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는 공부를 퍽 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1학년까지. 전교 10등 안에서 놀았으니

2학년에 올라가면서 게임에 빠지고 성적은 떨어졌으나 그래도 반에서 5등 안에는 들었다.

3학년 때는 그래도 10등 안에는 들었던 것 같다. 400명 중에서 40등으로 졸업했거든

내가 사는 곳은 비평준화 지역이었고, 나는 1학년 때 벌어놓은 유산으로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래도 좋은 고등학교 들어갔는데 적어도 인서울은 하겠지

고1 3월 모평 33333 맞은 놈이 한 생각, 아직도 기억이 난다.

대학 동기들은 항상 말한다. 내가 공부만 했으면 인서울은 껌이었다고.

나는 수능을 3번 봤다. 그리고 지방사립대에 입학했다.

그렇다고 놀았냐? 놀지도 않았다. 야자 끝나면 11시었으니까.

내 인생과 공부는 맞지 않는구나. 대학생 때도 시험 1주일 전 외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졸업이 다가오고 고1때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래도 중견은 가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학점은 나쁘지 않았다. 이유는 있었어 나도

중소와 중견 어딘가에 있는 곳의 면접까지는 여러 번 갔다. 그리고 떨어졌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와중 동기들의 취업 소식이 들려온다 어디? 공기업!

"형도 해봐 한번" 소리에 바로 한국사를 따고 전공 책을 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명절과 도서관 쉬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출석했다.

운이 좋게도 1년 동안 4번의 필기를 합격하고 4번의 면접을 봤다. 그리고 다 떨어졌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와중에 부모님의 한마디, "공무원 공부해라." "예.."

공부 2년차. 운이 좋게도 공무원과 공기업 모두 합격을 했다.

와 드디어 인생에 봄이 오는건가? 이 날을 위해 그동안 이렇게 괴로웠던 것인가?

입사 1년이 지나고 계절이 한 바퀴 돌았다.

전혀 즐겁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