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드야 뭐 세스 롤린스 같은 경우엔 원래 헬 인 어 셀 2012년도에 펑크를 도와주는 역으로 데뷔했을 거란 얘기도 있고, 앰브로스도 원래 믹 폴리랑 대립하면서 데뷔할 예정이었다고 본인이 얘기했고, 로만 레인즈는 말할 것도 없고...

WWE에서 펑크한테 경호원으로 케인, 빅 쇼, 브라이언을 붙여준다는 딱 봐도 어쏘리티 같은 병1신 냄새 풀풀 나는 똥각본을 제시했을 때, 펑크가 FCW에 있는 유망주들한테 기회를 주자고 말함으로 쉴드 세 명이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순 있겠지만, 저들은 쉴드 각본이 아녔어도 개별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떴을 거 같음.

단순히 그들에게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걍 시기상으로 그들한테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었을 듯. 시기가 세대 교체가 이뤄질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트리플 H가 새로운 성취물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기도 하니까.

지금 NXT에서 트리플 H가 과거의 폴 헤이먼이 그랬듯이 인디 레슬러들한테 메인 스트림 무대로 올라갈 기회를 준다는 것도 참 재밌는 아이러니 같음. 두 사람의 상반된 이미지를 생각하면. 폴 헤이먼이 CM 펑크가 인디 시절의 링 네임을 유지할 수 있게 조치했듯이, 트리플 H도 켄타와 사모아 죠의 링 네임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것도 그렇고(켄타는 빈스의 반대로 실패했다지만).

하여튼 펑크가 없었어도 쉴드나 쉴드 이후의 인디 레슬러들은 트리플 H의 지지 아래에서 WWE로 수월하게 올라올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걍 내 느낌인데, 대니얼 브라이언은 CM 펑크라는 전례가 없었다면 이렇게 성공하기 힘들었을 거 같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대니얼 브라이언의 상승이 CM 펑크와 시기상으로 겹친다는 것 때문인데(펑크가 시나를 꺾은 날에 머인뱅을 따 낸 다음에, 펑크가 시나 없이 PPV의 메인을 장식한 날에 머인뱅을 캐쉬 인해서 챔피언이 됨)

12년도에 브라이언 vs 펑크 대립에서 브라이언이 펑크를 킥과 섭미션으로 악독하게 밀어붙이면서 강한 이미지를 갖게 됐기도 하고,

13년도 섬머슬램에서 시나랑 대립한 것 역시 시나 vs 펑크 대립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만약에 11년도에 펑크 vs 시나라는 대립이 없었으면 저 대립이 이뤄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브라이언이 레슬매니아 30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것 역시 펑크의 탈단의 영향이 컸다는 견해도 있고.

뭐 돌이켜 보면 펑크랑 브라이언은 시나와 앞으로 출현할 새로운 아이콘 사이에 있는 과도기적 시기의 인물로 기억될 거 같기도 한데,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둘이 하나의 세트로 묶이게 될 듯. 어쨌든 둘 다 존 시나 이후에 WWE에 데뷔한 인물들 중에서, 존 시나를 싱글 매치에서 클린 핀 폴로 꺾은 둘 밖에 없는 선수이니. 존 시나를 쓰러뜨린 게 WWE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두 사람이었다는 것도 재밌는 아이러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