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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엄청한청룡을검거한셰퍼드소설40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6 05: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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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아카나포스타입

(40)



셰퍼드가 파랑의 현관문 앞에 엎어져서는 징징댔다.



"내가, 몇 시간째 여기에 있었는지 엉? 알아?"

"누가 있으랬나. 저도 개인적인 일정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끄으,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나는 셰퍼드.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셰퍼드의 숨에서는 체취와 알코올 향이 섞여 올라왔다.



"날 이렇게 내버려 두고!!!"



셰퍼드가 파랑의 어깨를 붙잡고 철렁철렁 흔들어댔다.

어지럽게.



"왜 이래. 이미지하고 안 맞게."

"하아... 바닥 너무 추웠어... 춥어... 파랑아 춥다... 안아줘라"



뭐라고.

솔직히 조금 놀라서, 파랑은 흠칫하고 말았다.

잠시 꺼졌던 현관문 앞의 백열등이 반응하듯 켜졌다.



"으. 안 이러던 사람이 왜 이래."

"뭐야.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게이새끼가 튕기긴... 이리와. 이 형님이 안아주마."



파랑이 술과 남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술주정까지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때문에 파랑은 얼굴을 들이대는 셰퍼드를 벽으로 밀어내고 도어락을 열었다.

그러면 살짝 풀린 혀로 이상한 환호성을 내뱉으며 파랑의 집으로 들어가는 셰퍼드였다.



"헤헤 퐈라다이스~"

"그러다 넘어지세요."

"걱정되냐? 게이새끼..."

"잔뜩 취해서는 왜 사람을 긁지..."

"그럼 게이새끼가 게이새끼지 뭐야... 그럼 뭐, 레즈냐 으하하!"

"진짜 왜 저래..."



솔직히 그냥 현관 앞에 내버려 둘까 생각도 했었지만, 뭐 불쌍하기도 하고.

파랑은 들어와서 보일러를 켜고, 겉옷을 정리했다.

셰퍼드가 지나가면서 툭 던지듯 말을 걸었다.



"파랑, 너 오늘 되게 이상한 곳 많이 갔다 왔더라."



파랑의 손목에서 스마트워치가 한번 울렸다.

아. 위치추적 기능이 있었다고 했지.



"이상한 곳이라니. 오랜만에 친구 집 놀러 갔다 왔는데."

"거기가 친구 집이라고? 더 이상하네..."

"친구 집이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셰퍼드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콧등에 앉은 먼지를 털며 의문을 표했다.



"거기 경찰도, 형사도 못 들어간 곳이었는데."



아. 그렇구나.

레오드가 사는 집의 경계 수준을 생각해보면.

쥐새끼 한 마리 들여보내지 않을 것 같긴 했는데, 아무렴 형사를 들여보내 줄 리가 없었다.



"정식 영장 가져오기 전까지는 한 발자국도 못 들여 보내준다더라. 잠깐 둘러보기만 하겠다는데."

"거길 수사했어요?"

"그냥 뭐, 어스놈들 동선 추적하다 보니까 중간에 흔적이 뚝 끊기는데. 갈 곳이 거기밖에 없거든. 거기로 숨어든 것 같아서 한번 보려고 했지. 그런데 무슨 보안이 그렇게 삼엄한지 들여보내 주질 않더라."



셰퍼드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흐음... 거절하는 게 당연하죠."

"왜?"



레오드가 어스의 보스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알았으면 나를 더 추궁했겠지.



"일반 사람들도 갑자기 형사가 자기 집에 들어와서 들쑤시고 가겠다고 하면 당연히 싫다고 할 텐데. 하물며 걔는."

"단지 내부만 돌아보겠다는 건데? 집 안이 아니라."

"거기도 싫었나보죠."



셰퍼드가 꼬리를 무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우리 레오드 말고 그 반대파 놈들부터 수사했으면 좋겠는데.

사고를 치고 다니는 반대파 어스나, 현재 어스의 보스인 레오드나.

사실 셰퍼드에겐 둘 다 처리해야 할 대상임이 틀림없었다.



셰퍼드가 미묘하게 웃었다.



"그래? 그렇다는 건 거기 있는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건가."

"그건 무슨 소리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셰퍼드는 묘하게 감이 좋았다.



"일반적이라는 말을 보통 뭔가와 크게 비교될 때 쓰는 단어잖아."



아.

괜히 수사팀장이 아니라는 걸까.

저렇게 취해있어도 셰퍼드는 여전히 유능한 형사였다.

솔직히 그냥 때려 맞춘 것 같긴 하지만.



셰퍼드에게 휘둘리면 안된다.

그럴수록 레오드에게 불리해진다.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 위치 추적하고 그러는 거 사생활 침해에요."

"우리가 널 보호하는 동안은 아니야."

"허...?"

"아, 그... 꼭 그렇다는 건 아닌데."



파랑은 괜히 얼굴을 조금 험악하게 구겼다.

이정도 감시는 예상하긴 했지만, 뭐. 말을 돌리려면야...

그러자 셰퍼드가 겸연쩍게 사과했다.



"그, 싫었다면 미안하다."

"..."



그럼에도 셰퍼드가 순전히 자기 멋대로인 형사라는 건 틀림없었다.

파랑은 셰퍼드의 그 뻔뻔함에 질린 척 무시하고 혼자 침실로 들어왔다.

화가 난 듯 단호한 걸음걸이를 연기한 게 포인트였다.



*



레오드와 반대파는 어스 내부에서 비등한 권력을 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레오드가 셰퍼드에게 먼저 찔린다면 균형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내가 실수로 여기서 레오드에 대한 정보를 셰퍼드에게 더 풀어버린다면, 아마 레오드는... 음.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겠지. 아니면 셰퍼드 때문에 잠시 휘청하는 사이 다른 놈들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르고.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됐다.

무조건 셰퍼드가 반대파부터 물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파랑은 건조기에 솜이불을 넣었다.

단순한 습관이었다. 워낙 차가운걸 싫어하기도 하고, 건조기에 이불을 넣고 돌리면 보송하고 따뜻해지니까.

건조한 뒤 바로 꺼내서 한번 털고 덮으면, 잠을 청하기 좋았다.

건조기 안의 솜이불과 함께 고민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침실 밖에서는 셰퍼드가 무언가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 쓸 새는 없었다.



보송해진 솜이불을 건조기에서 꺼냈을 때쯤, 셰퍼드가 두 손으로 나무 트레이를 들고 침실로 따라 들어왔다.

위에 담긴 것은 구운 양파와 소시지 볶음이었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 두 잔, 여분의 캔맥주.

이런저런 양념과 함께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음식들.

먹음직스러운 것을 보니 여간 신경 써서 구운 것 같았다.



"만든 거에요?"

"그래. 같이 먹자고."

"헤에. 뭐야? 서비스 좋네."



파랑의 침실에도 책상이 있었다.

그 위에 트레이를 올리고 셰퍼드와 마주 앉았다.



"기분 나빴을 거 안다. 미안하다."

"괜찮아요. 뭐, 예상 못한 건 아니니까. 형사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내가 취하면 말하는 게 조절이 잘 안돼서."

"음습한 것보다 솔직한 게 낫지. 일단 마시죠?"



셰퍼드가 만들어온 야식.

누군가 자신을 위해준다는 게 파랑은 참 오랜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셰퍼드도 그제야 마주 웃었다.



"그래."



파랑과 셰퍼드는 맥주잔을 들었다.

손에 닿는 차가운 글라스, 적당히 차오른 거품.

우리는 동시에 건배를 외친다. 건배!

짠ㅡ 하고 셰퍼드와 잔을 부딪히고 마신다.

짜릿한 탄산이 맥주와 함께 부드럽게 내려간다.



"크."



소세지와 양파를 겹쳐서 집어먹었다.

소세지에서는 육즙이 터져 나오고, 구운 양파는 아삭, 달달, 짭짤한 게 맛있었다.



맥주를 마시고 나면 셰퍼드는 거의 인사불성이었다.

그 전에도 무슨 술을 얼마나 먹고 왔는지.

현관앞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래봤자 이제 거의 자정쯤 되었을까 싶은 시간이었는데.



지금보니 셰퍼드의 와이셔츠에 발자국이 잔뜩 연하게 찍혀있다.

모양을 보니 구두 같은데.



"꼬라지는 또 왜 그래. 누구한테 밟히기라도 했나."

"응. 나 밟혔어 본부 가서 밟혔다 파랑..."

"부하직원 콜리 앞에서는 그렇게 기세 좋게 출발하던 사람이."

"으응... 그래서 속상하다는 거잖아. 안아줘, 파랑..."



오늘따라 술 냄새를 풍기며 달라붙는 셰퍼드가 이상했다.

가슴을 더듬기도 하고, 목덜미를 훑으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아, 진짜 왜 이러지 이 사람. 오늘따라.



고도의 미인계인가.

덩치크고 섹시한 멍멍이가 계속 달라붙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졌다.



"자꾸 이러시면 게이새끼가 흥분하거든요."

"흐으, 그러냐~"



소세지는 다 먹은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안주가 더 필요하다.



"다음 안주는 뭐하지."

"나."

"..."



헤테로의 숨 막히는 무자비한 플러팅이었다.

진지하게 대꾸하면 보통은, 농담이었다고 하던가.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라던가.

게이새끼 그걸 믿었냐라던가, 그런 식의 반응이 돌아오는 일반인들의 자비 없는 인내력 시험.

파랑은 그 모범답안을 알았고 그대로 답했다.



"오늘따라 정말 여러모로 당황스럽게 만드시네요."

"뭐야, 진짜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게이새끼..."



뜻밖의 답이 돌아왔지만.

셰퍼드는 취해있었으나 진심으로 서운해 보였다.

뭐지, 이 사람 어쩌자는 거지.



"그 하이에나 한신하 조사하러 갔던 건 어떻게 됐는데요."

"내가 안 하니까 이제 니가 사건 이야기하는 거냐? 됐다. 됐어!"



이번엔 또 삐졌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잠시 말이 없었다.



셰퍼드가 우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보고 꺼지래. 정직 중인데 뭘 나대냐고."



테이블에 엎드린 셰퍼드의 귀가 축 처졌다.



"지들이 증거 은폐하는 거 내가 뻔히 다 알고 있는데 뻔뻔한 새끼들이."

"정직 중이면... 뭐, 맞는 말 한 거네요."

"아니라고! 그리고 걔네가 이상한 소문도 내놨다고."

"이상한 소문?"



침울한 셰퍼드의 목소리는 거의 기어들어 갔다.



"내가 술집에서 여자도 아니고 남자끼고 논다고."

"그게 뭐, 최근에는 사실이긴 했죠."

"난 게이 아니라고."

"그럼요."

"게이 아닌데."



셰퍼드가 파랑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난, 왜, 자꾸 이런 게 하고 싶냐."



파랑의 등허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만취했지, 이 사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게 뻔했다.



셰퍼드가 입 안으로 남은 맥주를 부었다.

이제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 순간 셰퍼드가 손을 뻗었다.

파랑의 고개가 돌아가고, 부드러운 셰퍼드의 혀를 통해서.

입에서, 파랑의 입으로 맥주가 전해져 내려왔다.



셰퍼드 혀가 닿은 곳은 뜨거웠고, 아닌 곳은 차가웠다.



"이게 무슨."

"포상."

"..."

"덕분에 수사 잘하고 있다고..."

"아..."

"그랬다고..."



셰퍼드와 거리를 좀 두고, 따로 반대파에 대해 조사를 해서 정보를 갖다 바치던 해서.

무조건 셰퍼드가 반대파부터 물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나 이건 불리한 싸움이었다.

파랑이 어스와 가진 연결고리라곤 레오드밖에 없었으며, 사실상 파랑은 감시받고 있는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계속 셰퍼드와 붙어있으면 반대파는 커녕, 레오드의 정체만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럼에도 파랑은 셰퍼드를 내치기가 힘들었다.



"...이거 먼저 유혹한거니까 정당방위에요."



파랑은, 셰퍼드를.

아, 이런 말 내 입으로 하기 싫은데.



많이 사랑해버릴 것 같았다.

_________

5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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