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브로스는 메인이벤터가 되기에 글렀다\'

물론 관중반응도 좋고 각본수행력도 매우 좋지만, 장시간의 싱글 경기를 맡기려다 보니 결국 쓰는 기술만 반복해서 쓰는 식으로 스스로 기술의 밑천을 드러내버렸고(리바운드 래리어트 시도만 세 번, 탑로프에서의 플라잉 엘보우 어택 시도만 세 번 등등),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앰브로스도 뭘 어떻게 기술을 써야 할지 감을 못잡는듯한 눈치더군요. 차라리 레인즈는 기술이 얼마 없음에도 계속 맞다가 큰 거 한 방 한 방으로 주력하면서 피니쉬인 스피어나 슈퍼맨 펀치를 다양하게 시도하려는 노력이라도 했는데, 앰브로스는 핀폴도 획득하지 못할 기술들에 계속 매달리면서 피니쉬인 더티 디즈는 심하게 아끼려는 모습이 좀 어긋난 것 같아요. 앰브로스가 쉴드 분열 후 솔로 활동을 하면서 소질을 보인건 특유의 광끼 캐릭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했던 기믹 매치의 소화능력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었는데요. (럼버잭 매치 - 폴스 카운트 애니웨어 - 헬 인 어 셀 - TLC 매치 - 부트 캠프 매치 - 다자간 사다리 경기 - 시카고 스트리트 파이트 매치 등등) 막상 장시간의 싱글 경기를 하려다 보니 특유의 무기 사용이라던가 하이플라잉 무브는 온데간데 없고, 계속 썼던 기술의 반복 식으로만 연출되면서 보는 내내 시청자가 더 지쳐간다는 체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사실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편인데 남은 시간이 15분쯤 됐음에도 앰브로스의 모든 기술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물론 기술이 얼마 없음에도 카리스마로 무장하여 장시간 싱글 경기를 이끌어갔던 메인이벤터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피니쉬를 여러 번 시도해봄은 나을지언정 핀폴조차 얻어가지 못하는 그야말로 \'주력 기술\'을 여러 번 시도한 예는 거의 없었어요. 레이 미스테리오도 헤드씨져스를 두번 세번 사용하진 않았고, 오스틴도 루테즈 프레스를 여러 번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으며, 시나도 시나5콤보를 두번 이상 사용하려 한 예는 없었거든요. 이미 성공했음에도 또 시도하려는 건 굳이 필요한 연출이었나 싶기도 하고, 아무리 롤린스가 다양한 기술로서 볼거리를 제공하려 해도 정작 팬들이 이입할 수 있는 건 선역 앰브로스였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고 힘을 잃는다는 느낌이 매우 컸네요. 또한 J & J 시큐리티가 뭐만 하려고 하면 에이프런에 서서 심판의 시선을 분산시키고는 했는데, 왜 저 심판은 J &J 시큐리티를 추방시키지 않은거지 싶기도 했습니다. 보통 저 정도의 경기 개입이라면 심판들도 짜증나서 링사이드의 선수들을 추방시키고, 그래야 롤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심판에게 따지고 그런게 어딨냐며 항의하다 한 대 맞는 식으로 연출되며 조금 더 재밌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심판의 J & J 시큐리티에 대한 무능력한 대처, 앰브로스의 지루한 기술 반복 등이 그 동안 봐왔던 앰브로스/롤린스의 훌륭한 역사 속에 찬물을 끼얹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앰브로스도 쓸 수 있는 기술의 배리에이션이 꽤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번 PPV에서는 저렇게 경기를 했는지 알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