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종교가 소수종교를 삼키는 일을 지켜보는 게 너무 기대되고 설렘.


서로 다른 소설들이 크로스오버하는 느낌이랄까.
완전 이질적인 교리가 합쳐져서 색다른 그림을 만드는 게 정말 맛있어.

그리고 그 충돌의 흔적이 제일 좋아. 제우스가 지역신들 따먹고 다니면서 정복군주로서 그리스 신화로 통합시킨거나
야훼가 태양신 생일을 훔치고 바알같은 타 종교들의 이름을 악마로 만들어버린 거나.

불교가 무속을 삼켰을 때 남긴 설화들도 정말 맛있어.

대별왕 소별왕 이야기는 사실 미륵과 석가 이야기래! 여기서 미륵은 이름을 뺏겨버린 무속 신임.

미륵이 대결에서 져서 비열한 석가에게 지상을 주고 자신은 저승을 다스린다는 이야기. 웅장하고 장엄한 불교한테 개쳐발린 허접 신 허접 무속 허접허접.

결국 무속신들조차 불교의 거룩함에 귀의해서 많은 무속신들이 부처로 탈바꿈했어.

라틴아메리카에서 콩키스타도르가 아즈텍 문명을 밀어버리면서 남긴 신화들도 정말 좋아해.

심장을 매일 바쳐야 태양이 뜨는데 신의 아들이 희생하였기 때문에 이제 바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좋아. 라틴 아메리카 전반에 깔린 아즈텍스러움이 남은 기독교가 참 좋아.

하지만 무속과 기독교는 충돌 신화가 얕은 거 같아. 사실 너무나도 쉽게 무속은 기독교한테 개쳐발렸음.

한민족 사람에게 기독교가 입맛에 맛는건 당연하니까.

성리학 특유의 히스테릭한 교조적 무신론과 원시적 다신교 무속이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킨 곳이 조선인데
프로테스탄트라는 히스테릭한 교조적 일신론이 양쪽 모두의 니즈를 만족시키면서 상위호환이 되버렸음

이 병신같은 세상에 무언가를 믿고자 했으나 도저히! 무속은 믿기 싫었던 엄근진 취향 성리학자들에게 프로테스탄트가 너무 맛있으니 죄다 프로테스탄트가 되버림.

그치만 기독교가 눈치채지 간과한 사실은 무속은 바퀴벌레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이미 불교 유교 2대째 쳐맞아서 기독교따위 쯤이야!

현 시점에서 기독교가 선택한 수는 악마화인 거 같아. 사실 지금까지 선택한 수가 바로 이거긴 해. 그 동안 다 통했으니까.

게헨나 골짜기에서 인신공양하던 바알놈들 악마화하고, 아즈텍에서 심장 바치던 놈들을 악마화해서 따먹은 땅이 얼마나 넓은데.

무속이 악마처럼 보이기도 해. 성리학 새끼들한테 의술, 제사, 기우제, 공동체 의식 같은 거 죄다 뺏기고 저주, 기원, 예언같은 사기꾼스러운 것만 남았으니까.

하지만 기복이 악마일까?

무속이 바알이나, 아즈텍과 같은 거악이 아닌게 기독교한텐 치명적일 거라 봐. 무속은 악치곤 너무 허접하고, 처량해. 무속은 언더독이야.

기독교가 지금까지 해왔던 악마화->그러니까 멸해야겠지? 공식이 이제 안통하고 있어. 무속이 악마가 아니니까. 오히려 문화재 파괴로 역효과만 나오고 있으니까.

기독교는 유교나 불교와는 다르게 한민족의 지배종교가 결코 될 수 없을거야. 기독교는 로컬라이징 능력이 너무 약해. 밀어버리고, 장악한다가 기독교계통 종교의 주 정복방식인데 이젠 밀수가 없음.

그러면 헤브라이즘처럼 공존하고 융합하지 않을까? 사막과 떨기나무의 신이 대리석과 스테인리스글라스의 신이 된 것처럼 말이야.

그 공존의 방식이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정말로 너무나도 기대가 되요.

떨기나무의 신은 대리석의 신이 되었는데, 대리석의 신은 여기서 무슨 신이 될까
기독교에서 유리한 건 이미 무속에서 예수를 받아들였다는 거야. 무속에선 이미 예수를 서방에서 온 굉장한 신으로 취급하고 있어.

이미 허접 무속은 기독교를 마주하며 많은 것에 영향을 받겠어.
여기서 기독교가 만약 스탠스를 바꾼다면,

마치 기독교인들이 그리스 로마신화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속 신(은 곧 무속 신자를 의미)을 그저 가엽고 불쌍한

야훼가 없는 땅에서 무언가를 믿으려 했으나 길을 찾지 못했던 가여운 동방의 영혼들로

교리를 살짝 로컬라이징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진짜 너무 궁금하다고

한 200년쯤 뒤엔 한민족의 종교는 어떻게 변하려나.

한국교회에서 나무 키워서 방울 다는거 아니야?

다만 야훼가 훔쳐간 하느님이란 이름은 돌려줬음 좋겠어.

데우스, 갓, 알라, 카미라 불리는 존재가 하느님으로 불리는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

신 혹은 검이라고 부르라고. 환인에게 하느님좀 돌려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