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저는 중학교에서 반 애들의 훌륭한 히스 슬레이터가 되어주고(망할 학교 통 놈들이 그놈의 접수 때문에 저한테만 계속 기술을 걸었습니다...), 6교시를 마친 후 4시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중 1때까지만 해도 학원 같은 건 모르고 지내서 집에서 맘껏 놀 수 있었고, 저는 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컴퓨터 ON - 레슬매니아 카페 - 점성술 카페 - 프로레슬링 갤러리 - 스맥다운 2 CD 플레이 테크를 타려고 컴퓨터를 켰습니다.(그때 당시만 해도 저희 동네 문방구엔 PC용 스맥다운 2 CD를 팔고 있었고, 저는 레슬링 게임이 너무 하고 싶은데 집에 플스가 없어서 그걸 사서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창을 띄웠는데, 그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는 바로 다음창으로 갈려던 제 눈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레슬링이 최고로 성행했고 초딩들의 쉬는 시간 교실을 링으로 만든 2003년도에도, 로우 방송됐다고 네이버에서 실검에 레슬러 이름이 뜨는 일은 없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레슬러 '에디 게레로'가 네이버 실검 1위에 뜬 겁니다. 저는 ‘이게 뭔 일인가’하는 신기한 마음과, ‘에디 게레로가 왜? 바티스타하고 노머시 경기한 거 방송 못 봤는데 챔피언 땄나? 앗싸!’하는 기대감으로 ‘1위 에디 게레로’를 클릭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초딩 티 못 벗은 마음으로 봐서 그런지 에디 게레로가 레이를 공격할 땐 미웠지만, 그때 바티스타도 별로 안 좋아해서 정말 기대했었습니다. 왠지 에디 게레로를 클릭하면 ‘뙇!’하고 금색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을 든 에디 게레로의 이미지가 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클릭 후 암만 찾아봐도 금색의 벨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눈을 돌리니 오른쪽에 ‘2위 오웬 하트, 3위 브렛 하트, 4위 차보 게레로, 5위 빅 보스 맨’ 이렇게 1~5위가 다 레슬러로 도배되 있었는데 2, 3, 5위가 뭔가 위화감이 엄청났습니다. 다시 에디 게레로 인물정보란으로 눈이 돌아갔을 때, 출생 1967년 다음에 빼기 표시와 2005년 11월 13일이 떠 있었습니다.(1967-2005년 11월 13일) 그때까지도 전 뭔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어제도 다음 카페에서 레이하고 에디하고 치고 받는 거 봤는데 뭐냐 이게...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링크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에디 사망 진짠가요?’, ‘이거 각본이죠?’, ‘에디 게레로...’, ‘에디 게레로가 심장마비로 호텔에서...’

바로 다음 레슬매니아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바티스타 스킨이었던 카페 스킨이 흰 국화와 검은 배경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디 게레로가 흑백으로 스킨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새글 목록을 보니 3페이지 가량이 에디 게레로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점성술 카페를 제끼고 프로레슬링 갤러리로 갔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부모님과 친구와 연예인을 통틀어, 좋아하던 사람의 죽음을 맞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누나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글들을 클릭하면서 울었습니다.

프갤에서도 추모는 한달 가까이 계속 되었습니다.

10년 전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에디 게레로가 Lie, Cheat, Steal을 모토로 삼았듯, 언젠가 돌아올 거야. 이 모든 게 에디 게레로의 장난 가득한 거짓말이고 그는 모두를 놀리며 웃는 얼굴로 돌아올거야.’
그리고... 뭔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은데, 전 여전히 프로레슬링을 좋아하고 있는데,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2005년 12월 18일 Smackdown에서

에디 게레로. 그를 위하여 오늘 버스를 달립니다.

제가 가진 모든 에디 게레로의 경기 자료를 추리니 나름 이 정도가 나왔습니다.

에디 게레로 추모 로우, 스맥다운
WWE.Greatest.Superstars.of.the.21st.Century.2011 DVD 에디 게레로 소개 부분
WWE.Cheating.Death.Stealing.Life.The.Eddie.Guerrero.Story.2004 DVD 전체
(수록 경기)
94년 AAA 에디 게레로 & 아트 바 VS 엘 히요 델 산토 & 옥타곤 (*****, 1994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4위)
95년 8월 ECW 에디 게레로 VS 딘 말렝코 (1995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21위)

97년 WCW 에디 게레로 VS 크리스 제리코 폴 브롤

97년 WCW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할로윈 해벅 (****3/4, 1997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4위)

02년 WWE 에디 게레로 VS RVD 로우
02년 WWE 로스 게레로스 VS 에지 & 레이 미스테리오 VS 크리스 벤와 & 커트 앵글 서바이버 시리즈
03년 WWE 에디 게레로 VS 크리스 벤와 벤전스
04년 WWE 에디 게레로 VS 브록 레스너 NWO (2004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6위)

94년 신일본 블랙 타이거 & 그레이트 사스케 VS 오오타니 신지로 & 와일드 페가수스 (1994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15위)
95년 WCW 에디 게레로 VS 크리스 벤와
97년 WCW 에디 게레로 VS 식스 소울드 아웃
97년 WCW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월드 워
02년 WWE 에디 게레로 VS 에지 스맥다운 (2002년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 선정 올해의 경기 10위)
02년 WWE 4-Way 스맥다운
03년 WWE 에디 게레로 & 타지리 VS 월드 그레이티스트 태그 팀 저지먼트 데이
04년 WWE 스맥다운 15인 로얄 럼블
04년 WWE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스맥다운
04년 WWE 4-Way 아마겟돈
05년 WWE 에디 게레로 & 레이 미스테리오 VS 바샴 브라더스 노 웨이 아웃
05년 WWE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저지먼트 데이
05년 WWE 에디 게레로 VS 크리스 벤와 ONS
05년 WWE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스맥다운
05년 WWE 에디 게레로 VS 레이 미스테리오 서머슬램

13일에서 14일 넘어가는 자정까지 신청자를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