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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야 안녕! 난 윤하라고 해

윤덕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6.21 00: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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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뚫린 하늘로 햇살이 쏟아지던 6월의 한가운데. 피아노가 놓인 무대 옆으로 윤하가 나타났다. 작은 키(161㎝) 탓에 거의 모든 사람을 올려다봐야 하는 윤하의 눈은 그 때문에 직접 마주했을 때 더 동그랗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과묵하다. “입고 싶어 입어 본 걸로 치자면 열 번째도 안 되는 치마”를 곱게 입고 온 윤하가 피아노 앞에 앉는다. “치는 시늉만 하면 돼요.” 사진기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 손은 이미 건반을 때렸다. 작은 윤하를 집어삼킬 듯 입을 쩍 벌리고 있던 그랜드피아노는 못 당하겠다는 듯 재즈 선율을 토해낸다. “드럼은 못 쳐요.” 그러나 드럼 세트에 앉자마자 이것저것 두들겨댄다. 사진기에 소리를 우겨넣기라도 할 기세. 처음 가요계에 나타났을 때 같은 당돌한 태도로….

▶19 그리고 486

윤하(본명 고윤하). 태어난 지 고작 19년 하고 1개월 반이 지났을 뿐인 이 작은 소녀가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기획사가 입혀준 공주 옷을 입고 또래들과 안무를 맞추는 댄스 가수도, 아역 스타 출신에 예쁜 얼굴을 내밀고 음반 한 장 내본 ‘병아리’도 아니다.

윤하는 다르다. ‘피아노록’을 표방하고 홀로 당당히 등장했다. 다섯 살 때부터 배웠던 피아노를 손으로 두들기며 입으로는 록을 노래한다. 10대 여가수들의 틀에 박힌 계보는 지금 윤하 앞에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요사이 가요 차트의 정상을 달리는 노래 ‘비밀번호 486’의 무대에서 록밴드 앞에 놓인 피아노를 부술 듯 내려치며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과 맑은 목소리로 ‘You are My Secret, Boy’라고 외치는 소녀가 그다. 피아노를 두들기는 1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국내에선 계보조차 찾기 어려운 프로필 앞에 그가 서 있다. 가요 관계자 사이에서는 이런 숙덕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윤하는 달라” “윤하의 시대가 오고 있어”….

▶‘윤하’라는 가능성

몇 달 전, 한 방송국의 가요 프로그램에선 한번도 보지 못한 광경들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언뜻 보면 소년인지 소녀인지, 10대인지 20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작은 여가수가 무대 중앙에 놓인 피아노를 부술 듯 내려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역동하는 무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로큰롤의 기인 제리 리 루이스의 불타는 피아노부터 맑고 높은 이선희의 절창, 김윤아의 배짱과 카리스마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수없이 스쳐간다.

문화평론가인 강태규 씨는 그를 두고 “어떤 기획사라도 침을 흘릴 만한 인재”라며 “음악적 잠재력뿐 아니라 타고난 엔터테이너적인 ‘끼’마저 갖고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존재”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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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콘의 혜성’

어려서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다. 국내 연예기획사 오디션에만 수십 차례 참여했다. 낙방의 연속. 일본을 함께 두드리기로 했다. 데모테이프를 듣고 바다 건너에서 연락이 왔다.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2003년. 당시 윤하의 나이 열다섯이었다. 고등학교는 한 학기만 다니다 중퇴했다. 마침내 2004년 9월 후지TV 드라마 ‘동경만경’에 삽입된 첫 싱글 ‘유비키리’를 통해 일본에서 데뷔했다.

2005년 6월 발매한 두 번째 싱글이 터졌다. 발매와 함께 오리콘 일간 싱글 차트의 18위에, 다음날 12위까지 랭크됐다. 제목은 ‘호키보시(혜성)’였다. 이때부터 윤하는 ‘오리콘의 혜성’이란 별명을 얻었다.

같은 해 9월에는 네 번째 싱글 ‘터치’가 같은 차트에서 11위까지 올랐다. 10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Go! Younha’는 마침내 오리콘 일간 앨범 차트 10위에 올라섰다. 데뷔한 지 불과 1년 만. 한국에서조차 인지도가 없는 ‘초짜’가 해냈다고는 믿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폭발적인 무대 매너와 피나게 갈고 닦은 가창력, 독학으로 시작했다는 흠잡을 데 없는 일본어 실력이 그를 일본의 ‘혜성’으로 만들었다.

▶이선희, 키스 자렛, 인순이, 린킨파크 그리고 에이브릴 라빈과 핑크

윤하는 주변의 음악을 모조리 빨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아직은 록이 더 좋아요. 솔직히 말하면 재즈는 화성 공부하려고 듣는 걸요.” 피아노 연주 사이로 신음을 뱉어내는 키스 자렛의 열정은 윤하에게 로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9일, 아이비 이효리 등 톱가수들과 함께 참여한 드림콘서트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던 윤하는 선배 이선희와 닿아 있었다. “너무 영광이죠. 이선희 이승철 인순이 같은 선배들을 가장 존경해요. ‘포스’가 있잖아요. 외국 뮤지션들 중에는 키스 자렛, 퀸, 그린데이, 린킨파크, 후바스탱크 그리고 에이브릴 라빈을 사랑하고 핑크를 존경해요.” 아닌 게 아니라 엔터테이너적인 끼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악성을 양손에 쥐고 팝계를 호령하는 여걸들이다. “거침없잖아요. 이제 우리 여자들의 세상, 알파걸들의 세상 아닌가요? 하하하.”

▶“더 놀고 싶다구….”

가요계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윤하에게서 무대 위 ‘포스’를 지워내면 어쩔 수 없이 ‘대학 새내기’가 남는다. 한창 놀 나이다. 방송국에 있으면 친구들에게서 어김없이 문자가 온다. “야, 에픽하이 봤어?” “슈주(슈퍼주니어)는 어때?” 이제 겨우 스무 살. 또래 친구는 캠퍼스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윤하에게 가장 신나는 놀이터는 무대 위다. 관객들의 시선은 피아노를 주무르며 열창하는 윤하에 고정돼 있지만 막상 윤하는 가끔 노래하면서 속으로 딴청을 피운다. “‘배고프다. 객석 뒤로 보이는 노점에서 파는 건 뭘까’ ‘저 뒤에서 예쁜 언니(내레이터 모델)들이 나눠주는 건 뭘까. 화장품?’ 이런 생각도 해요. 웃기죠.” 그러나 겨우 한두 곡 부르고 내려와야 하는 건 너무 싫다. “아쉬워요. 더 놀고 싶은데….”

그래도 ‘누나, 누나’ 하며 따르는 남동생 팬들이 유난히 많다. 윤하에게 남동생이면 초ㆍ중ㆍ고생이란 얘기다. “키가 170, 180쯤 되는 시커먼 애들이 ‘누나! 누나!’ 하면 솔직히 무서워요. 묻고 싶어져요. 내가 누나면 너희는 도대체 몇 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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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만족할 때가 아냐

‘시커먼 남동생 팬’들이 부끄러움 없이 따른다는 건 윤하가 기존 여가수들과 달리 뮤지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또 다른 방증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지금껏 윤하가 대중 앞에 내놓은 자작곡은 한국 음반에 수록된 ‘오늘만’까지 단 세 곡이다. “대중을 겨냥하기에는 설득력도 그렇고 부족한 점이 많아요. 앞으로 제가 피나게 노력해야 할 부분이에요.”

하나 더. 윤하의 앨범에는 아직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다. “‘비밀번호 486’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성에 안 차요. 다음 앨범에선 이걸 능가하는 자작곡을 만들겠어요.” 거침없는 여성 팝 가수 핑크(Pink)를 좋아한다는 윤하는 사랑 노래만 하는 것도 지겹단다. “세상에 대해 화나는 것, 묻고 싶은 것…. 그때그때 느끼는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낸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평단에서 우려와 기대를 함께 품는 것도 이런 부분들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윤하는 그간 나이 어린 여가수에게서 볼 수 없었던 뮤지션의 ‘태도(attitude)’가 엿보인다”라면서도 “이것이 하나의 현상으로 이어지려면 다음 앨범에서는 좀더 깊은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날개를 단 웬디에게 피터팬은 필요 없다

스무 살 윤하가 꿈꾸는 세상은 거짓이 없는 곳이다. “하나 더 있어요. 어린 사람들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늘 다짐해요.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경험치를 갖다 대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리 떡국 많이 먹어도 그 사람들 이길 수는 없잖아요.”

10대의 나이에 이미 오리콘과 가요 프로그램을 휩쓴 윤하에게 시간은 많다. 많은 가요 관계자들이 ‘가요계의 대안’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윤하에겐 재능뿐 아니라 시간 역시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기에 충분하다는 계산에서다. “일단 다음 앨범을 제가 직접 프로듀스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꼭 한번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는? “부도칸. 그 무대 위에 서서 객석을 보면 사람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대요. 신기하겠죠.”

윤하의 발이 다시 피아노 페달 위를 향한다. 조그만 손은 건반을 더듬는다. 꿈을 향한 액셀러레이터가 거기 달려 있다.

이제 날개를 가진 웬디에게 피터팬은 필요 없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사진=배선지 기자(sunji@heraldm.com) <장소 협조=광화문 KT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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