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고개에서 바라본 해운대해수욕장. 해수욕장 주변에 초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가장 아래가 파라다이스호텔로 호텔 아래쪽에 108층 규모의 해운대관광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 부산시 제공 |
ㆍ교통체증 등 불 보듯… 모임 결성 적극 대응
“해운대해수욕장이 부자들의 앞마당이 되고 있어요. 해운대를 살려주세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뜻을 모은다.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30층 이상 건물은 이미 30개가 넘고 있다. 스카이라인은 완전히 무너졌다. 해변의 모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피서철이 아닌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피서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108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공공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공공개발이라더니…” = 지난 27일 오후 7시30분 해운대구문화회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과 해운대구 주민 등 50여명은 ‘해운대해수욕장 살리기 해운대구 주민모임 결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야기의 초점은 파라다이스호텔 옆 옛 국방부 부지에 들어설 108층짜리 해운대관광리조트로 모아졌다.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의 부당성과 예상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산시의 개발위주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부산시는 헐값에 국방부 부지를 불하받고 민간소유 상가까지 강제 수용한 뒤 ‘아파트는 절대 짓지 않겠다. 시민을 위한 공공개발’이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런데 어느새 초호화 아파트로 둔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참석자는 “법적으로나 행정절차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부산시 공공개발은 민간업자 배불리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30층 이상 건물이 30개가 넘는 상황에서 53층, 72층, 80층짜리 건물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108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또 2개나 들어선다면 교통대란은 불보듯 뻔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108층 건물이 또 들어선다면 해운대는 피서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백사장의 모래 유실, 초고층 건물로 인한 바닷바람의 영향, 스카이라인의 훼손 등 환경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터뜨렸다.
◇ “주민이 앞장서자” = 사실 해운대관광리조트 계획은 트위터 등을 통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지난 20일 김모씨(44)가 트위터 뉴스 사이트인 ‘위키트리’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김씨가 올린 ‘리트윗(RT·트위터글 전달하기) 안해 주시면 해운대가 죽습니다’라는 글은 100만건이 넘는 노출을 기록했다. 순식간에 RT가 1000건을 넘었다.
그러나 정작 해당지역인 해운대 주민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 해운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면서 뜻을 모아 간담회를 개최했다.
부산참여연대 손동호 사무처장은 “해운대 해변이 900가구 부자들의 앞마당이 되지 않도록, 달맞이 고개가 빌딩맞이 고개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민들도 “해운대에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해운대 주민의 뜻을 모아 난개발에 제동을 걸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6월 초 주민모임을 결성하고 난개발 사업 저지를 위한 반대여론 확산운동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건축허가 과정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부지 6만5934㎡에 연면적 65만6224㎡ 규모의 체류형 관광복합시설이다. 108층의 주건물과 87층의 공동주택 2개가 서로 연결된 형태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곳은 군부대 이전 후 관광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까지 이주시킨 부산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부산시는 2009년 말 주민공청회를 생략한 채 아파트 건축이 금지된 이곳에 주거시설을 44.85%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용도변경안을 30분 만에 처리했다.
호화아파트를 900여 가구 이상 지을 수 있어 특혜의혹이 제기돼 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3.3㎡당 분양가가 2000만~3000만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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