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약속이 떠올라 참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

언젠가 불행한 일이 있었을 때 우리는 반드시 같이 살자고 울며 손가락을 걸었었는데

요리는 내가 할 테니까 설거지랑 빨래랑 청소는 네가 해. 아니 누나 나한테 너무 불리하잖아 누나 머리카락 치우는게 얼마나 고생인데. 그럼 니가 집세 낼래? ...

이제는 홀로 품에 안고 있는 추억이죠.

시집살이에 고생하며 매일 엄마에게 신세를 한탄하는 그녀에게서 더 이상 제가 동경했던 빛나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저를 슬프게 해요.

사랑이란게 참 묘한 거죠. 설사 구렁텅이에 빠지더라도 이 사람만 있으면. 모두들 처음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나 그 악몽적인 일상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사람은 바뀌죠.

애초에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선연한 거였으면, 왜 사람들은 그렇게 사랑을 찾아 헤매는 걸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질 것이 분명한 것을 굳이 울부짖는 이는 어찌나 어리석은지.

제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는 걸까요. 그래요, 저마다가 말하는 사랑이란 것은 물론 천차가 만별이겠죠.

날이 추우니 마음이 적적해지는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