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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k's Parabox와 존 말코비치 되기
1999년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는 실패한 인형극 작가가 우연히 작은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영화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터널을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기묘하고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발견한 그 터널을 들어가보면 15분간 존 말코비치의 시점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이렇게 나의 정신으로 말코비치란 타인의 육체를 빌려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은정체성과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주게 된다내가 누구일까?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도 나는 나일 수 있을까?타인의 의식을 차지하면서 자기 존재를 초월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아의 경계를 탐구하게 되고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이러한 의문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바로 존 말코비치에게 터널의 존재를 발각당하면서부터인데존 말코비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터널을 빌려 무단으로 자신의 육체를 대리체험하고 있다는 것에 극대노한다하지만 흥미롭게도 말코비치는 자신도 한번 터널에 들어가보기로 결심한다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면 어떨지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여기서 영화의 가장 유명한 씬이 나온다https://youtu.be/Q6Fuxkinhug말코비치가 터널속에 들어가자마자 보게되는 광경은 바로..자기 자신과 데이트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다데이트 장소인 식당의 종업원들과 손님들의 얼굴도 모두 말코비치의 얼굴을 하고있다게다가 모든 말코비치들은 "말코비치, 말코비치"라는 자기언급만 나불대는데이걸 마치 언어를 구사하는것마냥 반복하면서 소통하고있다즉, 말코비치가 자신의 의식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는그야말로 거울로 거울을 비췄을 때 보이는 상이며정의역과 공역이 같은 함수의 부동점 찾기 시도와 다름없다는 것이고결국 자기 복제의 무한 루프로 이어지게 되는..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말코비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Patrick's Parabox>와 <존 말코비치 되기>는 서로 다른 매체지만자기참조와같은 핵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다만 <존 말코비치 되기>가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으로 사유한다는데 그쳤다면<Patrick's Parabox>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플레이어에게 체험시키는 몰입형 사유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물론 <Patrick's Parabox>는 이처럼 <존 말코비치 되기>가 제시한 자아와 표상에 대한 담론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거의 대부분의 오브젝트들이 정사각형으로 추상화된 소코반 게임이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소코반 게임이라고 해서 다 스토리가 없는건 아닌데<Stephen's Sausage Roll>같은 소코반 게임은 모든 레벨 하나하나에 플레이버 텍스트가 제공되고왜 그릴에 소세지를 구워야했는지 같은 서사적 당위성도 그럴싸하게 제공하려고 나름 노력하기도 했다다만 본 게임은 그보단 좀 더 게임 디자인이란 무형의 개념을 전시하는 박물관과도 같다<Patrick's Parabox>는 따라서 심신을 가진 인간이 등장하는건 아니다그래도 이 게임은 <존 말코비치 되기>가 제시한 재귀와 참조에 대한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구현한다는 부분에서단순히 아이디어의 유사성을 흥미거리로 짚고 넘어가는 것 이상으로 그 아이디어에 대한 좀더 심도깊은 층위의 통찰을 준다는 의의가 있다즉, <존 말코비치 되기>가 일종의 에세이를 읽은 뒤 에세이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라면본 게임은 사유하면서 동시에 참여자로 기능하는 체험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둘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주제의 '학습'이라는 부분에 있어선 후자가 대체로 더 와닿는 것이다사실 아무리 매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심오하더라도그 매체를 소비하는 쪽에서 겉핡기 수준의 이해를 가진채로 그만둔다면 좀 허탈하지 않겠는가?게임플레이가 제공하는 자발적 능동성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힘을 가진다는 걸 말하고싶은거다영화가 내가 말코비치인지, 느그가 말코비치인지 질문하는데 그친다면게임속에선 내가 말코비치인지, 느그가 말코비치인지플레이어 스스로 해답을 반드시 찾게 만들고누가 말코비치인지에 대한 방점을 찍도록 유도한다<Patrick's Parabox>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다른 오브젝트가 될 수 있다그리고 무한히 반복되는 재귀 루프를 통해 무한히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내 자신'속에 말 그대로 갇혀버릴 수도 있다무한이라는 개념을 상수로 다뤄 시각화해주기도 한다(물론 이때문에 수학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게임적 허용이라고 넘어가자)곧 매체가 다루는 아이디어에 대해형이상학적 의미를 투영하는 해석행위보다이러한 게임플레이를 통한 학습이 구체적인 이해에 있어선 훨씬 더 뛰어날수도 있다는 것이다불완전한 상상력으로 드러나지 않는 메시지의 모호함을 스스로 메꿔서 오독할 염려도 없다상상력에 불과했던 의문을 직접 실행에 옮겨 모호함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는게 그 매체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또한 시각적으로 완전하게 구현된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마치 고행하는 사제가 열반의 경지에 이르듯이실행과 반성이 루프하는 게임플레이의 반복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빠르게 접촉할 수 있게된다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는매우 독창적이고 강력한 전달력을 통해 아이디어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Patrick's Parabox>는 근래 플레이해본 게임들중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비디오 게임이란) 미디어로써의 본분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본 게임은 상당히 탁월한 아이디어를 선점했지만게임은 아이디어를 단지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명시적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앞에서 계속해서 강조했듯, 플레이어가 그 아이디어 안에서 "실패하고", "조작하고", "이해하고", "배우게" 만든다말 그대로 레벨 디자인의 힘을 몸소 보여준다는 것인데이는 물론 대부분의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가지는 특성이지만이 게임은 정말이지 이보다 '적절하다'는 말이 어울릴 수가 없을 정도의 레벨 디자인 설계로 다른 퍼즐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게임은 각 레벨들마다 기믹을 은유하는 '제목'을 제외하면일절의 텍스트를 통한 힌트를 주지 않는다'목적'을 설명하지 않는것은 덤이다오로지 플레이어 본인의 힘으로 문제를 마주하도록 훈련시키는데그 훈련 파이프라인의 타이트함이 진짜 강형욱 뺨칠정도다왜냐하면 메커니즘이나 기믹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전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주제에 대한 숙련을 정말 우아하게 체계화시키며결국 모든 문제들을 자력으로 해결하게 만든다이 모든것들을 단 한줄의 설명도 없이 말이다말 그대로 "눈떠보니 강대국이 되어있었다"마냥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복잡한 문제들을 보고 있으면상당한 만족감을 준다동시에 괜히 자의식까지 고취돼 꺼드럭거리게 될 정도다이렇게 퍼즐하나 풀었다고 사람을 깝죽대게 만드는건 적어도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든다"는 게임 본연의 목적성을 달성한 극한의 대성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좀더 구체적으로 게임이 플레이어를 길들이는 방법을 살펴보자어떠한 기믹에 대해 게임은 '상향식' 구조를 취하고 있다일단 처음엔 별도의 대단한 발상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근처를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해도 저절로 풀릴 정도 수준의상당히 쉬운 난이도의 문제를 가장 먼저 제시한다그리고 그 다음 문제로, 아까전에 풀었던 문제보다 난이도가 쪼오오끔 올라간 (말 그대로 전 문제의 해법에서 타일 한칸 움직임 정도만 추가한 수준으로)문제를 통해 레벨이 가진 기믹을 재차 확인시킨다물론 워낙 미니멀하고 직관적인데다가, 초반 문제들은 고려해야할 변수가 될만한 사항들이 적기때문에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가 말하고자 하는 기믹을 캐치할 수 있을것이다그리고선 여태 학습했던 모든 데이터들을 동원해 꽤나 도전적인 어려운 문제를 풀게 시키는데이 문제가 또 일품인게, 여태 배운 정보에 대해 불완전하게 이해했다면반드시 풀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하지만 동시에 그 '보스'문제들은그 학습했던 주제에 대한 본질적인 발상만 캐치한다면아주 명쾌하게 풀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이런식의 심도깊은 사고와 아이디어를 고찰하는 발상을 통해 가장 깨끗하고 직관적이면서 아름다운 형태의 해를 제시하기때문에문제의 호흡을 지나치게 길게 늘리는 등의피로감만 유발하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방식으로난이도를 올리는 기교같은것 따위는 게임 내내 전-혀 전혀 쓰지 않는다여기서 잠깐 언급하고 싶은게 있는데'파인만 테크닉'이라는 사고법이 있다그 파인만 테크닉은 "학습한 주제를 다른이에게 설명시킨다"는게 핵심인데내가 습득한 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하고자 할때만약 그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한 경우, 말문이 막히기 마련이다파인만 테크닉이 주목하는 건 그렇게 '설명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학습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고그렇게 설명하다 막힌 부분을 다시 재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그리고 다시 해당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된 설명을 반복하면서해당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강연자로 거듭나는 것이다<Patrick's Parabox>는 그 자체로 파인만 테크닉의 훌륭한 시각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다시말해 이건 게임으로 기능하면서도 그 자체로 일종의 학습 시뮬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게임은 '시험'을 통해 플레이어의 '이해력'을 계속해서 점검해나가고직전에 배운 메커니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즉,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그 다음의 문제들을 푸는것은 불가능하게 설계되어있다이런 한계를 반복하며 깨닫는 사고의 구조를 확립시키는 설계는내러티브 없이도 끊임없이 전진하게 만든다그리고 이 설계가 엄청나게 놀라운 점은바로 이 파인만 테크닉을 실체화한 상향식 접근법 하나만으로 플레이어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습득하게 되는 규칙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재귀, 순환같은 기믹은 게임이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던 기믹이니 두말할 필요 없다고 쳐도"사각형 내부로 특정한 객체를 삽입하면, 정사각형 모서리의 중점으로 들어간다"같은 복잡한 명제도, 단 한줄의 텍스트 부연설명 없이자연스럽게 그 누구나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실로 어마어마한 레벨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다른 게임과 비교해보면, 이를테면 Zachtronics 사의 게임들 같은 경우게임 자체가 플레이하다 api나 해당 명령어에 대한 명세가 궁금하면 pdf로 된 설명서를 찾아보는것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심지어 출력해서 잡지처럼 사용하면서 아날로그의 미덕을 느끼라고 할 정도!그리고 <BABA IS YOU>만 보더라도,이 게임도 어쨌든 '문장'을 완성하는 게임이다그러니까 텍스트가 힌트로 작용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그리고 퍼즐의 난이도를 위한 제약사항도 텍스트로 명시되고 말이다물론 이 모든것들이 잘못됐다는게 전혀 아니다어떤 게임은 설명서를 보면서 하는게 더 나을때도 있다그리고 <BABA IS YOU>는 텍스트가 그 자체로 게임의 시그니쳐인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됐다하지만 <Patrick's Parabox>의 압도적인 점은 위에 언급한 게임들 뺨치는 방대한 기믹과 정보량을 가진 게임이면서도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월드마다 붙은 레벨 제목 말고는 일절 없다는 점에서 그러면서도 게임이 아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를 최종 지점까지 이끈다는 점에서 경악스럽고 또 놀랍다단지 플레이어가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고, 실패하고, 이해하고, 시험하고,...플레이어의 지적 노동을 통해 이 모든것을 자발적으로 가져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것이다그러면서도 <Patrick's Parabox>는 관용을 베푼다뭔소리냐면 순수한 이성과 논리만으로 엄밀하게 플레이어를 훈육시키는것이 아니라'발견'과 '추측'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가장 이성적이고 심오한 학문인 수학에서도 그 학문을 구성하는 가장 중심적인 정리들이순수한 연역과 논리적 귀결로 도출된것들로만 구성된것이 아닌어느정도는 귀납적 추론과 역발상적인 추측에서 비롯됐다는 것과 비슷하다즉, 게임은 일정한 행동 반경을 만들고그 행동 반경에서 '우연'하게라도 메커니즘을 '발견'하도록 허락하는 밀도있으면서도 널널한, 말그대로 펀치라인같은 레벨 디자인을 가진 것이다접근성과 학습 곡선, 그리고 문제의 품질과 적절한 난이도에서 느껴지는 성취감거기에 게임을 끝냈을때의 정서적 만족감까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퍼즐 게임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별점: ★★★★★(5/5)
작성자 : ㅇㅇ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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