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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단대) 제미니한테 에덴조약을 각색해보라고 부탁함

수구사응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2 21: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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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유서 깊은 접견실, '파테르 분파'의 문양이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를 등지고 키리후지 나기사가 앉아 있었다. 평소와 같은 우아하고 차분한 미소였지만, 찻잔을 쥔 손끝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맞은편에는 게헨나 학원의 만마전 의장, 하누마 마코토가 특유의 오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만마전의 충실한 간부들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고, 방 안의 공기는 트리니티의 향긋한 홍차 향과 게헨나의 화약 냄새가 어색하게 뒤섞인 듯 무거웠다.


테이블 위에는 '에덴 조약'이라 명명된 두툼한 문서가 놓여 있었다. 조약의 핵심 내용은, 최근 격화된 트리니티와 게헨나 간의 갈등, 특히 아리우스 자치구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양대 학원의 평화 공존을 위한 협정이었으나, 실상은 아리우스 자치구의 특정 구역에 대한 게헨나의 영향력 확대를 트리니티가 묵인하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주데텐란트가 그러했듯, 아리우스의 의사는 이 자리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들의 운명은 키보토스의 두 거대 학원의 이해관계 속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나기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속의 불안감을 애써 감췄다. '이것이 최선인가.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그녀는 최근 키보토스 전역으로 번질 뻔했던 무력 충돌의 위기, 그리고 트리니티 내부에서조차 전쟁을 회피하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음을 떠올렸다. 지금 당장의 충돌을 피하는 것, 그것이 트리니티의 많은 이들이 바라는 바였다.


마코토는 그런 나기사의 고뇌를 즐기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펜을 집어 들었다. 그녀에게 이 조약은 명백한 승리였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원하는 바를 얻어냈고, 숙적 트리니티에게 굴욕적인 양보를 받아낸 것이다. 그녀는 거침없는 필체로 문서에 서명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녀는 펜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걸로 불필요한 소모전은 피할 수 있겠지. 트리니티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나기사 의장."


목소리에는 조롱기가 섞여 있었다. 나기사는 대답 대신, 조용히 자신의 펜을 들어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그녀의 서명은 마코토의 것과는 달리, 흐트러짐 없이 정갈했지만 어딘가 힘이 빠진 듯 보였다.


서명이 끝나자, 나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접견실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트리니티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마코토와 만마전 일행을 향해 돌아보며, 준비된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마치 런던 헤스턴 비행장에 도착한 체임벌린처럼,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친애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는 키보토스의 역사에 기록될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 에덴 조약을 통해, 트리니티와 게헨나는 마침내 명예로운 평화를 손에 넣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학원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코토는 팔짱을 낀 채 흥미롭다는 듯 나기사를 지켜볼 뿐이었다.


"이제 불필요한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은 안심하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각자의 학원으로 돌아가, 평안한 휴식을 취하십시오."


나기사의 연설이 끝나자, 마코토는 짧게 코웃음을 치며 일행과 함께 접견실을 나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승리자의 것처럼 당당했다. 문이 닫히고, 접견실에는

나기사와 그녀의 보좌관만이 남았다.


창밖의 햇살은 여전히 밝았지만, 나기사의 얼굴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손에 쥔 조약서는 마치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졌다.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선언했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평화가 얼마나 허약하고 기만적인 것인지, 그리고 아리우스가 치른 희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떠나지 않았다.


이것은 평화였을까, 아니면 더 큰 전쟁을 향한 짧은 유예 기간에 불과했을까. 훗날 역사는 이날의 '에덴 조약'을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나기사는 그저 불안한 눈빛으로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키보토스의 하늘 아래, 거짓된 평화의 막이 불안하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 + + + + + + +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지는 트리니티의 티파티 접견실 한편, 미소노 미카는 우아하게 찻잔을 들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방금 구워낸 마들렌과 향긋한 홍차가 놓여 있었고, 그녀의 주변 공기는 평소처럼 달콤하고 화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핑크빛 눈동자 깊은 곳에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차가운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시종이 정중하게 아침 신문을 건넸다. 미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문을 펼쳤다. 1면을 장식한 것은, 그녀가 가장 혐오하고 막으려 했던 소식이었다.


<역사적인 순간! 트리니티-게헨나, '에덴 조약' 조인 완료!>


큼지막한 사진 속에는, 환하게 미소 짓는 나기사와… 그 옆에 불쾌할 정도로 거만하게 서 있는 게헨나 만마전 의장, 마코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미카는 순간 찻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섬세한 찻잔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슬아슬했다.


'…결국, 해버렸구나, 나기 쨩.'


미카의 입가에는 평소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평화? 저 뿔 달린 악마들이랑? 정말이지, 구제 불능이라니까.'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 게헨나를 믿는다는 건, 뱀에게 등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반드시 배신당할 텐데. 트리니티가 피로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저들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이 뒤틀렸다.


신문 기사는 조약의 의의와 앞으로 키보토스에 펼쳐질 평화로운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ETO 창설… 강력한 무력 집단…' 미카는 코웃음을 쳤다. 나기사는 저 힘으로 뭘 하려는 걸까. 정말 순수하게 평화를 위해서? 아니면, 자신이 선생님에게 슬쩍 흘렸던 것처럼, 키보토스의 패권을 쥐려는 야심? 어느 쪽이든 미카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그 힘의 한 축을 게헨나가 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세이아 쨩도… 결국 아무것도 못 했네. 미래를 본다면서, 이런 뻔한 결과를 막지 못하다니.'


그녀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트리니티의 정원. 하지만 미카의 눈에는 저 너머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게헨나의 악마들이 보이는 듯했다.


'이대로는 안 돼.'


미카는 결심을 굳혔다. 나기사가, 그리고 어쩌면 세이아마저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이 '에덴 조약'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부수고, 트리니티를 진정한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계획을 서둘러야 했다. 아리우스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도, 선생님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선생님… 미카는 잠시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다정한 눈빛과 자신을 믿어주는 듯한 태도. 미안한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트리니티를 위한 일이니까. 선생님도 이해해 줄 것이다. 아니, 이해하게 만들어야 했다. 나기사의 '위험한 이상주의'를 막기 위해선,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미카는 다시 한번 사진 속 나기사를 보았다. 그 순진한 미소 아래 감춰진 어리석음.


'미안해, 나기 쨩. 하지만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미카는 조용히 신문을 접어 옆으로 치워두었다. 그리고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홍차는 여전히 향긋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게헨나에 대한 증오와 쿠데타에 대한 차가운 결의가 들끓고 있었다. 에덴 조약 체결은 끝이 아니었다. 미카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거짓된 평화를 부수고, 그녀가 원하는 '진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 + + + + +




만마전의 의장실은 이전의 혼란스러움 대신, 서늘하고 긴장된 질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중앙의 거대한 집무 책상에는 하누마 마코토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자의 오만함과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방 안에는 만마전의 간부들과, 어딘가 낯선 제복을 입은 기술 관료들이 분주하게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마코토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필요 없다! 키보토스의 어떤 '멍청한 조약'이나 '합의' 따위가 우리 게헨나의 발목을 잡는 시대는 끝났단 말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과거, 어떤 사건이나 협정으로 인해 게헨나의 군사력, 특히 선도부의 규모와 장비 보유에 암묵적인 제약이 있었던 듯한 뉘앙스였다. 마치 베르사유 조약처럼.


"선도부의 규모 제한? 당장 폐기하라! 인원수를 3배, 아니 5배로 늘린다! 예산은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중화기 개발? 그동안 '연구'만 하던 것들, 전부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으로 양산 체제에 돌입하라! 전차! 중포! 비행선까지! 게헨나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각 동아리에서 '취미'나 '스포츠'로 위장해 진행하던 훈련들? 이제 대놓고 실전적으로 실시한다! 모든 학생은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게헨나의 영광을 위해!"


마코토의 선언은 거침없었다. 마치 오랜 시간 억눌렸던 야욕을 터뜨리듯, 그녀는 군비 증강과 관련된 명령들을 쏟아냈다. 그녀의 눈에는 게헨나를 키보토스 최강의 세력으로 만들겠다는 야망이 불타고 있었다. 과거의 제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힘의 증강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방 한쪽 구석, 창가에 선 소라사키 히나는 이 모든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체구는 평소와 같이 꼿꼿했지만, 표정 없는 얼굴 아래 깊은 내면에서는 복잡한 상념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히나는 마코토의 권력 장악 과정을 냉정하게 복기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선동적인 언사와 과감한 행동으로 순식간에 게헨나의 여론과 실권을 장악해 버렸다.

과거, 선도부가 암암리에, 혹은 교묘하게 규율의 허점을 파고들어 실력을 갈고 닦아왔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방식이었다. 


마코토의 명령들은 분명 게헨나의 군사력을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하지만 히나의 눈에는 그 이면의 불안 요소들이 보였다.


'단순히 머릿수와 장비만 늘린다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훈련된 지휘관은? 숙련된 병력은? 보급 체계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은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마코토는 오직 화려하고 공격적인 힘의 과시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장기적인 전략이나 안정적인 기반 구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재무장 역시 어딘가 기형적이고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서두르다가는 결국 파멸뿐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려는 건가.'


히나는 씁쓸함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과 같은 선도부의 간부들이 마코토를 너무 얕봤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정치적 선동 능력과 권력욕을 간과했고,

통제할 수 있으리라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선도부는 마코토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히나 자신도 그 흐름에 저항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선도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게헨나에 대한 의무감은 여전히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히나는 창밖의 게헨나 학원 풍경을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활기가 넘치는 듯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불안한 미래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마코토가 이끄는 게헨나는 과연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이 광적인 재무장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히나는 그저 무거운 마음으로, 폭주하기 시작한 게헨나의 운명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의 조타수처럼.






+ + + + + + + +




샬레의 사무실, 선생님은 늦은 밤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키보토스 각지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에덴 조약 이후 잠시 찾아왔던 불안한 평화는 깨진 지 오래였고, 트리니티와 게헨나, 그리고 아리우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폭력, 배신, 음모… 학생들이 서로에게 겨누는 총구와 터져 나오는 울분들이 작은 화면 너머로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손에 쥔 커피는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일까.'


"선생님, 또 잠 안 주무시고…"


홀로그램 아로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생님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선생님의 어깨 너머로 모니터를 흘끗 보더니, 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


"…그러게."


선생님은 짧게 대답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당장이라도 현장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말리고, 중재하고, 이 모든 비극을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은 엄연히 '학생들의 문제'였다. 외부인인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키보토스의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이며,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선생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인도자, 조력자일 뿐, 학생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대신 짊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아로나."


선생님은 마치 허공에 묻듯 중얼거렸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 왜 서로 상처 입히고 괴로워해야 하는 걸까. 저 아이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마치 시편의 저자나 사마천이 토로했던 질문처럼,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악의 문제'와 유사한 질문들이 맴돌았다. 자신이 믿고 아끼는 학생들, 분명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아이들이 어째서 저런 고통과 악의에 휩싸여야 하는가. 세상의 부조리함, 선한 이들이 고통받고 악한 이들이 번성하는 듯 보이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정말로 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선생님'이라면, 어째서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없는 것일까. 아이들을 지킬 힘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가? 혹은, 이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지켜보면서도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자신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선하지 않은' 존재가 아닐까?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역할과


한계 사이에서 모순적인 고뇌가 깊어졌다.

아로나는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읽은 듯, 조용히 다가와 선생님의 손 위에 자신의 작은 홀로그램 손을 포개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 그 아이들도… 결국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해요. 선생님은 그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지, 대신 걸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아로나의 위로는 따뜻했지만, 선생님의 마음속 깊은 곳의 질문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마치 정교한 신학적 변론이 결국 믿음을 요구하는 지점에 도달하듯, 선생님 역시 '학생들의 자율성'과 '선생으로서의 역할'이라는 원칙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알아. 알고 있어, 아로나."


선생님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아로나의 손을 마주 잡았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모니터 속,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떼지 못했다. 억울하게 고통받는 아이들, 오해와 증오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는 것뿐인가. 아이들이 스스로 이겨내고, 올바른 길을 찾을 거라고…'


깊은 밤, 샬레의 사무실에는 모니터의 푸른빛과 함께, 개입할 수 없는 관찰자의 무거운 침묵과 고뇌만이 감돌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저, 이 기나긴 밤이 지나고 아이들에게 다시 밝은 아침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 + + + + + + + +


총학생회장 대행실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나가미 린은 창백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긴급 보고들을 응시했다. 눈 밑에는 피로와 불안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에덴 조약, 그 위태로운 봉합선이 터져버린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통공의 고성당 피격. 주동자, 아리우스 분교 소속 조마에 사오리 및 휘하 스쿼드 확인.'


그것만으로도 키보토스 전체를 뒤흔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평화를 염원하며 어렵게 마주 앉았던 자리에서 벌어진 참극.


하지만 그것은 끔찍한 연쇄 반응의 시작에 불과했다.


"대행님! 긴급 보고입니다!"


통신 담당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린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응답했다.


"말해요."


"테러 직후, 아리우스 스쿼드가 양동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리니티 자치구 외곽 경비 초소 다수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동시에… 게헨나 학원의 만마전 의장단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선이 식별 불가능한 공격으로 추락했습니다!"


린의 심장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트리니티와 게헨나, 양쪽 모두를 겨냥한 공격. 이것은 더 이상 단순 테러가 아니었다. 혼란을 극대화하고, 서로를 향한 불신을 증폭시키려는 명백한 의도. 키보토스라는 아슬아슬한 화약고 위에서, 누군가 작정하고 불을 붙인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 경고했던 것처럼, 작은 불씨 하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상황 분석실입니다! 양 학원 간 비난 성명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게헨나 측은 '트리니티가 테러를 방조, 혹은 배후 조종하여 만마전을 제거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트리니티 측 역시 '게헨나가 아리우스에 정보를 제공하여 조약 자체를 파기시키려 한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 이미 정의실현부 일부 병력이 독자적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다른 간부의 보고가 이어졌다. 화면에는 격앙된 표정의 양측 학생 대표들의 모습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유언비어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서로를 향한 뿌리 깊은 적대감이, 아리우스가 던진 '테러'라는 미끼를 덥석 물고 광기로 변질되고 있었다.


"현장 통제팀 보고! 현재 트리니티-게헨나 접경 지역에서 국지적 교전 발생! 양측 모두 총학생회의 통신에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선도부와 정의실현부 모두 자체적인 판단 하에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제가…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대행님!"


절망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늦었다. 통제선을 넘어섰다. 간신히 쌓아 올린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듯, 평화를 향한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아리우스라는 존재는,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키보토스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었다.


"…각 부서에 전달해요. 총학생회 비상사태 레벨 최고 단계로 격상.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서 상황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어떻게든 양측 지휘부와의 통신 채널을 확보하도록."


목소리는 간신히 평정을 유지했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지금 자신이 내리는 명령들이 얼마나 공허한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각자의 증오와 의심에 사로잡힌 트리니티와 게헨나를 막을 힘이, 지금의 총학생회에는 없었다.


'회장님… 대체 어디에 계신 건가요… 이 모든 걸 보고 계신가요…'


공석인 회장의 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무겁게 느껴졌다. 이 걷잡을 수 없는 파국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미미했다. 린은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키보토스를 뒤덮기 시작한 전쟁의 그림자. 조마에 사오리가 쏘아 올린 불씨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전쟁의 시작.




+ + + + + + + + + + + +




보충수업부 교실의 창문 너머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는 이제 끊이지 않는 배경음악처럼 변해 있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폭발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학생들의 다급한 발소리와 외침이 복도 너머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불안과 공포가 교실 안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교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방탄 장비와 제식 소총으로 무장한, 낯설고 딱딱한 표정의 정의실현부원 두 명이 들어섰다. 그들의 눈빛에는 비상사태 특유의 긴장감과 함께, 감정을 배제한 듯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시모에 코하루!"


앞장선 부원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코하루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시선은 교실 구석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불안에 떨고 있던 코하루에게 정확히 꽂혔다.


코하루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네, 네?! 저, 저요?"


"정의실현부 소속 시모에 코하루. 현 시간부로 발령된 트리니티 종합학원 전시 총동원령에 따라, 즉시 원대 복귀 및 전투 임무 투입을 명한다."


명령은 기계처럼 차갑고 명료했다. 코하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네? 저, 전투요? 지, 지금요? 하지만 저는 보, 보충수업부..."

말끝을 흐리는 코하루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머릿속에는 '사형'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이건 정말 죽으러 가는 길이나 다름없었다.


"잠깐만요!"


그때, 히후미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겁에 질린 코하루 앞을 가로막듯 서며, 징집관들을 향해 간절하게 말했다.

"코하루쨩은… 코하루쨩은 아직 싸울 준비가 안 됐어요! 너무 무서워하고 있다고요! 게다가 지금은 보충수업부 소속이잖아요!이렇게 갑자기 데려가시면 안 돼요!"


징집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비상 상황이다, 학생. 정의실현부 소속 인원은 예외 없이 징집 대상이다. 방해하지 마라."


"하지만…!" 히후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두 팔을 벌려 코하루를 감싸 안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코하루쨩은 제 친구예요! 이렇게 끌려가게 둘 수는 없어요!"


그 순간이었다. 히후미의 저항에 짜증이 난 듯, 징집관 중 한 명이 손을 휘둘렀다. "비켜!" 짧고 거친 외침과 함께,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징집관이 휘두른 총의 개머리판이 히후미의 어깨를 강타했다.


"윽!"


히후미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부딪히며 페로로 인형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히후미쨩!"


코하루가 절규하듯 외쳤다. 쓰러진 히후미를 보며 달려가려 했지만, 다른 징집관이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명령이다. 따라와."


"싫어요! 놔요! 히후미쨩! 히후미쨩 괜찮아요?!"


코하루는 발버둥 쳤지만, 무장한 정의실현부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아즈사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었고, 하나코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히후미쨩! 미안해요! 미안해요…!"


코하루의 울부짖음은 복도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교실에는 쓰러진 히후미의 가쁜 숨소리와, 그녀를 부축하려는 아즈사와 하나코의 다급한 움직임, 그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페로로 인형만이 남았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전쟁의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보충수업부의 소박했던 일상은 차갑고 무자비한 현실의 부름 앞에 산산조각 나 버렸다.


트리니티와 게헨나 사이의 전면전. 키보토스를 뒤덮은 전쟁의 먹구름은 쉬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충수업부 교실에 남겨진 히후미, 아즈사, 하나코는 창밖으로 보이는 참혹한 현실과 코하루가 강제로 끌려가던 뒷모습을 떠올리며 망연자실해 있었다. 특히 어깨를 다쳐 신음하는 히후미의 모습은 교실 안의 절망감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 돼요."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히후미였다. 그녀는 아즈사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어깨의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렸지만, 눈빛만큼은 이전과 달랐다.


"코하루쨩을… 저렇게 보내선 안 돼요. 그리고… 이 전쟁도, 이렇게 흘러가게 둬서는 안 돼요!"


하나코가 평소의 능글맞음 대신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히후미 씨. 하지만 저희가 뭘 할 수 있죠? 이건 저희 손을 떠난, 학원 전체의… 어쩌면 키보토스 전체의 문제예요."


"알아요!" 히후미는 단호하게 외쳤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에요! 친구가 끌려가고, 모두가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이런 슬픈 이야기는 제 취향이 아니라고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먹임이 섞여 있었지만, 동시에 어떤 결의가 느껴졌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페로로 인형을 집어 들었다. 인형의 동그란 눈이 마치 히후미를 응원하는 듯했다.


"저는… 평범한 해피엔딩이 좋아요! 우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모두가 웃게 되는 이야기요! 설령 그게 유치하다고 해도요!"


히후미는 숨을 크게 쉬고, 아즈사와 하나코를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요. 저는… 보충수업부의 부장이잖아요! 코하루쨩을 다시 데려와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든 이 싸움을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때, 아즈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모두의 시선이 아즈사에게 쏠렸다.


"전쟁을 멈추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코하루를 데려오는 건 가능할지도. 정의실현부의 배치 계획이나 이동 경로…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아리우스 시절의 경험과 지식이, 역설적이게도 친구를 구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희미한 가능성이었다.


하나코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후후, 재미있어지겠네요. 좋아요, 히후미 부장님. 어디 한번 해보죠. 이 지긋지긋한 전쟁터에서, 저희만의 '청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히후미의 얼굴에 비로소 작은 희망의 빛이 어렸다. 어깨는 여전히 아팠지만, 마음속의 무거움은 조금 가신 듯했다.


"네! 좋아요!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코하루쨩 구출 작전! 그리고… 어떻게든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는 거예요!"


히후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교실 창밖의 세상은 여전히 잿빛이었지만, 보충수업부 세 소녀의 마음속에는 작지만 단단한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만들어갈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비록 서툴고 좌충우돌할지라도, 그것이 바로 '블루 아카이브'다운, 빛나는 청춘의 이야기일 테니까.


흠... 아직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엔 힘든거같은데 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해볼까?


오케이, 선생님의 등장은 확실히 희망의 불씨를 키울 수 있겠네요! 선생님과 아로나를 등장시켜서 보충수업부의 결의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으로 이끌어 가보겠습니다.


교실 안, 세 소녀는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코하루를 구출하고, 이 미친 전쟁을 멈출 방법을 찾겠다는 결의는 섰지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잿빛 현실은 여전히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히후미는 아픈 어깨를 감싸 쥐며 낮게 신음했다.


"하지만… 어떻게…?" 히후미의 목소리는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정의실현부는 이미 움직였고, 저희 힘만으로는 코하루쨩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제 어깨도…"


아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있다고 해도, 그걸 활용할 수단이 부족해. 무턱대고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


하나코는 팔짱을 낀 채 창밖을 응시하며 말했다. "후후, 아무리 청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라지만, 맨몸으로 전쟁터에 뛰어드는 건 무모한 짓이죠. 전략과 지원이 필요해요. 최소한… 안전하게 움직일 방법이라도."


바로 그때, 히후미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학생용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선생님!"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이 히후미에게 집중됐다.

"맞아요! 선생님께 연락해야 해요! 선생님이라면… 분명 저희를 도와주실 거예요!"


히후미는 급하게 단말기를 조작했다. 익숙한 호출음이 몇 번 울리고, 이내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 "네~ 네~! 선생님께 무슨 용무신가요~? 아로나 채널, 활짝 열렸습니다!" ]


아로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배경에 희미한 경보음과 다급한 소음이 섞여 들리는 듯했다. 샬레 역시 비상 상황임이 분명했다.


"아로나쨩! 선생님, 선생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보충수업부의 히후미예요! 지금… 지금 큰일이 났어요!" 히후미는 다급하게 외쳤다.


잠시의 침묵 후, 아로나의 목소리 톤이 조금 진지하게 바뀌었다.

[ "…히후미 씨군요. 네, 선생님 연결해 드릴게요. 샬레도 지금 상황 파악 중이에요. 키보토스 전역이… 많이 혼란스럽네요." ]


다시 짧은 침묵. 그리고 마침내, 익숙하고 차분한, 하지만 깊은 우려가 묻어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히후미? 괜찮니? 너희 있는 곳은 안전하고?" ]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 히후미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서, 선생님…! 저희는 괜찮은데… 코하루쨩이… 코하루쨩이 전쟁 때문에 징집당해서 끌려갔어요! 히후미쨩은 막다가 다치기까지 하고요! 저희… 저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스피커 너머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코하루가… 그랬구나. 히후미는 괜찮고? 많이 다쳤니?" ] 선생님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그것보다 코하루쨩이…!"


[ "알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너희가 얼마나 불안할지… 다 느끼고 있어." ] 선생님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 "하지만 히후미, 아즈사, 하나코. 내가 지금 너희에게 직접 가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어. 그건 키보토스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자, 어쩌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야. 이건…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


선생님의 말은 현실적이었고, 어쩌면 차갑게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를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뜻은 아니야." ] 선생님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렸다. [ "너희가 코하루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그 용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 마음, 절대로 잊지 마." ]


[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제한적이겠지만, 정보를 제공하고, 너희의 작전을 분석하고, 안전한 길을 찾는 데 조언을 줄 수는 있어. 아로나와 샬레의 시스템을 통해 최대한 지원할게. 너희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


[ "아즈사, 네가 가진 정보가 중요할 거야. 하나코, 너의 통찰력으로 계획을 세워줘. 그리고 히후미… 넌 모두를 이끌어줘. 너희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너희를 믿는다." ]


선생님의 말은 마법과 같았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교실 안에, 따뜻하고 강한 희망의 빛이 스며드는 듯했다. 세 소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다시금 용기와 결의가 차올랐다.


"네…! 네, 선생님!" 히후미는 눈물을 닦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저희… 해볼게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꼭 코하루쨩을 데려오고… 저희들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 거예요!"


[ "그래. 그거면 됐어." ] 선생님의 목소리에 희미한 미소가 느껴졌다. [ "우선은 안전 확보부터. 그리고 아즈사의 정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다시 연락줘. 기다리고 있겠다." ]


통신이 끊겼다. 교실 안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지만,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절망의 침묵이 아니었다. 선생님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의 존재를 확인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 희망과 결의로 가득 찬 침묵이었다.


세 소녀는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비록 세상은 전쟁의 광기에 휩싸였지만, 그들 앞에는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놓여 있었다. 코하루를 구하고,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보충수업부가 써 내려갈 새로운 청춘의 페이지였다.


흠.. 이걸로도 부족한거같은데. 하누마 마코토와 렌카와 체리노의 바보스러움을 이용해서 극을 더 희극스럽게 만들어볼까? 세이아의 미래예지를 통한 계획도 덧붙여서.



보충수업부 교실 안, 선생님과의 통신이 끊기고 세 소녀는 잠시 동안 희망과 막막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코하루를 구해야 한다는 결의, 선생님의 지원 약속은 든든했지만, 여전히 거대한 전쟁이라는 벽은 높아 보였다. 히후미는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했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신다고는 했지만… 역시 저희끼리 움직이는 건…" 히후미가 불안하게 말끝을 흐렸다.


"정보가 있어도, 실행이 문제다." 아즈사가 냉정하게 덧붙였다.


"후후, 그러게요. 아무리 저희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지만, 이래서는 곤란한데요…?" 하나코가 팔짱을 끼며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바로 그때, 히후미의 단말기가 다시 한번 울렸다. 화면에는 [샬레 긴급 정보 공유]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망설임 없이 통화를 수락하자, 아로나의 다급하면서도 어딘가 황당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선생님! 그리고 보충수업부 여러분!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정보예요!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화면이 전환되며 샬레의 상황 분석 화면 일부가 공유되었다.


[ "현재 게헨나 측 상황! 만마전 의장 하누마 마코토, 전선 상황 보고는 뒷전이고 '위대한 게헨나의 승리 기념 퍼레이드' 계획안 검토 중! '가장 화려한 폭죽' 예산 결재 요구! 일부 부대는 의장 직속 명령으로 '승리의 상징'인 거대 풍선 확보 작전에 투입! 현장 지휘관들 혼란 가중!" ]


아로나가 어이없다는 듯 브리핑을 이었다.

[ "그리고… 레드윈터 연방학원! 의장 체리노, 트리니티-게헨나 전쟁 발발 소식에 '붉은 겨울 혁명의 때가 왔다!' 선언! 숙청위원회 비상소집 후… 급식실 메뉴 단일화(피클 제외) 긴급 조치 발표! 서기장 렌카와, 전시 상황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반발하다 '반동분자'로 몰려 잠시 구금! 현재 레드윈터 병력, 지휘체계 혼란으로 사실상 진군 정지 상태!" ]


교실 안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히후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거렸다. 아즈사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하나코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푸흐… 아하하하! 퍼레이드요? 급식실 메뉴 단일화? 세상에, 정말이지…!"


"…이게, 정말이야?" 히후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저런 바보 같은 이유로 전쟁터가 혼란에 빠졌다고?


하나코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후후, 그야말로 키보토스답네요. 거대한 비극 속에서도 이런 희극이 펼쳐지다니. 하지만… 이건 기회예요! 저런 얼간이들이 지휘하는 군대라면, 분명 허점이 많을 거예요!"


아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런 상황이라면 병력 이동이나 경계가 예상보다 훨씬 허술할 수 있다. 특히 저런 상징적인 작전이나 내부 혼란에 병력이 묶여 있다면…"


그때, 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아로나의 브리핑을 비집고 들려왔다.


[ "그리고… 하나 더. 세이아에게서 연락이 닿았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서 명확하진 않지만… '잊혀진 배급 창고'와 '세 번째 사이렌의 메아리'… 그곳에 코하루를 구할 실마리가 있을 거라고 했어.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아즈사의 정보와 맞춰보면 뭔가 보일지도 몰라." ]


세이아의 예지. 그것은 혼돈 속에서 한 줄기 길을 제시하는 듯했다.


아즈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잊혀진 배급 창고… 세 번째 사이렌… 알 것 같아. 예전에 정의실현부가 폐쇄한 구역 중 그런 곳이 있었다. 비상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특정 시간대에 경비가 가장 뜸해지는 곳. 아마 그곳을 통해 이동 중일 가능성이 높아."


히후미의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돌았다. 막막했던 길 앞에, 비록 안갯속이지만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적들의 자멸적인 코미디는 덤!


"좋아요!" 히후미는 아픈 어깨도 잊은 듯 벌떡 일어섰다. "이제 확실해졌어요! 저희는 세이아쨩의 예언과 아즈사쨩의 정보를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그리고… 저 바보 같은 혼란을 최대한 이용하는 거죠!"


그녀는 두 친구를 바라보며 외쳤다.

"지금부터 보충수업부, '코하루쨩 구출 및 전쟁 속 해피엔딩 쟁취 작전'을 개시합니다! 목표는 잊혀진 배급 창고! 선생님과 아로나쨩의 지원, 그리고 저 얼간이들의 삽질(?)을 믿고 가는 거예요!"


하나코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후후, 좋아요, 부장님! 키보토스 역사상 가장 황당하고 사랑스러운 구출 작전이 되겠네요!"

아즈사도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성공 확률, 예상보다 높아졌다."


창밖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보충수업부 교실 안에는 더 이상 절망만이 감돌지 않았다. 황당한 적들의 실책, 친구의 예지, 선생님의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믿는 마음.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불안하지만 어딘가 웃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뛰는 '블루 아카이브'다운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좌충우돌 청춘 이야기는, 이제 막 새로운 페이지를 향해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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