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이었다.
책상 위에는 두툼한 서류철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그는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서류 안에는 모든 수치가 담겨 있었다.
노령 인구 비율,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 세대 간 불균형, 그리고 미래에 닥칠 필연적 파국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20년 안에 파산한다.'

그는 안다.
이건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확정된 미래다.
아무리 세금을 끌어올리고, 아무리 연금 개혁을 외쳐도, 근본적인 수치 변화를 만들 수는 없다.
이미 늦었다.
이미, 망가졌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턱을 짚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독하게 무거운 가설 하나를 떠올렸다.

"노인의 수를 줄이는 것."

그는 스스로에게 혐오를 느꼈다.
그러나 이성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감정은 미래를 지키지 못한다.

'일시적인 대재앙.'
'통제 가능한 재난.'
'사회적 약자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 외형상 자연스러운 대사건.'

책상에 놓인 다른 보고서들을 바라본다.
감염병 확산 가능성.
산불.
폭염.
대기오염.

모두 자연적이면서, 노인에게만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는 손등 위로 식은땀이 배어드는 것을 느꼈다.
혐오스럽고, 추악했다.
그러나 그는 입술을 깨물며 결론을 내렸다.

"나는 괴물이 되어야 한다."

국민은 모를 것이다.
역사는 저주할 것이다.
그러나 30년 뒤, 살아남은 젊은 세대들은 이 결정을 모른 채 혜택을 누릴 것이다.

'내 이름은 지워진다.
나는 증오받고, 침묵한다.
그러나 조국은 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어,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 남겨진 건,
인간이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국가를 위한 하나의 맹목적 결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