염과 참격이 날아다니긴 하지만, 가 본다고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저 오류가 제멋대로 풀릴 것도 아니고...



"......"
".........응?"


눈을 깜빡이는 찰나에, 내 눈앞의 플레이어에게는 오류의 빛 하나 없다.
검에는 녹아내린 위화적인 빛이 천천히 떨어진다.
.......어떻게...?

'에이, 크리스. 지금 끝내는 건 재미없잖아!'












설원이 칠흑같은 회명에 뒤덮인다.
멀쩡한 플레이어의 자리에 선 나의 도플갱어는 웃으며 날 바라본다.

'이렇게 또 보네.'
'내 경고는 잘 들었어?'
내 입이 움직이기 직전, 붉은 삼지창이 내 뺨을 찢었다.
난 뒤로 물러나, 검을 다시 바로잡았다.

"네가 여기 어떻게..."
"난 대체 왜 공격하는 거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이게 내 맘대로 되는 게...아니라서!'

춤추듯한 동작이 유연하게 이어진다.
붉은 참격이 암흑을 수놓는다.
방어가 최고의 공격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쓸 수 없다.
'그럼 너도 답해볼래...'

'넌 대체 왜 공격하는 거지?'

쏟아지는 칼날 속에서 대답하는 게 쉽다면, 난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게 내 법칙이니까.'라고 답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삼지창 위에 선 그를 죽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금속과 금속의 충돌이 기괴한 소리를 낸다.
저걸 밀어내야 하지만, 워낙 거대해서 쉽지는 않다.

웃음이 사라진 아이가 말을 읊조린다.

'네가 친구들을 지킬 수 있을까?'


"...헛소리 하지 마."
'네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친구들을, 지킬 수 있을까?'
"헛소리 하지 말라고."
'네가 그렇게도 사랑하고 아끼는 친구들을, 지킬 수 있을까?'
마찰의 불꽃이 점점 커져간다.
마음의 불꽃이 점점 커져간다.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

아이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이는 뛰어올라, 삼지창을 위로 치켜들었다.

'봐.'









족히 몇 미터는 될 듯한 장기가 눈앞에서 꿈틀댄다.
끝에 달린 붉은 눈이 피눈물을 흘리며, 내 너머에 있는 존재를 바라본다.



'우리는 이 자들을 근절해왔어.'
'우리는 추락하고, 이용하고, 이용당했어.'
'우리는 정해진 시나리오의 틀을 깨부쉈어.'
'...우리는 윤회하여, 다시 이 모든 걸 시작했어.'

'자, 이제...'

더 나아가는거야.



생체 조직에 붙어 달랑거리는 눈알이 내게 달려든다.
베어넘긴 눈알이 발 밑에서 나뒹군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장기와 눈알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거다.
결국 정공법은 저 놈 머리를 베어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검의 지직댐이 거세진다.
징그러운 놈들에게 하나하나 치트를 써대느라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치트?






난 눈을 감고 검의 고동에 집중했다.
달려드는 눈알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검의 진동이 이 행동을 거부한다.
하지만, 주도권을 쥔 건 나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부조화로운 공기가 내 곁을 떠돈다.
공기는 내 곁을 돌고, 돌고, 돌다가...
0과 1의 코드로 흩어져 사라진다.








난 눈을 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계가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
0과 1의, 무의미해보이는, 하지만 의미있는 반복이 세계를 뒤덮는다.

난 공기의 코드를 쓸었다.
공기가 바람을 몰고 오고, 생명체들의 숨결이 되며, 거듭 흩어지며 순환하는,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반복.
이 모든 것이 코드 하나 하나 짜여져, 공기의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난 코드 중간중간의 0과 1의 순서를 바꾸었다.
공기는 꽃잎으로, 반짝이는 빛으로, 은빛 날을 빛내는 단검으로 변했다.
단검을 움켜쥐자, 마치 예전부터 쓴 것처럼 손에 착 감긴다.




내 다음 행동은 결정되었다.







'시간 끌기는 여기까지야.'
'재밌게 놀아보자고, 파트너.'












난 끝없는 어둠을 박차고 나아갔다.
순식간에 그 놈 코앞으로 거리를 좁혔다.


은빛 단검의 무리가 검에 꿰뚤린 자리를 관통한다.
당혹스러움의 눈빛이 허공을 바라본다.

난 내 가슴에 손을 올렸다.
나의 코드가 손바닥을 간지럽힌다.
난 손가락 끝에 코드를 걸고 손을 펼쳤다.
다섯개의 0과 1의 조합이 손끝에서 지직거린다.
그것을 흩뿌리자, 의식없는 다섯 복제본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 놈 최대한 붙잡고 있어. 절대 죽이진 말고."
그것들은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난 반대 방향으로, 눈알들이 날아들던 곳으로 내닫았다.










거대한 눈알이 날 바라보았을 때, 그 눈동자는 이미 반으로 찢어진 상태였다.
눈알이 재생되는 동안, 혈관이 둘려진 조직이 내게 덤벼든다.
손바닥을 살짝 움직이자, 은빛 단검이 폭풍을 몰고 혈관을 저몄다.

수많은 눈알이 내게 달려든다.
모든 것들이 느리게 보인다.
절반으로 나뉜 눈알들이 대지에 쏟아지고, 붉은 피가 바닥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검을 다시 휘두르자, 핏물이 터져 내게 뒤집어 씌워진다.
여러명이 벤 것 같은 상흔이 혈관 덩어리에 흔적을 남긴다.

보라빛 불꽃과 참격이 그 위에 쏟아지고, 광기의 웃음과 고통의 비명이 겹쳐진다.
끔찍한 고성이 귓가를 울린다.

누군가가 날 뒤로 돌렸다.
난 단검을 날려댈 준비를 했다.
".....리스!크리스!!"
"괘...괜찮은 거니?"

설원을 덮던 어둠이 걷힌다.
경황스러움이 묻어나는 검은 눈동자가 날 바라본다.
"야....."
"이게 대체...어떻게 된거야?"





난 다시 뒤를 돌아봤다.
갈기갈기 찢겨진 덩쿨 더미가 꿈틀댄다.
불타고 있는 중에도 계속 살아가려, 계속 죽이려 소생을 시도한다.

"너 뭐 미친 살인마처럼 무쌍을 찍더라."
"거의 공포영화 한 장면을 보는 줄 알았다고."

"......."
"..........................."

"근데...그 피는 인간을 얼마나 베어넘겨야..."



난 손바닥을 쳐다봤다.
온통 빨갛다.

빨강이 손에서 흘러내렸다.
물에 물감이 퍼져나가듯, 빨강이 설원에 퍼져나간다.
계속 빨갛게 변해간다.
모든게 빨갛게 변해간다.
전부 다 빨강, 빨강, 빨강.

"얘야, 정말로 괜찮은거니?"
"머리를 왜 계속 쥐어뜯는 거-"

고통스럽다.
너무 고통스럽다.
계속. 계속. 계속 고통이 찾아온다.

"야, 정신차려!!"
"얘야, 정신차리고, 제발 멈춰주렴!"

붉은 세계가 일그러진다.
광란의 웃음이 귀가 찢어질 듯 울린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이 계속 팽창한다.

"머리 그만 박으라고, 미친 새끼야!!!"
"그만하렴. 제발, 제발...!!"






https://youtu.be/_An-rkwlInc




-------
오늘의 코멘트:분량조절 실패했다...
원래 여기서 전투 끝낼려고 했는데 보여주고 싶었던게 많아져서 다음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샌즈는 여기서 죽으려 했던 거 맞다. 이유는 세가지인데
1. 각성 파피가 샌즈보다 쎄고
2. 타인의 죽음에 관한 감정(ex:슬픔, 분노, 복수심 등등)이 증폭되어 잠시나마 강해질 수 있고
3. 살인마는 적어도 하나를 죽여야만 만족하고 떠날테니까

즉 '동생이 위기에 빠져서 구해야 한다.' 라는 근본적이고 당연한 이유따위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자기 손으로 그 동생을 죽인적도 있는데 파피가 죽었어도 별로 신경 안 썼을거임.

이번화에서는 내가 미리 생각해놓은 엔딩에 대한 떡밥을 슬쩍 흘려놨다. 물론 너무 많이 흘려서 눈치빠른 사람들이 이후 전개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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