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부산 해운대 맞아? 혹시 합성사진 아니야?’
‘부산 경제 르네상스 오나’란 특집을 준비하면서 사진기자가 찍어온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은 마치 홍콩을 연상케 했다. 해운대의 스카이라인만으로 부산 경제가 제2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겠지만 부산은 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부산은 ‘꿈의 제국’이었고, 출세하기 위해 부모 형제와 이별한 뒤 찾는 도회지로도 기억된다. 60~70년대 고향인 완도에서 어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찾았던 곳은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었다. 완도~부산행 직항 여객선이 있었기에 서울보다 부산 가는 배편이 더 편리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찾았던 곳이 부산이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비단 완도만이 아니었음을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으로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63년 직할시로 승격된다.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피난민 상인들이 부산 경제를 일궜던 50년대와는 딴판이었다. 신발, 섬유, 가발업체들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남포동과 광복동은 불야성을 이뤘다. 86년 제조업 종사자는 405만명으로 상업 종사자(234만명)보다 훨씬 많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산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셈이다. 요즘엔 상업 종사자가 339만명이고 제조업 종사자는 192만명으로 줄어들어 소비 중심지로 바뀌었다.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94년이었다. 인구 400만명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거대도시로 위용을 떨쳤던 시기이기도 했다. 95년엔 광역시로 거듭나면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우뚝 섰으나,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부산 인구는 줄기 시작했다. 노동집약적인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갔고, 영세기업들이 교외로 이전한 탓이다. 시 외곽지역에 주거단지가 조성되면서 인구 이탈은 더욱 심해졌다. 요즘 부산 인구는 359만명에 불과하다.
부산 지역 제조업 생산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지역내총생산(GRDP) 지표에서 찾을 수 있다.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14위에 그친다.
활력을 잃어가던 부산 경제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외국인들이 부산에서 소비를 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생산과 투자 활동이 회복되고 있다.
부산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은 제조업 부활과 외국인 소비 확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제조업이 다시 날갯짓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산업용지난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한류 영향도 있겠지만 쇼핑센터와 호텔 등의 소비기반시설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부산 경제의 제2 르네상스가 개막됐다지만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위해선 부산이 갖고 있는 핵심역량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바다’는 부산의 핵심역량이다. 바다는 웰빙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며, 바다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부산은 ‘꿈’의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수산물은 국가 운명을 좌우할 무기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이 역할을 부산이 해줘야 한다.
어렸을 적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이뤄줬던 부산이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인들에게도 안녕과 행복을 안겨주는 글로벌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제경 편집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7호(1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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