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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가 샌즈 고문실험하는 글 (부숨주의)

웡웅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14 20:41:17
조회 499 추천 6 댓글 9




.


- 일어났구나.


귓가에 먹먹하게 스며드는 음조가 온화하기 그지없다. 샌즈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멍한 정신을 아무렇게나 붙잡으려 애쓴다. 옅게 남은 이명이 귀를 때리듯 메아리친다. ···잠깐, 애초에 해골에게 귀라는 게 존재하긴 했던가?


- 가벼운 뇌진탕 증세였단다. 네가 아무리 약하다지만, 겨우 후두부를 살짝 가격했다고 픽 쓰러질 줄은 몰랐거든.


그것 참 별일이네요. 라는 대답은 차마 단어가 되지 못하고 작은 웅얼거림으로 남는다. 그제서야 샌즈는 목이 따끔거리는 것을 눈치챘다. 성대가 갈라진건가. 그 이유가 단순히 비명을 지른 탓인지, 아니면 몇 번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내지른 것 때문인지.

샌즈는 고개를 올려 태연한 낯을 한채로 주사기 끝을 톡톡 두들기는 괴물을 바라본다. 가스터. 자판을 두들기던 가느다랗고 곱던 손가락이, 주사기를 내려놓고 어울리지 않게 흉한 도구를 살살 훑었다. 더 이상 몸이 묶여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다. 이게 몇 번째지? 대략 세어보아도 열 여덟 번은 넘었을테다. 이 정도면 맞거나 기절하기 전에 도망갈 깜냥이 찰 법도 한데, 샌즈는 지지부진하게 끌려오는 데에만 도가 텄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의 동생인 파피루스가 인질 아닌 인질로 잡혀 있다는 사실이 있었지만.

해골은 그게 아니더라도 이 처가 자신을 순순히 놓아줄 일이 없다는 것쯤은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차라리 모를 정도로 멍청했었다면 좋을텐데. 제작된 이후부터 유난히 두각을 보이던 지능은 이 곳에서 벗어나봐야 평생을 도망만 쳐야 할 것이며, 그 옆에 자신의 동생이 있으리란 보장 또한 없다는 결과까지 자랑스레 도출해냈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보호 받는 편이 파피루스에게도 좋겠지. 그는 늘상 그랬듯 되도 않는 자기 합리화를 시전했다. 회피하는 게 특기인 해골에겐 별 달리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그러니까, 그 주삿 바늘이 자신의 팔을 향하기 전까지는.


- ···이런, 그렇게 몸부림치면 주삿 바늘이 잘못 들어간다는 사실도 모르는겐가? 행여 잘못하다 표피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꽤 곤란하지 않겠어.


정상적인 개념으로써는 바늘이 뼈를 꿰뚫고, 상흔을 입힌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저건 오직 한 해골을 위해 특수 제작된 바늘이다. 샌즈는 마구 버둥거리다 이내 제 풀에 지쳐 헉헉거리며 숨을 토해낸다. 쉬어버린 성대에서 나온 숨은 고요하기만 할 뿐이였다.


- ······...-!!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든 바늘이 금세 액체를 주입한다. 순간 알싸한 감각과 동시에 얼음을 문댄 듯 팔이 시원하게 식었다. 잠시 찾아온 고통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샌즈는 잠시간이였으나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부풀어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얼이 빠진 얼굴로 가스터를 올려다본다.


- 걱정마렴, 그저 네 회복력을 단기간 올려주는 약물이란다. 네가 죽으면 여러모로 차질이 생기니 말야.


물론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게 자신의 실험에 문제 삼을법한 것이 아니라면, 가스터는 이 해골의 안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말마따나 정말 망가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새로 교체할 수 있으니까. 그저 그 과정을 번복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이다.


-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거란다.

- ······.

- 내가 질문하면 1부터 10까지, 네가 느낀 고통을 지수로 표현해보려무나. 모호하게 대답한다면 다시금 요구할테니 신중하게 답하는 게 좋을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바로 옆전에서 들려온다. 긴장한 탓에 위아래로 빠르게 헐떡거리는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던 샌즈는 하얀 눈동자를 굴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멸균함에서 말끔한 메스 하나를 꺼낸 가스터가 마주 시선을 돌려 눈을 맞춘다. 해골은 조명이 스친 칼날이 비스듬히 빛나는 것을 보고서 묵은 침을 삼킨다. 목이 따끔거린다.

가스터는 어디서부터 메스를 대야할 지에 대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떨림을 채 감추지도 못하고 덜덜거리는 팔의 소매를 걷어낸다. 군데군데가 푸르게 멍들었으나 여전히 희고 매끄러운 단면이 드러났다. 곧이어 팔꿈치 아래를 푹, 찍은 칼날이 가감없이 길을 따라 흠집을 낸다.


- ···끅, 커읍······,


이미 맛이 간 목에서 신음이랍시고 덜 떨어진 소리를 토해낸다. 마취도 없이 살이 갈라지는 고통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샌즈는 죽지 않는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동앗줄처럼 붙잡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붉은 액체가 송글송글 맺힌 틈새를 소독솜으로 꾹꾹 누르자 떨림이 조금 더 거세진다. 잠시간이였지만 피가 멎은 자리에 샛노란 골수가 약간 비친 것도 같았다. ···단순히 생김새만 해골을 닮은 것이 아니라, 신체 구조도 완전히 인간의 것을 따른 것인지. 가스터는 이 사실을 나중에 따로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겋게 물든 솜을 때어내자 혈색 좋게 피가 철철 흘러 넘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 이내 실험대 밑까지 향한 액체가 바닥에 점점 고여갔다. 고개를 올리자 이를 꽉 문채로 겨우 눈물을 참는 듯한 샌즈의 얼굴이 보였다.


- 끄윽, 긋···, 커, 어윽...···


샌즈는 얼떨결에 무미건조하기 그지 없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가스터와 눈이 마주친다. 감정이 결여된, 오로지 실험에만 욕정하는 괴물. 그런 끔찍한 피조물이 존재한다면 바로 저 자이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지, 가스터는 검은 라텍스 장갑을 찾아 손에 끼우고선 찬장 구석에 있던 봉지를 집어온다. 찰랑거리는 새하얀 알갱이가 꼭 스노우딘의 눈을 닮았다. ···파피루스.

그 찰나의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은 가스터가 그쪽을 흘끔이더니, 별 다른 감흥도 없어 보이는 손짓으로 봉투를 열어 작은 티스푼에 약간 쏟는다. 그리고선 벌어진채로 피를 줄줄 뱉어내는 상처 안에 톡톡, 털어 넣었다.


- ···아, 커흑, 가, 스터···, 끄으윽···!!


아파, 아프다고. 같은 말들은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한다. 순간 점막 하나하나가 타들어가는 고통이, 알갱이가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부위가 화끈거리는 게 지나치게 생생하다. 금방이라도 나가버릴 것 같은 정신을 겨우 부여잡은 해골은 몸을 뜻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며 허리를 튕긴채로 사시나무마냥 덜덜 떨어댔다. 성대가 다시 터졌는지 입에선 비릿한 혈향이 맴돌고 있었다.


- 1부터 10까지, 고통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얼마일 것 같니?


6? 9? 마음 같아서는 10이라고 내지르고 싶었으나, 그 기준조차 흐릿하게 느껴졌다. 1은 따끔거리는 정도, 10은, 10은 죽기 직전이였던가? 분명 이미 일러줬을텐데, 혼미해진 정신이 그걸 기억해낼 리가 없었다.


- 대답.

- 아, 아아···!! 끄윽, 파, 팔···.

- 모호하군, 다시.


숫자의 발음마저 잊어버릴 지경이 되자 속이 메스껍다. 조금이라도 역한 냄새나 장면이 있었다면, 그대로 속을 게워냈을테다. 다행히도 아까부터 눈물이 시야를 가린 탓에 분명 처참할 자신의 팔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붉은색, 그리고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상만이 두루뭉실하게 보일 뿐이다.


- ···컥, 흐읏, 여, 덟······!


그 말을 끝으로 시야가 껌껌해진다. 그제야 가스터는 피가 튄 탓에 얼룩이 진 장갑을 벗고선, 펜으로 결과를 기록한다. 들려오는 사각거림이 꼭 보고서가 아니라 유언장이라도 쓰는 것 같다. 샌즈는 더 이상 헐떡거릴 기운도 없이 기진맥진해선 자리에 축 늘어진다.

휴식 시간이였다.


















아이피 바뀌는 게 엿같아서 그냥 고닉을 팠다

부숨이라는 자체에 집중해보고 싶어서 감성적인 표현을 줄이고 더 적나라하게 부숴봤음
고로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진성 부숨이들은 이 방식을 더 좋아할거라 생각한다

1시간 좀 넘게 걸렸고 귀찮아서 퇴고 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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