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늘 성마르게 성급한 인간이니 질려 멀리 떠나도 좋아. 난 그렇더라. 사랑하면 너무 깊이 몰입하게 되어서 안해도 될 말들을 막 하고, 안해도 될 행동을 하고, 안가져도 될 감정을 가지게 되더라. 쓸데없이 급하고 눅눅하고 그렇게 되더라.

참 질리는 맛이라는 거 잘 아는데도, 나는 절제가 안되니 떠나도 좋아. 손 흔드는것도 없이 말이야. 우리 원래 알던 사이였나요, 알던 사이가맞나요. 아냐 그런 이상한 연기도 필요없이 그냥 잘 안 맞으니까 서로 교차되는 방향으로 걷자고. 이례로도 만나는 일 없이 오로지 수직으로 이어진 갈림길에서 신발끈 고쳐묶고 떠나도 좋아.

나 버리는거 아니야 니가. 나 포기하는것도 감당못하는것도 아니고 안맞고, 네가 아는, 네가 좋아하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아니니까 그냥 너는 갈 길 가는거야.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이. 애당초 사랑이란 서로하는 것 인데 나혼자 무딘 애를써도 넌 이상스러운 내가 겹처보일텐데 사랑이 될 리가 없잖아. 마음한편의 불안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겠어. 나 그 마음 백번 이해하니까 떠나도 좋아.

난 어쩌면 그런걸 좋아해서. 가끔 상담사 선생님한테 이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주체 못 하겠다고 어떻게하면 좋으느냐고. 마음의 기복이나 공허함을 지울 수 있는 약이 없느냐고 장난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그런걸 좋아해서. 매일 울거나 후회하거나 밀려드는 공허함에 깊숙히 묻히고 그러지만. 어른들이 말했듯 불행하 과거나 기억을 가진 이를 만나서 좋을 것 없다는 말이 맞으니.

얼른 갈 길 가. 얼른 갈 길 가야 내가 너를 금방잊고 단조롭거나, 혹은 가열차게 스스로를 소비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얼른가. 가달라는건 아니지만 얼른가, 정말 좋을게 없으니까. 네게 손해되는 짓도 하지말고 마음고생 하지도 말고 얼른. 얼른. 얼른 더 좋은 사람 지천에 널려있는데 구태여 고생하지말고 얼른가.

손 흔드는것도 없이 말이야. 내가 좋아하고 너무나 사랑했는데 또 실수했으니까 얼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