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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맞아윤

팩스벗(220.125) 2007.10.06 15:27:26
조회 23 추천 0 댓글 4


\'한국 상륙한 오리콘 혜성 윤하\'

 

 건성으로 읽던 인터넷 뉴스 페이지의 한 중간 제목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큰 사진 하나에 몇 줄이 달랑 달려 있는 조그마한 토막기사였다. 기사를 다 읽은 후 페이지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얘가 드디어 한국에 오기는 오는구나.\'

 

 혼잣말을 하며 다시 한번 사진에 눈길을 주었다. 아주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어중간한 단발머리를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푸른 조명이 뒤에 깔려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본 그 아이임에 틀림없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꽤 인기있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가 떠올랐다.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혼자 살면서 이런저런 소규모 공연에 출연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때는 \'어린 나이에 외국에 가서 고생하는구나\' 외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 후로 바쁜 일상에 치어 어느덧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소녀가 돌연 얼마 안 있어 데뷔하는 신인가수로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노래는 꽤 잘 부르는 것 같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TV속의 인형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무대와 똑같은 음악들. 그 음악을 노래하는 가수들만 줄기차게 바뀌고 있었다. 영혼을 울리지 못하는 음악이 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어느덧 그 가벼운 템포의 음악들은 내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저 밑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인기 있다는 가수들의 이름과 최신 유행곡의 제목도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길거리 상점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가벼운 배경음악이다. 그냥 한 순간을 장식하기만 하면 되는 일회용 액세서리에 불과하달까.

 

 \'얘는 좀 다르려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 저마다의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흥미로운 시선 하나만 주고 넘어가는 가수들도 다들 무대에 서기 위해 밤새도록 연습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히 전파를 통해 전해졌다. 과연 이 소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노래로 그 감성을 전할까. 잠시나마 기분좋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다른 기사로 시선을 옮겼다.


                                                                                 *           *            *


 객관적인 관점의 판단이 보기 좋게 빗나갈 때 그 변주의 맛은 꽤 짭짤하다.

 

 윤하는 1집 활동을 통해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대형 기획사의 지원을 받는 아이돌 가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인지도를 쌓았다. 거리를 걷거나 버스를 타면 때때로 윤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올해의 발견\' 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명실상부한 솔로 여가수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깊은 음색을 통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순식간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언뜻 보면 행복에 겨워 몸부림을 쳐야 할 듯하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게 그토록 바라던 것이었는데.

 

 그러나 나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는 윤하의 모습을 본다.

 

 모든 사람은 음악에 관한 짝사랑이 있다. 음악 듣기를 즐기는 사람이든 아예 먹통에 가까운 귀를 자랑하는 사람이든, 음악에 대한 꿈과 어느 정도의 환상이 있다. 생전 처음 듣는 노래지만 그 노래를 부른 가수를 코앞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아무리 지루한 노래라도 다시 한번 집중해서 듣게 된다. 음악으로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펼쳐 보이는 사람, 그 결과물로 자기 이름이 박힌 음반을 가진 사람은 무언가 특별한 기운이 풍기는 것 같아 보인다. 적어도 집과 일터를 왔다갔다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더 벌고, 더 쓸까만 고민하는 소시민인 나와는 아예 유전자부터가 달라 보일 것이다.

 

 윤하는 그리워하고 있을까? 인기라는 거품이 쌓이기 전, 배는 좀 고팠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던 때를. 아마 윤하는 자기 노래를 좋아하는 팬, 진짜 힘이 되는 팬들만 생길 줄 알았을 것이다. 항상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그 팬들과 호흡하며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으니 행복할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수의 모습을 원했기에 끊임없이 오디션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팬도 결국은 타인이다. 자기에게 무슨 힘든 일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를 사람들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이것저것 추측하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아마 윤하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사람 마음만큼 좌우대칭이 안 맞는 것도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연예계에 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윤하가 말하는 \'보이는 게 모두 전부가 아니다\' 는 말이 무슨 의미를 담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뜻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 섬뜩한 진실을 담고 있을수도 있다. 사람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모습에 주목하지 않을 뿐이다.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 전반적인 특성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기에 더 크게 느껴지는 진실.

 


 얼굴이 알려진다는 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그저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아는 척을 한다. 내게 있지도 않았던 일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말들, 나조차도 모르던 소문들을 모두 다 끄집어내어 질타한다. 그리고 맨 끝에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마치 자기가 나를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나도 한 적이 없는 일을 다 봤다는 것처럼.


 얼마나 소름끼칠까.


 스케줄이다 연습이다 해서 하루종일 쉴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겨우 한숨 돌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어느 사람들이 다가와서 팬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마냥 반가울 줄만 알았는데 어느덧 부담스럽고, 귀찮아진다. 이게 예의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사생활이라는게 보호되는 연예인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말로는 그럴듯하지만, 결국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려야만 하는 생활이다. 그게 인기라는 이름으로 돈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일 뿐이다. 연예인은 그렇게 투명한 집 속에 사는 존재이다. 연예인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으로만 남고 싶어도, 참 힘들 것이다. 어떻게든 먹고 살려면, 윤하는 눈물 흘리면서 미소짓는 TV속의 인형이 되어야할 테니까.

 


 그런 윤하에게 쉴 공간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윤하에 대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프라모델 로보트처럼 내 마음대로 뜯어고치라고 요구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하고, 그녀의 열정과 삶을 사랑해주면 된다. 우리는 팬일 뿐이다. 팬으로부터 도망쳐나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틈마저 뺏으려고 하지는 말자. 이미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걸 원망하지 말고, 눈에까지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지 않게 지켜주는 것.

 

 그 정도면 우리의 일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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