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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문학) Dancing in the air.

웡웅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7 22:53:36
조회 233 추천 6 댓글 7




오랜만에 글 씀 덕분에 1시간 걸릴 거 2시간 동안 끄적끄적 써냈다 공백포함 약 3400
더스트테일 공식 텀블러 구경 갔다가 머더샌즈가 파피루스의 환영을 보게 된 계기는 상상의 나래에 맡긴다길래 재밌겠다 싶어서 뚝딱함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 묘사라 천천히 읽는 걸 추천


+ Dance in the air (공중에서 춤추다)
속뜻은 공중에서 허우적대다, 또는 교수형을 당하다.






*

눈발이 거칠게 휘몰아치는 오후의 한낮이였다. 떠들썩하던 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고, 눈 위를 노니던 주민들은 각자의 대피소에서 숨을 죽인 채 난데없이 찾아온 재앙이 멎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사라져버린 소리의 빈칸들은 삐쩍 곪은 나무들이 가지를 부닥치며 낄낄거리는 소음으로 메워진다. 이 길을 걷는 자들이 아직 귀머거리가 되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사브락, 사브락. 아무도 밟지 않아 새하얗게 쌓인 눈을 분홍빛 슬리퍼가 자비없이 짓밟고 지나간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옷깃에서 풀풀 터지는 먼지들이 눈 위를 더럽힌다. 외투를 한번 털어버리면 그만일 것을, 해골은 무심하게 발을 앞으로 옮기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아니. 집중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돌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텅 비어버린 두개골 안켠으로 익숙한 기억들의 물살이 차오른다.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만 안겨다 준 첫 죽음, 절규하며 온갖 핏발 섞인 저주를 내지르던 목소리들, 거멓게 눈을 뒤덮는 잿빛 입자들. 그 모든 끔찍한 추억들을 샌즈는 한 문장으로만 정의하고자 했다. 그래야만 했어. 오히려, 그 값진 경험들로 인해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괴물들에게 죽음을 선물할 수 있었다.

샌즈는 아직도 처음으로 그들이 죽어가던 장면을 기억한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일그러진 울상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괴물. 한껏 물러터진 자신의 심정으로 인해 볼품 없어진 공격력. 덕분에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대는 괴물의 복부를 몇번이고 뼈로 파헤치던 자신의 손. 그는 어느 시점부터 장갑을 벗지 않았다. 그 밑에 드러난 하얀 손을 마주하는 순간, 미칠듯이 역겨움이 치밀 것 같아서.

사실, 그런 시답잖은 변명들을 제외하고서라도 해골은 자주 속을 버리곤 했다. 안에 담아뒀던 양심 내지의 온갖 부산스러운 장애물들을 죄다 토해내려는 것처럼. 동생의 두개골이 힘없이 깨지는 순간이 머릿속에서 다시금 재생되기라도 하면 입 안에 손가락을 비집어 넣어서라도 그 장면을 게워내기 위해 애썼다. 형은 더 나아질 수 있어. 난 믿어. 정말, 정말로 믿어······ 믿···, 믿어, 어, ㅁ···. 반추동물마냥 억지로 그 대사를 곱씹다보면 의미가 퇴색된다. 추잡한 흔적들 위에 가득 쌓이는 하얀 눈처럼. 팔자에도 없는 눈 내리는 날이 좋아진 건 그때부터였다. 눈이 거세게 내릴수록 다음 희생양에게로 향하는 뼈의 궤적은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해진다. 망설임은 하얗게 묻혀 사라지고, 죄악감은 이미 부옇게 번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완벽함.

오늘도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번에도 다른 점이 없었다. 그 사실이 샌즈를 실성하게 하면서도 또 무언의 안온함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심정과 치부를 덮어버리고 싶은 더러운 바램이 뒤엉킨 탓이였다. 꽁꽁 숨어버린 주민들, 적막만이 맴도는 집, 어쩌면 오늘 누군가의 행복이 되었을지도 모를 선물 상자들.

그 너머를 향해 걷다보면 정해진 레퍼토리를 따라 친숙한 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힘차게 휘날리는 붉은 머플러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걱정스럽게 치켜 내려간 눈매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이다. 저건 **의 동생이다. 그가 **하는 **이다. 희**. 또 다른 희생양이다.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나 싶더니. 존재하지도 않는 뇌가 드디어 맛이 간 모양이였다.

희생양이 내뱉는 문장들이 마구 빗발치는 눈에 썰려 단어가 된다. 그 단어들이 휑한 귓 속을 거쳐 짓물리면, 마침내 해골이 들을 수 있는 것들은 고작 웅얼거림일 뿐이다. 덕분에 지지부진한 사색과 고민에 '골'몰하는 대신 손쉽게 뼈를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심하게 눈이 내린다. 덕분에 파열음과 온갖 부차적인 신음들이 파묻혀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샌즈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천천히 걸음을 옮겨 머리만 남아버린 희**, 희생양, 희열감, 희열감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호하나, 적어도 정상적인 미소는 아니였음이 확실했다. 이제 날 믿는다고 이야기해 주어야지. 여전히 믿고 있다고.


- 샌즈. 형······, 맞아?


맞아? 숨이 멎는다. 그 짧은 한 마디가 귀를 꿰고 지나가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면, 아니라면. 어쩌면 그저 자신의 망상일지도 몰랐다. 여태까지 곧잘 흐릿했던 말이 저리도 선명하게 들릴 리 없다. 그럴리가 없잖아. 스스로를 위로하던 모든 말들이 폐허마냥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 생명은 여전히 고귀한가. 살인은 여전히 죄악인가. 답하지 못했던 모든 질문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채우고, 뒤덮는다.

동시에 겨우 틀어 막었던 갖가지의 부산물들이 터져나온다. 형체없는 싸움을 홀로 이어나갈 수록 구차하게 피어오르는 혐오, 역겨움. 어떠한 비난도 없이 되감기는 세상, 그럼으로써 안도하는. 모든 것들이 정해진 경우의 수들로 나뉘어질 때 느껴지는 이질감. 증오, 연민, 사랑, 그리고 떳떳하지 못한 온갖 감정들이 뒤엉켜서 비로소 이도저도 아니게 된 마음. 아,


—전부 놓아버리고 싶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포기하면 편해. 진작에 했어야만 하는 일인데. 샌즈는 스스로 이걸 깨닫기까지 이렇게나 오래 걸렸다는 사실이 통탄스럽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늘상 그랬듯 관두고 순응하고 묵묵히 받아들였으면 될 일을. 앞을 향하던 뼈의 날카로운 파편이 천천히 머리를 돌린다. 이미 탁하게 물든 하얀 영혼을 고갯짓한다. 유일하게 믿었던 존재에게 부정 당하는 일은 이번으로 족하다. 두 번이나 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끝내 날이 흘러내리는 눈들 사이를 가르며 가까워졌고, 가까워지고, 또 가까워질 순간. 그 찰나에.


- ···샌즈, 다음은 어디야?


들려오는 한마디. 샌즈는 다시금 그 한마디로만 퍼득 까무러치며 급하게 뼈를 물렸다. 누군가의 잔해가 남은 눈에 뼈가 버려지듯 푹 꽂혔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공중에서 휘날리는 헤진 주름이, 붉은 천이 시선에 들어온다. 쉴 틈도 주지 않고 뒤이어지는 음절들.


-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을 실망시킬 생각은 아니길 바라. 다음 희생양은 누구냐니까?


방금 막 베어냈던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본다. 익숙한 미소. 저건 분명히 자신의 동생이다. 홀린 듯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보던 샌즈가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 폭소가 터진다. 아니, 웃음이 범람한다는 표현이 더 걸맞았다. 자신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시끄럽게 웃고 울고 소리를 지르다 얼굴을 감싸쥐며 그 위로 만져지는 표면을 마구 긁어내렸다. 지금 느껴지는 것은 펄펄 끓는 증오도, 애수 어린 사랑도 아니다. 어떤 단어로 콕 찝어 정의할 수 없는 감정. 원하지 않는 말들을 꺼내기 위해 입이 비싯비싯 열린다.


- ···인간이지, 뭐겠어.

- 역시 형이라니까! 날 실망시킬 리가 없지.


익숙한 웃음소리. 동생의 웃음소리. 샌즈는 미치지 않기 위해, 먼지 묻은 손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억지로 잡아 당겼다. 함께 웃기 위해서. 드디어 정신이 나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서.


- 그래. 어서 가자, 파피루스.


내 최고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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