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입하인가봐. 출근해서 조금 졸린눈으로 외부 흡연실에 나와 햇빛아래 쩅한 풍경들을 바라보는데, 보이는 모든것이 선명해. 햇살이 내려앉은 나뭇잎의 반짝임이나 지나다니는 차들같은거. 육교아래에 수풀들이 저리 푸르게 우거졌었나. 계절을 잘 몰랐다기보단 풍경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나.

어젯밤부터 생각해보길 난 그리운게 없었다. 그리운거. 없다기보단 헛갈렸어. 결국 종내엔 모든것이 상실과 허무로 치환 될 기억들을 그리움이라고 부르는게 맞는건가. 나한테 반짝여서 보석함에 소중히 보관하고 싶은 기억같은거 없는데. 불태우기 위해 그러모아놓았지만 무슨 미련인지 모를것에 불을 붙이지 못한 것들만 존재하는데.

조금 외롭고 서글펐어. 어떤 풍경이나 계절속에서도 선명히 기억에 남길 것들을 만들지 못한채 스치듯이 산 것 같아서. 비관과 냉소에 쩌들어 여름이면 덥다고만 생각하느라, 수선화나 장미가 선홍빛으로 움트는것에 대한 아름다움 같은건 다 잊은 것 같아서.

근데 나 순수하게 욕심이 생겼어.

이제 상실대신 풍경과 곁에 있는 정인이 주는 추억들을 머리에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

은하수가 펼처진 밤 하늘을 두,  땅거미진 바닥을 내려다보며 가로등아래 둔 나의 대한 슬픔을 발음하는대신 밤 하늘의 별 갯수를 새고 싶다는 욕심이.

완연히 웃는것엔 완연히 웃는것 이외에 다른 의미가 존재하지 않겠다고 믿어야겠다는 욕심이.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욕심부려서 가졌고 믿으려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 같아.

올해 7월의 습윤한 밤공기의 냄새를 같이 맡으면서. 조금 땀이 찬 손을 맞잡고 어디로던 같이 향하고 있을 것 같아 난.

그때 본 풍경을 후에 시간지난 다음에 그리움이라고 부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