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이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데는 평자와 팬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그는 부담스러운 ‘소몰이 창법’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온몸의 기운을 불어넣어 노래했다.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오가는 실력도 훌륭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키워준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당시까지만 해도 소속 가수가 독립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끈끈했던 YG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최근 나온 5집 ‘이터널 에센스 오브 뮤직(Eternal essence of music)’은 독립 이후 내놓은 첫 음반이다.

결과적으로 5집은 지금까지 휘성의 노래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꽤 다르다. 몇 겹의 보컬을 쌓아올려 가창력을 과시했던 YG 시절보다 훨씬 가볍고 경쾌하다. 이전 휘성의 노래 중에는 노래방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곡이 거의 없었지만, 5집은 그렇지 않다.

2개의 타이틀 곡을 내세운 건 ‘새 휘성’과 ‘옛 휘성’을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도였을까. ‘사랑은 맛있다♡’는 휘성의 목소리에 스며있던 짭짤한 눈물기를 완전히 빼버렸다. 제목 끝에 장난스럽게 붙은 하트 모양이 곡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베토벤 소나타 13번 2악장을 샘플링했고, 듣기 힘들었던 휘성의 랩도 삽입돼 있다. 또 다른 타이틀곡 ‘다쳐도 좋아’는 옛 휘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간절한 보컬의 전통적인 발라드다.

전설의 록그룹 딥 퍼플에서도 활동했던 토미 볼린의 ‘Savannah Woman’ 리메이크도 매끈하게 뽑혀 나온 편이다. ‘만져주기’에선 올 상반기 최고 여성 신인으로 꼽힐 만한 윤하가 함께 노래했다.

서늘한 가을에 푹 빠질 슬픈 발라드를 기대했던 팬이라면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과거 흐느끼는 휘성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다면 선뜻 반길 수 있는 음반이다. 오렌지쇼크.

〈백승찬기자 <U>myungworry@kyunghyang.co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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