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이 난 아이는 이윽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빠아아 밉다고 엉엉엉엉”

여자아이가 우는 모습에 당황한 나는 일단 이 아이를 달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기야 미안해 울지마 뚝”

“오빠아아 나 많이 기다렸다고 엉엉”

나는 손을 뻗어 여자아이의 눈물을 닦아줬다.

살결이 부드러웠다.

큰 눈에 맺힌 눈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따르르를릉 따르르르르릉”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나는 잠을 깼다.

“여보세요?”

“야 니 왜 안나오는데?”

친구의 목소리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었다.

“니 내 30분이나 기다렸데이 안나오나?”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6시 반에 약속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는데는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화난 친구를 대충 어르고 달랜 후 나는 떡진 머리로 약속장소를 향해 집을 나섰다.

오늘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나는 비틀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아 인생 좆같다 시벌’

언제부터였을까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인생이 공허하다는 느낌만이 들 뿐이다.

하루하루가 정체된 느낌

나는 오늘도 흙더미로 파묻히는 느낌만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