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게 있어 그녀의 첫인상은 '도도하고 예쁜 갤러'였다.

당시 내가 갤에서 도도하다고 느꼈던 갤러는 딱 둘이었는데,

한 명은 소두마루, 다른 한 명이 바로 그녀였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딱히 도도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예쁜 갤러들에게 선뜻 다가가기 힘들어서 그렇게 느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2.

부족한 그림실력으로 갤러들의 짤을 그려주던 무렵,

그녀는 한 장의 사진을 건네며 짤을 그려달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우수에 찬 눈빛, 뽀얀 피부, 오밀조밀 예쁘게 자리잡은 이목구비.

'와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3.

지금 떠올려보면,

그녀가 내게 건넸던 사진은 우리가 흔히 사진을 찍을 때 짓는 일반적인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대부분 브이자를 그리거나, 윙크를 하거나, 미소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사진은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기에.

나는 그녀의 짤을 살짝 슬픈 표정으로 그렸었다.

4.

내가 그간 도도하다고 느꼈던 그녀는,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내게 위의 짤방을 보내줬다.

저건, 내가 갤에서..

아니, 누군가에게 처음 받은 짤이었다.

'우와 저렇게 예쁜 사람이 짤을 만들어줬다!' 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기뻤다.

5.

여장에 취미를 붙이고, 갤에 상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녀는 얼마간의 안좋은 일을 겪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갤을 잠시 쉰 지 약 두어 달의 시간이 지난 뒤,

내가 본 그녀는 무척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6. 

다른 갤러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담아두면 폭발하기 마련이니까,

어떤 형태라도 표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7.

그녀의 글에 힘입어

섹스갤로 전환 완료 된 갤을 바라보며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라

이렇게 그녀에 대한 추억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