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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탱문학]자주포 깎는 장인.

algophil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3.15 20:19:49
조회 115 추천 1 댓글 2

벌써 1개월 전이다. 내가 갓 8티어를 뽑아서 10탑방에 들낙거린지 얼마되지 않은 때이다. 클랜에서 괜찮은 자주포 유저를 한명 찾아달라고 했을 때, 나는 힘멜스도르프에서 한창 전차를 굴리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기지에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거리는 자주포가 한 대 보였다. 쏘라는 탄은 쏘지도 않는 거 같아서 한번 얘기를 했다.

     

"좀 가만히 앉아서 탄 좀 쏠 수 없습니까?“

     

했더니,

     

"탄 한발에도 정성을 쏟아야 되는 거 모르는가? 정 게임하기 싫으면 RR때리고 차고가든가."

     

대단히 무뚝뚝한 자주포 유저였다. 더 이상 보는 눈도 있고 해서 닦달하지는 못하겠고 딜이나 제대로 하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부산스럽게 이동하고는 이윽고 탄을 쏘기 시작하는 듯, 고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떨어져서 적군들의 전차내구도가 척척 줄어드나 싶었는데, 어느샌가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나질 않았다.

     

"킬딸친다는 소리 안할테니 남은 전차들 좀 처리해주시죠.“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그쪽만 전장이고 이쪽은 꿀인가? 거 참."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킬딸친다는 소리는 안한고 했잖소. 남은 적들 좀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주포 몰던 유저는 퉁명스럽게,

     

"네가 잡으면 되지 않나. 그것마저도 싫다면 RR치고 차고가!"

     

하고 내 후면에다 포를 겨눈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일단은 눈앞에 있는 적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안된다니까. 전장은 한쪽만 있는 게 아냐.“

     

좀 누그러진 말씨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다시 자리를 이동해 적진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더 할말을 잃어버렸다.

     

간신히 이기긴 했지만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자주포를 운용하니 팀이 간신히 이긴 것이다. 팀 위주가 아니라 제 위주로 플레이를 한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리고는 그 자주포 유저를 골려먹을 속셈으로 리플레이를 클랜장에게 넘기고는 비매너 유저라고 퍼뜨려달라고 얘기했다.

     

다음날이 되니 클랜장이 그 자주포 유저는 엄청난 장인이라고 야단이다. 클랜에 있는 어떤 자주포 유저보다도 훨씬 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타 다른 자주포 유저들과는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클랜장의 설명을 들어 보니, 무작정 라인에다 지원을 넣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며, 무작정 회피만 하는 것 또한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필요할 때는 적과 마주하는 대담함도 있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자리를 찾아가는 것 또한 자주포가 가지고 있어야 할 중요한 개념이라고 한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이 확 풀렸다. 진심으로 그 자주포 유저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전차란 모름지기 그 역할이 있는 법이다.

그중 자주포는 팀의 화력을 책임지며, 전체적인 전장을 넓게 보며 불리하게 돌아가는 라인에 강력한 화망을 지원하여 밀리지 않게 도와주거나 밀고 있는 라인에 화력을 동원하여 아예 붕괴시켜야 하는, 스스로의 판단이 많이 요구되는 병종이다. 그렇지만 요즘에 자주포는 많이 기피된다. 고티어까지 오는데에 다른 것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며, 많이 움직이질 않으니 재미가 없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기 일쑤다.

     

다른 전차들 또한, 자주포처럼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중(重)전차는 팀의 라인을 책임지며 스스로 전장을 만들며, 또한 천천히 전진하면서 상대를 밀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컨트롤로 자신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공격을 전부 받아낼 줄 알아야 한다.

중(中)형전차는 중전차가 만들어낸 전장에 근거리 지원을 해주며 때때로 상대의 빈틈을 파내어, 전장을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워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중전차의 기력이 다했을 때에 몇 번의 공격을 받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

구축전차는 중거리 저격이나 강력한 지원을 해야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특징을 살려 중전차와 같이 전장에 서거나, 강력한 기동으로 상대의 전차를 유린할줄 알아야 한다.

경전차는 초반에 상대의 시선을 빼앗아 아군이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도록 도와주거나 상대방이 어디로 오는지 탐색을 하고, 기회가 된다면 상대의 자주포를 뭉갤 줄 알아야 한다.

병종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으며, 이 때문에 어느 것 하나가 우월하다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요즈음의 김치섭을 보자면 무작정 남이 좋다고 하는 것에만 달려들어 저마다 그 전차를 뽑길 희망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병종의 전차로 전투를 어떻게 전개해야되느냐의 개념또한 희박하다. 거기에 안티노라, 롤랑과 같은 네임드들이 한마디하면 그들의 말을 마치 종교적인 신앙인양 떠받들면서 따르며, 그들의 말에 조금이라도 위배하는 유저가 있으면 트롤러나 일베충으로 매도한다. 때문에 각 병종별로 스스로의 경험과 노하우로 올라온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거의 없으며, 장인이 없으니 각 병종들 사이에 숨겨진 전차들의 진정한 위력또한 잊혀지거나 모르게 마련이다.

     

아마 그 자주포 유저도 그런 심정에서 자주포를 굴렸을 것이다. 나는 그 유저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게임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장인이 나 같은 인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그렇게 멋지게 게임을 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유저를 찾아가서 기프트샵에서 산 김병오라도 선물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그 유저와 자주 소대를 맺었다던 유저를 수소문해 찾아봤다. 그러나 그 유저는 접속하지 아니했다. 나중에야 알고 보니 그 유저는 입벤씹선비한테 걸려서 영구정지를 먹고 게임을 접었다고 한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오늘 클랜원과 소대를 맺고 게임에 들어갔더니 저격하는 소련산 중전차가 또 똥을 싸고 있고, 자주포는 어영부영하다가 탄 하나 쏘지 못하고 2분만에 차고로 가버렸다. 소대원들과 겨우겨우 하드캐리로 게임을 이기고 난 뒤에 채팅을 하다가 문득 1개월 전, 그 자주포 몰던 유저 아니, 장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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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게 대화가 영 그렇다고 해서 대화 어투를 좀 바꿔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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