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건 머 글 정리한다거나 그런게아니고 오늘 화요일이 11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 빠짐없이 있는 날이라 그랬음

전 블소라는 게임을 해요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듯이 게임머니(블소같은 경우 '금'이라고함)를 사고파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고 블소도 엔씨 자체 정책에서는 금한다고 하지만 외적으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남

블소도 디씨에 갤러리가 있고(블갤) 저는 거기 항상 상주하는 편인데 글도 쓰고 댓글도 남기고 글들도 읽고 소통도 많이함

작년 3월쯤에 블소 내에서 보물창고라는 이벤트? 같은게 있었고 금값이 일시적으로 싸졌음. 마치 주식하는 것처럼 1-2달 지나면 다시 복구될 거라 생각해서, 금을 미리 사뒀다가 나중에 팔아서 시세 차익으로 쪼금 이익을 남기고싶었어

갤에서도 금 사고파는 일이 자주 있다보니 난 평소처럼 금을 사려고 블갤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금을 판다는 유동의 글을 봤어

금 거래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금을 파는 사람에게 계좌로 돈을 입금해주면, 게임에 서로 접속해서 만난 뒤 시세에 맞게 계산해서 해당 금액만큼 금을 1:1 거래로 받는 식이야

이게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은 금을 파는 사람이 돈을 먹고 잠적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그래서 보통 안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사이트들도 있긴해

하지만 이런 사이트를 우리가 비선호? 는 아닌데 조금 꺼려하는 이유는

1. 안전거래 과정이 다소 번거롭고 절차가 많음

2. 아이템매니아같은 중개사이트도 당연히 돈을 벌어야하니까 수수료가 발생함

그래서 차라리 갤에서 사면 수수료 절감하니 조금 더 저렴하게 사거나 이익을 남길 수 있고 워차피 템 짱짱한 사람들이 소액때문에 사기칠 우려는 별로 없다고 가정을 하기 때문

서로 신뢰만 있으면 갤에서 거래하는 게 훨씬 간편하고 난 그때 바보같게도 갤러들은 대부분 착하다고 생각했어

블소는 인게임 내에서 마치 카톡처럼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어플 중에서 인게임 대화 기능과 연동이 되는 캣톡이 있어서, 많은 블소 유저들은 캣톡을 통해 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그래서 캣톡을 통해 계좌번호를 받으면 돈을 입금하고, 인게임에서 금을 받는 식인데 이 사람이 특이하게도 라인 메신저를 이용해서 대화하자고 했음

난 라인 한 번도 안써봐서, 이 부분에서 번거로움 때문에 거르고 다른 사람을 찾았어야 했는데 멍청하게 안그랬음

라인을 깔고, 저 사람이 라인 아이디가 'whyiss' 이거라고 댓글에 남겨서, 나도 라인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대화했음ㅇ

내가 그때는 고닉이 없고 유동닉만 썼는데 그 유동닉이 ㅍㄷ인지 쿠우인지 먼진 기억안나는데 머 여튼

저렇게 대화를 했고, 돈을 입금한 뒤로 조금 더 대화하다가 잠적함. 라인을 처음 써봤었는데 읽음 표시가 다 뜨는 것과는 달리 밑에서부터 안뜨는 걸로 봐선 차단하거나 의도적으로 안읽는듯.

내가 1년째 쓰지도않는 라인 어플을 삭제하지도 못하고 가지고있는데, 여전히 보면 읽음 표시가 안뜸

내가 안일했던 부분이 있지ㅇ 유동닉이였고 캐릭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어야 했는데 저 캐릭터가 34레벨짜리라 쉽게 버릴 수 있는 캐릭터였고 라인 사용하는 것도 의심했어야 했지만

설마 사기가 있겠어 라는 막연한 생각이랑, 금을 먼저 받는거랑은 달리 돈을 먼저 입금하면 요즘 세상엔 계좌 추적이 가능하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했어

어쨌든 그렇게 사기를 당했고 경찰서에 가긴 했는데 저 시간 보면 알겠지만 밤이라서 내 룸메랑 같이 경찰서 열려있긴 한데 낼 다시 오라고 하더라(룸메 계좌로 돈 입금해서)

그래서 다시 방에 왔는데 라인을 첨 써봐서 그런지 그 메신저만으론 연락처도 못알아내고 쫌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어

저사람 캐릭터 닉네임을 홈페이지에 검색해봤지만 별 정보는 없었고, 그래서 내가 알고있는 다른 유일한 정보인 라인아이디 'whyiss'를 구글에 쳐봤어.

그랬더니 디씨 갤러리 글이 나오는거야. 처음엔 여기는 못찾았고 대신 던전앤파이터갤러리에서 굴비?를 판다는 글이였는데 난 던파 안해서 몰랐지만 그게 던파의 화폐인가봐

끈기를 갖고 조금 더 찾아봤는데(내가 구글링에 서툴러서) 결국 이런 글을 찾았어

그때 당시에 이 글을 찾았고, 이 슴꼴이라는 닉네임을 여기 갤에 검색해보니까 굉장히 글을 많이쓰는 사람인 걸 알 수 있었어

솔직히 갤러리에 쪼금 충격을 먹긴 했지만 어쨌든 의심가는 사람을 찾긴 찾았고 내룸메는 뒤에서 "야ㅋㅋ 여기서 글좀쓰고 지내다가 연락처 알아내봐ㅋㅋ"같은 개소리나 하고잇ㅅ엇는데

난 그대신 이사람이 쓴 글을 다 읽어보면 무언가 더 증거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하나하나 다 클릭해봤어

그리고

이런 글을 찾았어.

라인 아이디가 같다는 것 만으로 확정이 가능한가? 라는 의구심이 조금 들었던건 사실이야. 난 라인을 써본적없고 라인 닉네임을 쉽게 바꿀 수 있는지 여부같은 건 잘 몰랐거든

물론 의심이 한가득 들긴 했지

근데 캐릭터 사진이 똑같다는 걸 알게됐어. 물론 이게 저사람 캐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과연 사기친 사람이 따로 있고 슴꼴이라는 이 사람이 무고한 사람이면 도저히 어떻게 이 완전히 똑같은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난 다른 경우는 생각나지 않았거든

내가 경찰이 아니고, 24시간 이거에만 매달릴 수 없는 사람이며 학생이다보니 이것저것 할게 많았어.

하지만 나 나름대로 알아낸 바로는 이정도로면 정황상 충분히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 라인 아이디가 동일하고 캐릭터가 똑같은데 만에하나 이게 결정적이진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충분히 나로선 신빙성 있다고 생각했어

난 이런걸 토대로 경찰서에 다시 찾아가 이 사람이 의심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진정서를 냈고, 몇 달간 잠잠했어. 나도 내 생활이 있다보니 금새 까먹게 됐지만 학생이다보니 항상 돈에 쪼달리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이 13만원이 생각나긴 했어

그러던 중에 다른 사건은 없나 찾아보다가 알게된 건, 던갤과 블갤에서 굴비나 금을 판다는 제목과 함께 라인아이디 'whyiss' 로 대화하라는 글이 생각보다 많이 검색된다는 점이였어. 나로선 이 사람이 사기를 친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엔 다른 경우가 없었어. 이 라인 아이디가 여러명이 같이 쓰는 공용인가? 그런 생각은 솔직히 말도 안되지.

그리고 나는 던갤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찾게 돼. (https://gall.dcinside.com/d_fighter_new/14915136)

라인 아이디가 동일한데 상식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난 아무리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그것 보다는 여러 다른 차명계좌를 썼다고 생각하는게 더 맞다고 생각했어

저 피해자도 결국은 따로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그리고 나도 진정서를 냈는데, 진정서 원본이 집에있고 사진이 폰에 없네. 대신 이것만 있어.

내가 진정서를 내는 과정에서, 너무 당황스럽고 처음 있는 일이라 조금 실수를 해서 수사에 혼동이 있었지만, 다시 재확인 결과 서울 금천경찰서 관할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야.

저 던갤러가 받은 진정서도 서울 금천경찰서 관할이고. 내가 동일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나는 금천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었다는 문자를 받게 돼.

난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검찰청에 인계되고 담당 검사가 정해졌다는 게 피의자를 잡았다는 말인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어.

근데 한 달? 쯤 뒤에 이러한 우편을 받게되었지.

이경범이라는 해당 피의자가 누구일까? 난 처음엔 몰랐어. 그러다가 이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보고 알았지. 던갤에서 사기칠 때의 계좌 명의자가 이경범이라는 이름인걸.

성명불상이 내가 진정서낼 때 낸 슴꼴이라는 사람 추적에 실패한 건지, 이경범이라는 사람이 그저 차명계좌에 이용당한 무고한 사람인지 어쩐지 난 모르겠어.

다만 진정서를 내고 그 이후로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여기 갤러리에 와서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슴꼴이라는 사람을 갤에서 더이상 볼 수 없었고 갤러들이 슴꼴 어디갔냐고 묻는 걸 봤던 것 같아

그래서 난 이 사람은 잠적해서 찾을 방법도 없고, 검찰에선 무혐의 및 증거 보강하여 재수사 예정이라는데 이후로 아무 소식 없는 거 보면 수사가 종료되었구나 짐작했어.

룸메한테는 1년뒤에 사과의 의미로 15만원으로 돌려주고 나는 그냥 살다보면 이런일도 있을 수 있지 하면서 넘겼고 15만원으로 인생에서 어떤 부분을 배웠네 라고 생각했어.

요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전공책은 무지 비싸고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방학때 알바해서 번돈이 금새 나가길래 돈에 쪼들리고 있었는데, 바보같게도 항상 그럴 때마다 이 13만원이 생각나곤 했어.

정말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젠가 그저껜가 문득 그냥 생각나서 여기 와서 아무 생각없이 슴꼴을 검색해봤는데 있길래, 천연덕스럽게 갤에 글을 쓰고 그러길래 갑자기 묘해지고 기분이 안좋아졌어.

그때, 작년에 이미 여기 갤러인 걸 알고있었지만 갤에 글을 따로 안썼던 이유는, 나도 정말 블갤에 거의 항상 상주하고 갤창인데 슴꼴 이사람도 내가 보기엔 충분히 그정도로 보였어

내가 갤에 글을 썼다면 슴꼴이 글을 전부 삭제해버려서 증거가 날아가지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나중에 알고보니 의무적으로 3년동안 보관한대) 그냥, 사기범이긴한데 어쩌면 13만원 돌려주는 거보다 갤에 그런글 써지는걸 더 꺼려할 수도 있지 않나 싶었어. 나에게 충고한 사람 중에서는 오히려 갤에 글써서 터트리면 더 타격이 클 거라고 했는데 난 그냥..

조금.

하지만 이제와서 수사는 사실상 종료된 것 같고 돈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는 것 같으며 그냥 그랬지 하고 넘기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몇 개월만에 생각나서 검색해본 나도 그렇지만 아무일 없다는듯이 갤질하고있는 걸 보니 쫌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